[새문장 3기] 폭력과 자아상실(채식주의자-한강)
페이지 정보

본문
폭력과 자아상실
태선영
인간은 자연과 환경을 이용하며 생존능력을 키우고 사회를 이루어 발전해왔다. 이러한 생존 경쟁 속에서 타인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욕망은 때때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작은 단위인 가정, 지역사회로부터 크게는 국가, 인종,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내부적 결속과 외부적 대치, 경쟁 속에서 갈아간다. 이러한 생존 과정에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배층과 이에 소속된 피지배층이 나타난다. 폭력은 공동체를 이끄는 강자가 약자의 입장을 간과하고 자신의 경험과 통념에 의해 일반화하여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하기 쉽다. 또는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 소수의 배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인간적인 존중을 잃어버리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타인을 대상화할 때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억압, 그리고 이에 순응하며 살아가느라 생기는 자아 상실의 사례들이 나온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부인과 자녀에게 독단적인 명령을 내리고, 이에 반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 부인에게 가정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사례, 상대방에 대한 동의 없는 성관계, 이는 명백한 성폭력이며, 혼자된 매제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동성 후배에 대한 성적 강압 등이다.
이러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억압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생존을 중요시함으로 인해 폭력을 묵인해 온 관습이 있다. 원시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하고 먹는 행위는 폭력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초기 경험 중 하나였을 수 있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한 것은 폭력에 깊은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순응하여 살아온 오랜 관습이 있다.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가하는 것도 또한 일종의 폭력적인 속성을 가진다. 스스로를 억압하고 몰아세우며,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갖고 끊임없이 비교하는 자기혐오는 결국 타인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통제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지나친 생존에 대한 집착, 경쟁, 성과주의가 팽배해져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잃어버렸다.
소위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희생을 당연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인혜의 모습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녀는 막다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이혼을 선택하였고 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영혜는 식물과의 교감을 체험하며 식물로 돌아가고 싶은 원초적 망상에 집착한다.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자아 상실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끊임없는 경쟁과 외부의 기준에 매몰되어 자신과 타인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를 잃고 소유욕에 매몰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잣대를 주변 사람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는지.
새봄을 맞이하여 우리 또한 낡은 관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본질적인 존재로 존중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 이전글[새문장 3기] 문제에서 존재로!(한강_채식주의자) 25.04.16
- 다음글[새문장 3기] 인간의 조건(채식주의자-한강) 25.04.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