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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3기] 공터는 잡초처럼(공터에서-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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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윤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101회   작성일Date 25-02-12 11:26

    본문

    공터는 잡초처럼

     

    최윤지

     

    공터라는 제목을 묵상해 본다. 작가는 아무리 공터라도 나라 땅에는 엉덩이도 붙이지 마라고 하는 몸에 각인된 국가에 대한 무서운 혼란을 끊어내고 싶었으리라. 최승호 시인은 역사적인 흔적마저도 지우는 공간으로 시사했다. 나는 격렬한 사유를 부추겨 글 쓰는 놀이가 신명 났고, 애써 꾸미지 않아도 온전히 나로 자유로운 놀이터였다고 정의한다.

     

    소설은 전쟁 이후라서 물질적 환경이 넉넉하지 못했다. 지금은 먹고 살기 풍족한데 정서적으로는 훨씬 궁핍하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의 잣대에 나를 규격화하고 남의 시선만 의식한 채 팬암 미소에 갇혀 괜찮은 척스스로를 무디게 외면하는 1인들.

     

    매독은 평등하게 번졌다. 앉은뱅이 거지나 재벌 총수의 애첩이나 다들 매독에 걸렸다. 매독약은 두세 달에 한 번씩 신제품이 나와서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

    이도순은 마동수의 수용소로 거처를 옮겼다. 마장세와 마차세는 거기서 태어났다. 이년 터울이 났다. 가축우리에서 어떻게 두 아이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인지

    강인한 풀씨, 오뚝이 같은 생명이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웠다. 분명한 것은 의미 있는 자녀 계획에 의한 종족 번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식욕을 대신한 성욕이라 하기에도 필요충분 부족하다. 섹스는 파란한 풍파로부터 도피처요, 그 무엇보다 강렬한 존재 인식을 교감시켰으리라. 따라서 사회가 불안할수록 본능적인 결속으로 서로를 의지했던 극한의 신뢰가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세상에서 활착하지 못하고 떠돌면서 찾아 헤매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왜소하고 초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무방할 것이고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었는데, 그 초라한 것들을 세상에서 이루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시작과 끝, 시간과 공간, 우주의 사계는 연출되거나 분리될 수 없다. 몸의 안과 밖이 서로 맞물리며 구별되지 않는 일종의 뫼비우스 띠와 같다고나 할까? 나의 욕망과 야망을 발견하고 나만의 꿈을 꾸어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결코, 초라하지 않은 특별함이다. 나를 이게 하는 유일함이다.

     

    낮 동안 모르는 사람들의 풍요로운 잔해와 흔적들도 결국 비와 바람과 햇빛에 쓸려, 다시금 고요로 가득 차는 공터. 돌고 도는 세상살이에 깎이고 비워져 동글동글해지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듯하다. 그러니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뭐든 다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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