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장 2기] ‘새문장 2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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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6일 OT 모임을 시작으로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새문장 2기’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김만중의 구운몽, 유성룡의 징비록, 박지원의 열하일기라는 한국 고전의 산을 넘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한 여정이었습니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바로 여기가 거룩함이 등장하는 원초적 토양입니다. 이상적인 삶은 저 멀리 있는 곳에 도달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착실한 발걸음일 뿐입니다.”
(‘최진석’ 교수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한발 한 발을 착실히 내딛고 건너온 우리의 발걸음이 저마다의 거룩함을 만들어 가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2기에 참여하신 동지님들의 마지막 소감을 전하며 ‘새문장 2기’ 활동을 종료합니다.
[강민서]
‘새문장’ 활동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읽기 쓰기 합평의 과정이 다 녹록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쓰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쓴 글을 함께 읽으며 합평을 해야하니까요. 합평 시간은 평가를 받는 느낌도 들어서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도 되었는데, 그럼에도 합평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철학적 사고’의 의미를 알아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해요.
글을 쓰면서 ‘나만의 시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제 생각’과 ‘저 만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떤 관점으로 쓸 것인지 방향이 잡힐 때까지 계속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써야 써진다고 하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쓸 때보다 고민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책 읽기를 시작할 때는 이 책 저 책을 함께 봐야지 했지만 계획대로 다 읽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원고를 써 내기에 바빴던 적도 있었지요.
어쨌든 세 권의 책을 읽고 쓰면서 ‘저만의 시각을 갖기 위한’ 진지한 시간으로 살았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김현식]
‘새문장’에서 3권의 책을 읽었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읽을 책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새문장’에서 선정된 책이었기 때문에 읽고 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구운몽, 징비록, 열하일기 같은 한국 고전을 읽게 되어 너무 좋은 기회였어요. 그리고 이 책들을 읽을 수 있는 한 달, 또 쓸 수 있는 한 달이 있어서 그 시간 동안 생각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좋았습니다. 책과 함께한 정말 유쾌한 여섯 달의 어떤 여행이었습니다.
[배민정]
제가 ‘새문장’을 하는 이유는 읽기와 쓰기를 통한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삶에서 쓰기의 중요함을 점점 느끼기에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새문장 2기’를 결성할 때 선뜻 한다고 하기에 주저했지만... 나름 쓰기에 대한 목적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러 일상과 맞물려 처음 가졌던 글쓰기에 대한 간절함이 때때로 희석되어 버리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보다(새문장을 하기전) 훨씬 밀도 있게 읽고 내용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특히 이번 ‘새문장 2기’를 통해 접하게 된 한국의 고전 문학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중국 고전을 접하긴 했어도 우리 고전 문학은 정말 생소했었거든요. 제목만 알았지......이번에 우리 문학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야! 책이란 것은 모두 다 정말 훌륭하구나!’ 였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힘들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 한편 잘 읽고 부족하나마 나의 생각을 담아 쓰고 나면 나름 의미있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이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자리를 만들고 이끌어주며 함께 하는 동지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텐데 다시 한번, 우리 ‘새문장 2기’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송선형]
저는 적어왔는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드릴께요. 일단은 저 여기까지 온 게 되게 좀 되게 좀 저 마지막 모임까지 한 번도 안 빠졌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어요. 쉽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주말에 일이 더 많고 주말마다 다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지금 오기 위해서 좀 쳐낸 것들도 있고 아니 쳐낸 게 아니라 좀 미리 일을 끝낸 것도 있어요. 좀 이기적인 마음이랄까 이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긴 했어요.
되돌아보면 스스로 많은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길잡이가 되어주신 정재윤선생님, 모임을 이끌어준 이선영선생님, 그리고 전인순선생님, 김현식선생님, 송희구선생님, 배민정선생님, 강민서선생님 모두 저에게 좋은 스승님이었고요.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이제 각자만의 생각으로 도출된 다양한 글을 읽으니까 제 시야가 좀 넓어지는 경험도 했어요. 이제 끝내려고 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전인순]
이런 훌륭한 모임을 함께 한다고 저의 글 수준이 다른 분들과 똑같은 게 아닌데, 제가 다른 분들과 똑 같은 수준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까 염려스럽습니다.
제 글을 객관적으로 보고 내 수준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꾸준히 성실하게 걸어 나가려고 합니다.
최진석 교수님께서 직접 이름 지어주신 '새문장'인데요, ‘새문장’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다 잠든 병실 화장실 안에서 책을 읽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8시 반이면 다 소등하고 복도도 소등하거든요. 탕비실은 좀 떨어져 있는데, 거기 가서 불 켜 놓고 책 읽을 수도 있긴 한데 어머니가 언제 부르실지 모르고 최근에 두 번 낙상했던 적이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상 병실 내 화장실에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어요.
낮에는 집중해서 책 읽을 여건이 안 되고 해서 새벽 시간대에 병실 화장실에서 1~2시간씩 읽곤 했었어요. ‘새문장’은 제게 소중한 모임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주 토요일에 함평에서 최진석 교수님 철학 강의를 듣고 왔는데요. 주제가 '황당해도 되는가, 황당해야만 하는가' 였어요.
제가 어머니 간병을 오래 하면서 돈이 많이 드니까 압박감이 몰려오는 거예요.
지금 있는 재활병원에서 퇴원 후 집으로 모시려면 요양보호사 2명, 방문 재활치료사가 필요하다보니 돈이 많이 드는데요. 현실적으로 제가 돈을 많이 벌려면 글쓰기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글을 잘 써서 요양보호사 2명, 방문재활치료사가 매일 집으로 올 수 있을만큼 돈을 많이 버는 황당한 꿈을 꾸어보려고 해요. 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서 처절하게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선영]
‘새문장 2기’와 함께한 지난 7개월을 돌이켜 보니 물 흐르듯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1기 때는 지나온 과정이 더 울퉁불퉁해서 그런지 끝나고 나서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엉켜서 울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2기는 상당히 매끄럽게 물 흐르듯이 온 것 같네요. 매끄러움이 좋은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더라고요. 마지막 글에서도 결국은 글은 올리지만 올리고 나서 느끼는 무언가 짜릿한 통쾌함 같은 것이 1기에 비해서 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왜 없었지? 라고 생각해보니, 역시 자기 자신에게 길어 올리는 내 안의 우물이 있는데 내가 길어 올리려고 애쓰는 만큼 얻을 수 있고 고통스럽지만 파내는 시간을 기꺼이 감당해내야 하는데, 내가 기꺼이 고군분투하면서 그것을 파내려고 하는 절실함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하는 성찰을 했어요.
어쨌든 멈추지 않고 가야지만 가는 중간중간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길을 지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 결국은 펼쳐질 거라고 믿거든요. 어떤 방식으로 계속 나아갈지는 고민을 더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계속 나아갈 겁니다.
2기의 시간 속에서 바쁘고 힘겨운 와중에도 길잡이로 기꺼이 참석해주시고 글을 진지하게 읽고 늘 의미있는 평을 해 주시는 재윤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함께해 주신 여섯 분의 동지님들도 각양각색의 글들로 저에게 새롭고 신선한 자극과 충격과 그리고 위안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역시 함께 가야 멀리 오래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가야지’라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계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니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송희구]
새문장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숙고 그 자체였다. 숙고의 정의는 ‘곰곰히 생각하다’이다. 곰곰히 생각하다는 피상적으로 보면 쉬워 보이지만 깊이 빠져들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이 책에서 나에게 주는 의미는 뭐지?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지? 와 같이 숙고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숙고와 질문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경험해봤다는 점 나에겐 그 자체로도 용기 있는 시간이었다.
진짜 나를 만났던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정재윤]
어느새 6개월 간의 대장정 끝에 다다랐습니다. 별 탈 없이 새문장 2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모임장님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정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저 또한 비록 한 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또 다른 책과 또 다른 존재와의 만남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마음이었습니다. 새문장은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결코 편해질 수 없는 과정입니다. ‘탁월한 시선으로 읽고, 쓰고, 말하는 인간’. 그만큼 새문장에는 쉽게 취할 수 없는 지고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길잡이랍시고 제가 무엇을 얼마나 전해드렸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6개월 전의 각자 자신에게서 적어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딘 것은 확신합니다. 그것은 글의 매끄러움이 아닌, 문장의 세련됨이 아닌 책과 글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글은 곧 자신입니다.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고군분투하는 그런 자세, 그런 마음가짐이 새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새겨짐을 확신합니다.
약관으로 인생선배님에게 주제넘은 말도 했을 것입니다. 저의 언행에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말씀 올립니다. 표면적으로는 제가 건네기만 하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저야말로 멤버들을 통해 제게 부재한 덕목을 알아가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영님에게 인간에 대하는 태도와 관계 맺음을 배웁니다.
희구님에게 항상 잃지 말아야 할 초심을 떠올립니다.
선형님에게 저에게 없는 보다 섬세한 시선을 느낍니다.
현식님의 예의와 매너를 보며 성숙한 인간의 덕목을 깨닫습니다.
민정님에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열정과 열의를 목격합니다.
인순님에게 망각했던 인간의 순수함에 대해 눈을 뜹니다.
민서님에게 평생 지녀야 할 배움에 대한 열망을 새깁니다.
새문장은 여러분을 통해 저를 완성해 나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새문장을 발판 삼아 더욱 탁월한 건너가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새문장 2기 멤버의 건강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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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서님의 댓글
강민서 작성일 Date
관계, 초심, 시선, 성숙, 열정, 순수, 배움....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 초심을 잃지 않는 시선과 관계 속에 자신을 놓는 일, 탁월한 삶으로 건너가는 분명한 걸음입니다.
저는 재윤님에게서 치열하되 온화하고 날카롭되 정성을 다하는 겸손함을 배웁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