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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내 마음의 우편배달부_네루다의 우편배달부(안토니오 스카르메타)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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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배민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342회   작성일Date 23-05-26 19:31

    본문

     내 마음의 우편배달부


     척박한 나의 삶에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마리오는 배달해주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창문 너머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대는 소리, 때론 징징대는 소리, 뒤뚱거리며 걷는 소리, 우당꽝꽝 뛰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는 소리,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 그리고 창문밖으로 대나무 잎이 바람에 떠는 소리...... 모든 소리들이 살아 있다. 바쁘게만 돌아가는 이곳은 더 이상 바쁘지만은 않다. 살아있다. 그리고 생기가 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내 세상이다. 마리오가 자신의 세상에서 시를 매개로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발견하였듯이 나도 메타포들을 매개로 저 너머 세상으로 건너가 보고 싶다.

     

    마리오는 원래 시인의 팔자를 타고났던 거야. 그러니까 국보급 시인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를 통해서 시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거지. 세상에 우연은 없어. 마리오는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시와, 언어로 표현되는 그 어떤 것들(메타포)에 이끌려 왔던 거지. 어떻게 아주 적은 급료에도 하루에 몇 번씩 한 사람을 위해 편지를 배달할 수 있었을까? 누가 그런 일을 하겠어.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와 사랑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네루다에게 도움을 청했지. 아마도 시인의 언어라면 베아트리스와의 사랑이 성사될 것이라고 확신을 했겠지. 마리오의 예상은 적중했고 그들은 달콤하고 열정적이며 관능적인 사랑에 빠졌고 네루다는 그 사랑에 최고의 증인이 되었어.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를 마치 자기 시처럼 떠벌리고 다녔을 때 네루다가 책망을 하자 멋지게 한 방 날려지!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 말이야. 나도 그제야 알게 되었어. 그러니 시를 많이 읽으려고... 그러면 그 모든 시가 내것이 될테니까! 그러니까 너희들도 이제부터 시를 읽어봐! 네루다의 시로 최대 수혜자가 된 마리오는 네루다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었고 파리에서 머물던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네그라의 모든 소리들을 녹음해달라고 부탁을 했다지. 생계를 팽개치고 네루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리오는 몇 달 동안이나 해안의 파도소리, 종루의 종소리, 바람소리, 갈매기소리, 마리오2세의 울음소리까지 모든 소리을 녹음하여 보내줬어. 다시 네루다가 네그라로 돌아왔지만 반대정치세력에 의해 가택연금이 되고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 되었을 때 마리오는 용기를 내어 네루다 앞으로 온 전보를 모두 외워 구두로 전달했어. 네루다를 향한 마리오의 헌신적인 행동에 네루다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사랑과 우정, 인간애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들이 떠올랐을 것이야. 우리네 삶도 마리오나 네루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희노애락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도 경험할 수 있지. 흐르는 삶 속에서 메타포만 잘 찾아낼 수 있다면 평범한 삶이 예술로 승화될 수도 있지 않겠어.

    마리오의 지루하고 평범한 삶은 네루다를 만나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지. 시를 읽고 삶을 은유로 표현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었지. 그래서 마리오는 메타포들을 다듬어 네루다처럼 시를 쓰고 싶었던 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영감이 되어준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찬란해!

     

    소설을 보고 일포스티노영화를 보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네루다가 지병으로 먼저 죽고 마리오가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으러 가며 실종으로 끝난다. 비극이였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달랐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바치는 시낭송을 위해 대중들앞 연단으로 나아가다 반대정치세력에 의한 죽음을 맞이한다. 마리오의 죽음을 모른채 네루다는 5년 후 네그라로 마리오를 찾아오지만 베아트리스는 마리오와 똑 닮은 아들 파블리토 바라보며 마리오의 죽음을 알린다. 마리오가 남긴 녹음기의 목소리를 듣는 노시인의 모습이 오래도록 슬프게 했다. 소설과 영화 모두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배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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