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장] 소는 누가 키우나? / 유무상생의 영원회귀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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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우나?
모두가 구도의 길을 걷는다면 소는 누가 키울까? 하며 걱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진정한구도란 ‘각자의 자리에서 소를 열심히 키우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그프로에서 나왔던 웃긴 독백이 나에게 심오한 명언이 되었고 소를 열심히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싯다르타는 사문이 되어 구도자의 삶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였으나 그러한 삶으로는 깨달음을 얻는데 한계를 느끼고 세상의 만행을 직접 겪어보기로 하며 자신만의 구도의 길을 가게 된다. 싯다르타는 누구보다도 본인이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고자 능동적으로 움직인 진정한 구도자이자 선각자였다. 그런 실천적 행동가여서 정석대로의 수행만을 고집한 고빈다보다 훨씬 빨리 깨달음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을 환락에 세계에 빠져들게 한 카밀라를 통해 온갖 세속의 만행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카밀라 사이에서 출생된 아들이라는 거울을 통해 시간이라는 무한히 연속되는 흐름을 극복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고 섥혀 공존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 안에서 행복과 불행, 절망과 희망을 겪기도 하며 운이 좋으면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필요충분조건은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는 거대한 강을 이룬다. 그리고 함께 흘러간다. 바주데바가 바라본 강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들의 자아상은 아니었을까?
고빈다가 싯다르타가 될 수 있고 싯다르타가 카밀라도 고타마도 될 수도 있으며 고타마 또한 바주데바도 고빈다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서로 닮아가려 한다. 내가 준희님이나 선영님이 될 수 있고, 선영님은 재윤님이 되기도 하며 동시에 경린님, 동찬님이 되기도 한다. 준희님은 채영님이나 윤경님을 닮아 있기도 하고 아영님이나 수미님이 되어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 거대한 강물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흘러간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아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고 특별한 사건이란 말인가? 싯다르타 또한 홀로 깨달음을 얻지 않았다. 고빈다로부터 고타마, 카밀라, 바주데바, 아버지와 아들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닮아가며 거대한 강이 되어 함께 흐르며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과정은 각자의 몫이며 의지이다. 깨달음을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장과 진화는 계속 될 터이니 그냥 각자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 될 일이다.
그 때 나는 소를 누가 키울지 왜 그리 걱정했을까.
유무상생의 영원회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신은 탈색된 꽃처럼 색이 없어져 갔다. 눈썹과 눈은 빛을 잃고 희미해졌으며 그 붉었던 입술에 핏기가 가신지는 오래, 머리카락은 새털처럼 가벼워졌고 그 많던 숱도 줄어들었다. 온몸의 살은 흐물흐물해지고 뼈 마디마디는 옹이처럼 도드라져 한창때의 美에서는 점점 멀어져간다. 슬픈 일이다. 늙어갈수록 그런 비애감은 더할 것이다. 육신만 생각하면 생로병사에 대한 두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늙음은 탈색되어 가는 육신에 비해 정신만은 지혜와 통찰로 더욱 무장시켜 생로병사에 대한 두려움도 물리칠 것 같다. 늙어감에 대한 보상으로 지혜와 통찰만 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그 보상의 끝 또한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은 다시 생명을 잉태하며 윤회의 고리를 이어간다. 그러니 죽음과 삶이 어찌 별개라 할 수 있는가! 세상 만물의 나고 지는 이치가 이와 같다. 나고 자라서 번창하다 쇠퇴하기를 무한 반복하며 자연의 만물 대부분은 그렇게 돌고 돌아간다.
인류는 유무상생의 흥망성쇠를 통해 억만 겁을 윤회해 왔다. 그 윤회를 통해 똑같은 우리가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한한 진화와 성장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아비가 아들이 되고 아들이 아비가 되지만 똑같은 아들과 아비는 없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영원회귀의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열심히 소를 키우든 구도를 찾아 헤매든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무엇’에 각자는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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