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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자유의 조건 (그리스인조르바/니코스 카잔차스키)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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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권경린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382회   작성일Date 22-08-26 03:04

    본문

     

    자유의 조건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스키 >

     

     

    새 문 장 1시즌 3회차

     

    권 경 린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자인 는 자유를 갈망한다. 그는 지성과 이성으로 가득한 자신에 진저리가 난 듯 꿈틀거리는 욕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복잡한 지성의 결속을 끊어내고 단순한 삶을 살고싶어한다. 욕망을 따르는 삶, 단순한 삶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야지만 새 삶을, 자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을까. ‘는 크레타 섬으로 떠나려 항구에서 배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자신을 자유라 칭하는 조르바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향한다. 자유를 위한 낯선 대지와 자유로운 삶의 본보기가 되어줄 동행자까지 생겼으니 언뜻 보기에 조건은 갖추어졌다. ‘는 이제 자유를 갈망하기를 넘어서서 진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경험을 하는 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겉돈다. 그저 눈앞에서 자유의 몸짓을 선보이는 조르바가 경이로울 뿐 의 팔과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 부자연스럽다. 조르바의 행동거지나 그가 내뱉는 말들은 투박하고 어쩌면 경박스럽기까지 하지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자유를 온몸으로 누리는, 말 그대로 조르바는 자유 그 자체였다. 그런 조르바를 보며 는 신비를 느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의 회로를 돌린다. 이것은 옳은가, 그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이로운가, 해로운가? 언제나처럼 정방향으로 맞물리며 돌아가는 머릿속의 톱니바퀴가 의 욕망을 육신의 깊숙한 곳으로 은밀하게 가두고 있었다.





    당신은 이해라는 걸 해요! 그는 갑자기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이 부르짖었다. 이해를 한다고요. 그래서 당신에겐 평화가 없는 거요. 이해하지 않으면 행복할 텐데! 뭐가 부족해요? ……」p.429 

    조르바가 보기에 역설적으로 는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사람이면서도 불행한 사람이었다. ‘는 사람도 상황도 죄다 이해하려 애를 쓴다. 심지어 사모하는 여인이었던 과부를 죽이려 들었던 사람마저 이해했던 것일까. ‘는 과부가 처참히 죽은 뒤 조르바와 결판을 내고자 찾아온 마놀라카스에게 분노하기는커녕 그를 달래기 바쁘다. ‘이해한다는 말을 주술처럼 읊으며 매번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르바는 에게 평화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외부의 평화로운 상태가 아닌 내면의 평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성을 내세우며 분쟁을 사그라뜨리려 하지만 그 내면은 들끓는 욕망을 분출하지 못하는 탓에 시커멓게 타고 있음을 조르바는 꿰뚫어 본 것이다. 애초에 인간의 삶에 논리나 이해가 필요한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 자유로운 삶을 사는 데 차갑게 날 선 이성은 걸림돌에 불과했다.





    아니, 당신은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나는 격분해서 소리쳤다.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은 거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어요.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그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 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p.82

      

    조르바는 자신에게 분명한 사람이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분명한 사람은 스스로를 믿는다. 다른 무엇을 더 믿을 필요가 있을까. ‘가 무슨 생각에 빠져있던지 조르바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유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아직 가 닿지 못한 세상으로 거침없이 전진 또 전진한다. 분명한 자신을 중심에 두고 분명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향해 물음표를 던진다. 만물을 향한 근본적인 물음표였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호기심이고 관심이고 애정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현실이 어떻고 하는 것은 투정 부릴 일도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탐험이고 모험이니 그에게 따지고 불평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그는 자유 그 자체. 자유를 갈망하며 낯선 땅에 낯선 사람들을 찾아 떠나온 에게 자유에 조건 같은 것은 없음을, 자유는 그저 언제 어디서든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임을 온몸을 다해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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