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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2×2≠4 _지하로부터의 수기, 표도르도스토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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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배민정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3,421회   작성일Date 22-10-28 02:10

    본문

    2×24

     

    불편하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느끼는 감정이다. 누군가에 내 내면을 들킨 것 같다. 나의 비열함, 상대에 대한 복수심, 질투심, 그리고 쓸데없는 오만함 등등. 누구에게나 열등감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숨기고 싶은 나의 내면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불편했고 그래서 더 호기심이 일었다.

    주인공의 불행한 유년시절의 여러 경험은 주인공을 결국 편협한 인간으로 성장시켰고 어디에서나 어울리지 못하고 그런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탈출구로서 독서를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매우 똑똑하다는 자만에 빠진다. 이러한 주인공의 행위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물과 기름처럼 더욱 겉돌아 머리만 커다란 기형적인 인간이 되었다. 주인공은 허황된 지적쾌락을 통해 다른 친구들보다 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은 주인공을 그저 우습게 본다. 일방적으로 친구들과 섞이고 싶어 몸부림치는 주인공이 모습에서 요즘시대 익명의 다수를 향해 일방적으로 질러대는 유튜버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였다. 또 리자를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주인공의 천박함 속에서 나 또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우월함을 증명받고 싶어 했던 나의 천박함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소설 곳곳에서 묘하게 주인공과 나는 겹쳐 보였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리고...적어도 다음에는 덜 천박해질 수 있겠구나 하며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고통은 인식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감한다. 나는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글을 써야 한다.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읽히는 문자 그대로 나의 생각을 빼버리고 독서를 하면 좋겠지만 우리들의 글쓰기는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독자들을 의식해 허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영을 가미한 나의 인식에 관한 글.

    2×2=4 인류의 고통(인식)이 여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는 작가의 말에 백배 동감한다. 이런 논리에 의해 사람들은 효율과 극대화를 향해 더 많은 지식과 이론을 도출해 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까지 끝도 없는 발전에 발전을 해왔다. 그러면서 인류는 빠르게 수정궁을 향해 간다고 느꼈을 테고 수정궁안에서 권태가 없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수정궁 안에 살고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시한폭탄이 장착된 지구폭발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정복하기 힘든 바이러스의 출몰과 끝도 없는 인간의 욕심으로 핵전쟁의 위협은 늘 도사리고 있고 물질은 가져도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는 아귀도 상태의 세상에 우리는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2×24인 세상을 꿈꿔보자. 논리에서 벗어나 보자. 욕망과 이익과 마음 가는 대로 잘 살아보자.


    이성이 감히 욕망을 이기려는 세상이 아닌 이성은 이성대로 욕망은 욕망대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란 과연 어려운 것일까? 꿈꿔본다. 2×24인 세상을.

    나의 가치관과 경험과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이소설을 인식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고통은 인식의 유일한 원천이라 했으니 이런 고통이 사소한 인식의 실마리라도 잡아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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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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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님의 댓글

    김민석 작성일 Date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간 이성의 확실성과 수학화에 대한 대가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