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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2기] 자신을 함양하는 일(류성룡 징비록)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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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희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014회   작성일Date 24-04-18 19:33

    본문

    새문장 2기 송희구


    “하나의 지식이 천명의 생명을 살린다” 징비록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문장이다.

    이 문장은 해외 어느 대학 도서관의 표어이다. 그만큼 한 명의 지식인을 강조한 문장이다. 12척의 이순신 장군은 조선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바로 한 명의 위인이 하나의 나라를 구한 것이다.

    위대한 지식인과 한 명의 위인 그들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나는 퇴근 후 매일 밤 힘든지도 모른 채 책상에 앉았다.

    첫 번째 새 문장에서의 구운몽은 나를 찾고 싶은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징비록은 나와 정면으로 마주쳤던 시간이었다.

    그만큼 진심이었고 치열했다.


    1592년 임진왜란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황무지로 만들어 버렸다. 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은 위기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이념정치가 주류였으며 국가의 체계는 무너진지 오래되었다.

    일어나고 있는 정세를 보이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용기는 없었으며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두려움의 덫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두려움의 덫에서 유일하게 한 명의 위인은 달랐다. 그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보려는 용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나를 직접적으로 대면했다.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었으며 용모가 단정하고 성품이 조심스러워서 마치 몸을 닦고 언행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다. 그러나 내면에 담력을 가지고 있어 자기 자신을 잊고 나라를 위해 죽었으니, 이는 바로 평소에 그가 자신을 함양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51p


    나는 그동안 많은 정답들을 “우리”에서 찾았다. 집단이나 소속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구체적인 구조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고 그 안에서 파생되어 가는 것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징비록을 읽으면서 나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함양되지 못했던 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체보다는 타협에 더 가까웠고, 창의보다는 관념에 더 가까웠고, 독립보다는 공동체가 더 가까웠다. 타협과 관념과 공동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나로서 살아가기로 한 이상은 독립, 자발, 창의, 용기의 덕목을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한 명의 위대한 지식인과 위인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직시했던 용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 용기는 수많은 연구의 실패나, 개인적 좌절 같은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고 거기서부터 다른 길을 만들어 내는 유연함을 함양시켰을 거라 생각된다.

    지금 나는 내가 죽고 나라를 살리겠다느니, 큰 뜻을 품고 정진하겠다느니 하는 큰 이상을 꿈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에 임진왜란이 발병했던 것과 같이 내 안의 임진왜란이 언제 어디서 올지 아무도 모른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이든 나 자신이든 지극히 현실적이고 작은 것부터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보려는 용기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려는 진중함과 숙고와 같은 나 자신을 함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나와의 징비록이다.


    그러면 언제 올지 모르는 왜란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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