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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2기] 너는 지금 순간을 살고 있는가 (구운몽 - 김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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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희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860회   작성일Date 24-02-13 22:21

    본문

    너는 지금 순간을 살고 있는가


    송희구


    구운몽은 내게 수련의 기간 이자 고통의 시간이었다. 고전에서만 느껴지는 그때의 향기와 그때의 언어들과 그 시대로 들어가 보고자 하는 나의 노력들이 수련이자 고통이었다.

    감히 위로해 보자면, 유배지에서 쓸쓸히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글을 썼던 김만중 선생의 고독함이 내게는 위로였으라,

    ‘멀리 어머님께서 아들을 그리며 눈물 흘리실 것을 생각하니 하나는 죽어 이별이요, 하나는 생이별이라. 또 글을 지어 부쳐서 윤 씨 부인의 소일거리를 삼게 하였는데 그 글의 요지는 일체의 부귀영화가 모든 몽환이라는 것이었으니 또한 부군이 뜻을 넓히고 슬픔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책에는 저자의 영과 혼이 담겨있으니 저자의 그 순간과 마음과 대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구운몽을 읽는 내내 유배지에서의 김만중 선생의 순간들을 마주하려 애썼다.

    아마 그 처절한 순간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글로써 자기의 이야기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읽는 내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너는 지금 그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냐.

    지나간 과거와 지금의 현실과 이상의 미래 속에서 어떤 고삐를 잡고 가고 있는 것이냐

    혹시 이리저리 방황하며 피상적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냐 마치, 김만중 선생이 꾸짖는 것과 같이 마음이 동요되었다.

    공명부귀에 지배당하고 있는 헛헛한 마음을 일장춘몽으로 돌려보낸다는 말이 정확했다.

    깊이 성찰해 보면 그동안 독서를 했던 이유들은, 모두 공명부귀하고 싶다는 저 깊은 무의식이 나를 움직이지 않았겠는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문고전과 판타지는 멀리하고 가장 현실과 가까운 돈과 재물을 이야기하는 주제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아마 구운몽을 읽는 순간들이 내게는 처음의 경험이었고 문장들과 이야기들에 적응하는 그 시간들이 수련이라고 생각될 만큼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쉽게 해석하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의 삶에서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이상의 삶을 꿈꾸는 것이 어렵지 않았겠는가.

    나는 구체의 영역에서 추상의 영역이 독립과 창의를 가져다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추상의 영역으로 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용기’의 덕목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영역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 오버랩 되는 김만중 선생의 그 순간 자신과 어머니를 위해 글을 쓴 구운몽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구운몽은 양소유가 여덟 명의 선녀와 인간 세상에서 겪는 고전 소설이었을 줄 안다. 다만 나에게는, 구운몽은 양소유는 덧없음 이었고 여덟 명의 선녀들은 바람이었다.

    인간 세상에서 펼쳐지는 만남과 희로애락들이 유배지에서의 깊은 고독과 외로움을 빗대어 설명하는 순간들 같았고 그 순간들 안에서 ‘나’다움이 함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자존이다, 믿음이다, 성공이다 하는 것들은 모두 나에게서 나온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들을 그동안 저 멀리 깊은 곳에 있는 줄 알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것이 공명부귀 덕목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구운몽을 읽고 난 후 알게 되었다. 어디에도 공명부귀는 없다.

    오로지 그 자신에게 있을 뿐 구운몽의 소설이 나에게 던진 질문은 이렇다.

    ‘너는 지금 순간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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