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로그인
  • 참여
  • 책 읽고 건너가기
  • 참여

    책 읽고 건너가기



    새말새몸짓 책 읽고 건너가기의 참여자 게시판입니다.

    매월 선정된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글귀, 독후감, 그림 등을 올려주세요.

    , 글은 300이내로 올려주세요



    [새문장 2기] 여행, 호기심 그리고 자기초월 (열하일기 - 박지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정재윤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218회   작성일Date 24-06-12 06:26

    본문

    여행, 호기심 그리고 자기초월

     


    정재윤


     

    잠재력이란 무엇인가? 존재에게 아직 발현되지 않고 내재된 어떠한 능력이다. 환경, 의지, 운에 따라 가진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얼마나 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간의 뇌가 활성화되는 순간은 일상과 다른 배치, 상황, 사건과 마주할 때다. 또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존재 유무도 모른 채, 그저 구석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 우리는 무엇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한 싹 틔울 수 있을까?

     

    호기심,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려는 욕구. 열린 눈과 마음으로 무엇이든 알려는 자세. 새로움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욕망. 인간 발달의 모든 면과 연관되어 있는 호기심은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듯, 호기심의 발현은 내적 충만함을 갈구하는 존재의 방향이 본능적으로 호기심의 대상을 향해 가닿는 것이다.

     

    여기, 인간 호기심의 보고가 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이것은 조선이라는 폐쇄적 울타리에 갇혀 있던 한 선비가 대륙의 광활한 시공간을 만나 한껏 기지개를 펼치는 생생한 여정의 기록이다. 열하일기에는 한 인간의 천재성이 폭발적인 호기심에 용해되어 논리, 통찰, 역설, 은유, 유머 모두를 높은 경지로 구사하는 당시 가장 진보한 인간의 사유가 펼쳐진다. 여행의 풍광은 은유와 수사를 통해 명문장으로 그려지며, 새로운 제도와 문물은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하는 철학으로 정립되며, 지식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통해 지혜로 승화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를 깨우치는 경지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호기심으로만 이 모든 게 가능한 걸까? 호기심은 어떻게 인간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할까?

     

    잠재력의 발현은 호기심으로 촉발된다. 그 호기심을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져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는 것. 치열함으로 성숙한 존재가 되는 것.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전의 자신을 초극하는 것. 이것이 자기초월이다. 조선에서부터 연경, 연경에서 열하, 다시 조선으로의 여정은 조선의 선비 박지원을 넘어 사상가, 역사가, 대문호가 되는 자기초월의 과정이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사유하고, 통찰하고, 이 모든 걸 글로 엮은 열하일기는 곧 자기초월의 기록이다. 호기심은 자기 초월로 귀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열하일기를 통해 그 활발발한 호기심 모두를 자기초월로 승화시키는 존재를 목격한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며, 고정된 것에 머물지 않으며, 익숙함에서 벗어나려는 호기심의 발동은 카오스다. 카오스는 혼돈의 에너지다. 혼돈의 에너지에 맞서는 힘. 호기심에는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미약한 에너지는 호기심을 잠재운다. 호기심이 많고 강해도 실천할 용기가 없다면 잡념일 뿐이다. 호기심은 창조의 어머니다. 호기심을 창조로 귀결하는 일련의 과정은 존재가 빚어내는 고유한 에너지의 응축이다. 하여, 창조자에겐 호기심을 진전시킬 불꽃같은 열정. 결실 맺을 숯불 같은 끈기가 필요하다. 지성과 더불어 연암의 타고난 체력, 열정은 축복이었다. 그러한 존재는 필연적으로 창조자가 되어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

     

    호기심은 도처에 있다. 하나 동하지 않으면 어디도 없다. 일상의 무기력과 익숙함으로부터 호기심의 바다로 빠지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인간은 멀고 낯선 세계를 향할 때 잠든 호기심을 발동한다. 무정주성(無政府性)이 높아질수록 호기심은 강해진다. 극도로 정제된 현대인은 미지의 세계를 갈구하는 본능을 따라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어떤 이는 여행을 통해 소비를 꾀하고, 어떤 이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넘어선다. 열하일기에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경지의 여행이 있다. 호기심은 자기초월의 동력이 되어 연암의 잠재력을 뿜어냈다. 6개월의 여정은 무수한 정반합의 시공간이었다. 귀향길, 연암의 봇짐에는 종이 더미만 수북했다. 거기엔 변증법적 자기초월의 산물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것은 나라와 백성 그리고 후대까지 영감을 주는 지성의 금은보화였다한 존재의 자기초월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잠재력을 끌어내며 세상을 밝힌다. 열하일기는 건너가는 인간이 빚어낸 지고의 가치다.

     

    열하일기로 깨달은 여행, 호기심 그리고 자기초월.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어떤 상황에도 건너갈 수 있는가!

    장대한 연암의 거울로 미미한 나를 비춘다.




    52498c2f90e96f88751f27a2151e3d01_1718141167_4401.jpg

    추천6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