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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2기] 생의 동력_순수욕망을 찾아서(구운몽, 김만중)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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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선영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1,881회   작성일Date 24-02-14 20:45

    본문

    생의 동력_순수욕망을 찾아서

     

    새문장 2기 이선영

     

        20018, 나는 인도에 있었다. 영화 속 인도 풍경과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의 문장홀려 엘리스가 토끼 굴로 뛰어들듯 인도 속으로 빠져들었다

    꿈꾸던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지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무지개 구름을 타고 부유하듯 황홀한 한 달을 보냈다. 그러나 떠날 무렵, 뽀얀 황홀함에 잿빛 물감이 

    떨어졌다. 인도사람들이 내게 보인 관심은 흥미로운 대화꺼리에서 듣기 싫은 참견으로, 소와 자동차, 행인이 한데 뒤섞인 거리의 자유분방함은 무질서와 혼란으로

    느껴졌다. 어지럽고 불편한 마음으로 탈출하듯 인도를 빠져나왔다. 원했던 여행이 정점을 지나자 쾌()는 불쾌(不快), ()는 불호(不好)로 변질되었다

    애초부터 내가 원했던 것이 환상이어서 실체를 목격하고는 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욕망과 실현 사이의 간극! 꿈틀대는 욕망이 깃들어 자라는 마음의 영역과 물질

    세계가 생생히 드러나는 현실의 영역 사이에서 나는 어떤 포즈를 취했어야 했나? 이후로도 원했던 바를 이루고도 충만치 않고 오히려 공허나 적막감이 마음에 

    스멀거려 당황했던 적이 있다.

      옛 기억이 부력을 받아 사유의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소설 구운몽을 읽으며 만난 두 인물, 다르되 같은 성진과 소유를 통해서다. 불생불멸의 도를 얻어 

    속세의 고락을 뛰어넘으려는 수행자 성진과 세상 부귀와 무궁한 쾌락의 최고 정점을 누린 소유’.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 육관대사의 

    물음이 너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로 들렸고 성진과 소유라는 양 대극점 사이에서 다시 내게 물었다. 나를 살게 하는 진짜 욕망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욕망_물질과 정신 사이의 줄타기

       양쪽에 단단히 묶여 있는 줄타기용 줄을 상상해 보자. 쪽은 돈, 명예, 풍류와 정욕 등 우리가 바라는 온갖 풍요와 부귀영화를 누리는 물질세계에 기둥을 

    박아 줄을 묶었다. 여기에 능력자 소유가 서 있다. 다른 쪽에는 몸의 수행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며 그 뜻을 세우는 정신세계에 기둥을 박아 줄을 묶었다

    저기에 수행자 성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이쪽과 저쪽을 팽팽하게 이은 줄 위를 어떤 이가 아슬아슬 걷는다. 그는 탐욕을 내려놓고 도의 깨달음,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성진의 편을 향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권세와 물질의 풍요를 누리며 쾌락을 즐기는 소유의 편으로 건너가기도 한다. 한쪽에 머물러있지 

    못 하고 이쪽과 저쪽을 계속 왔다 갔다 한다.

       (P17) “도가 비록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뛰어난 수행자 성진조차 흔들려 반대편의 소유로 사는 춘몽에 취한다. (P245) ‘승상이 스스로 옥퉁소를 

    잡아 쥐어 소리를 부니 오열하여 애원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였다.’ “오늘 퉁소소리는 옛날 퉁소소리가 아니로소이다.” 소유가 누려온 풍요의 쾌감은 사라지고 

    슬픔과 공허가 그득하다. 양측의 대표 선수조차 오락가락하며 무소유와 소유, 정신과 물질 사이의 욕망을 오간다. 계속 흔들리는 까닭은 우리가 욕망의 

    존재이며 그 욕망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순수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다룰 수 있어야 존재적 평온함은 온다.

       욕망은 개인이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 하거나 특정한 상태에 도달하고 싶어 하는 강렬한 감정이나 욕구를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행하여 실현시키는, 즉 자기를 찾는 열쇠이자 자신이 되는 몸부림이다. 욕망은 성취의 불씨가 되기도 하지만 파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원하기만 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현의 기본조건인 자원, 기회, 건강이 충족되고 더 나아가 의지력과 자기 인식을 포함한 개인의 능력까지 충족되어야 

    한다. 외부 환경과 개인의 내부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는 게 판타지 소설에서야 쉽지 어디 현실에서 그런가? 더구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욕망이 진정 

    자신의 것인지 조차 헷갈린다. 물질과 정신의 욕망 사이에서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손을 뻗어 스스로 고립의 지옥문을 열기도 한다.

     

       대극에서 조화의 방향으로!

       성진과 소유의 생. 물질 풍요는 마음에 공허함을 일으키고 현실 성취 없는 충만한 마음은 정신 승리 혹은 적막을 부른다. 머리 깎고 중이 될 수도 초능력자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욕망의 줄을 아름답게 타는 인생 고수가 될 수 있을까? 둘 사이의 조화인 균형점을 찾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먼저, 자기 욕망의 방향을 정한다. 정신계 성진이 있는 저쪽과 물질 욕망의 현실계 소유가 있는 이쪽을 양 끝점으로 두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선 후

    고개를 들어 올려 욕망의 방향대로 공중에 점 한 개를 찍는다. 균형이라는 삶의 기예를 닦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2차원의 밧줄을 벗어나 공중으로 

    뛰어 올라 3차원의 입체감을 생성하는 나만의 균형점을 창조하는 행위다.

       제3의 점은 자기 욕망의 방향을 알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해야 만 그 방위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가? 이 욕망은 어디에서 왔는가? 내 욕망의 실체는 어떠한가? 자기 질문의 생성과 그 답을 축적해가면서 욕망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통제력을 갖는다. 이것을 통과하여 남은 순수한 욕망은 생을 활기차게 사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생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두 개의 점을 이은 선이 

    공중의 어느 곳에 점을 찍어 세 개의 점이 연결된 삼각형의 평면으로 확장되어 삶의 충만한 만족감을, 생의 전율을 상승시키는 욕망의 방향이 된다

    그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소설 구운몽의 인물 중 자신의 순수한 욕망의 방향을 알고 제3의 점을 찍은 것은 성진소유가 아닌 팔선녀다. 조선시대에 이런 여성들이 

    있었을까? 시대를 뛰어넘어 자기 욕망을 진취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여성의 모습이다. 팔선녀는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통하며 모두가 원하는 조화로운 상생의 관계를 형성해 공동체를 이루었다. 자기 욕망을 실현시키는 동시에 구성원의 욕망과도 균형을 이룬 좋은 예이다

    정신의 세계와 물질세계에서 균형을 잡고 원하는 바를 성취한 팔선녀는 결국 성진과 함께 극락의 세계로 갈 수 있었다.

     

       내안의 순수 욕망

       자기 욕망을 알고 세상과 연결하며 한 발씩 인생의 경로를 그려 나가는 일. 욕망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면 생을 지속시키는 생명의 에너지를 내 안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 속에 순수 욕망의 씨앗을 심어 보자. 그것이 발아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또 다시 씨앗을 남긴다

    생을 지속하는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순수 욕망의 자가 발전소를 내 안에 세워보자.

       욕망과 능력의 변주곡을 완성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독립적 주체를 키우는 학교를 설립하고 싶은 . 나는 어떤 동기로 이 욕망을 품었을까? 욕망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이것은 공동체를 위한 것일까? 지금 상상하고 있는 모습을 실현시킬 능력은 있는 걸까?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 끝나지 

    않는 질문들이 꼬리잡기를 한다. 오늘도 잠을 설치겠다는 예감이 든다. 후덜덜~ 생각의 폭죽이 터지며 밤새도록 지구 내부 핵에서 우주의 끝까지 다녀올 

    심산이군. 그럼에도 이런 몸부림이 내 세계의 확장, 순수 욕망이 실현되는 탁월한 여정일거라 믿는 건 지나친 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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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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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민님의 댓글

    노경민 작성일 Date

    구운몽은 재미 없어보여서 읽고 싶지도 않은데요. 선영님 글은 소녀 감성이 듬뿍 묻어나 있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며,  15살 소년이 된 꿈을 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