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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2기] 나를 찾는 여정(구운몽-서포 김만중)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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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강민서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868회   작성일Date 24-02-14 00:02

    본문

    나를 찾는 여정

     

    욕망과 윤회

    서역에서 온 육관대사는 불법을 전파하기 위해 중국 남악 형산에 절을 세우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한다. 그 중에서 뛰어난 제자인 성진에게 큰 기대를 걸었으나, 성진이 여덟 선녀를 본 후로는 정신이 자못 황홀하여 마음으로 생각하되,

    남자가 세상에 나서 어려서는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서는 요순(堯舜) 같은 임금을 만나, 나면 장수 되고 들면 정승이 되어 비단옷을 입고 옥대를 두르고 궁궐에 조회하고 눈으로 고운 색을 보고 귀로 좋은 소리를 듣고 은택(恩澤)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功名)을 후세에 전함이 또한 대장부의 일이라. 우리 부처의 법문은 한 바리 밥과 한 병 물과 두어 권 경문과 일백여덟 개 염주뿐이라 도가 비록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유발 하라리는,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기존의 상상의 질서 속에서 태어났으며 태어날 때부터 지배적인 신화에 의해 욕망의 형태가 결정된다고 하였던가.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인간 세상에 태어나는 윤회의 벌을 내리지 않았다. 중의 몸으로 몸과 말씀과 뜻을 저버리고 출장입상하여 부귀공명의 삶을 유혹한 것은 다름 아닌 대장부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고 욕망한 자기 자신이다. 욕망에 대한 집착이 곧 윤회의 사슬이다.


    관념과 선입견

    양 처사 부부 나이 쉰에 처음으로 잉태하니 세상에 드문 일이라, 임신한 지 오래되었는데 아이 울음소리 없으니 걱정이다 하거늘 성진이 자기를 이르는 말 같으니, 분명히 양 처사의 자식이 되어 태어날 줄 알고 문득 생각하되,’

    우리는 우리가 욕망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육관대사는 성진에게 양처사의 아들로 태어날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부귀영화에 대한 성진의 욕망과 집착 그러할 것이라는 성진의 선입견이 양소유로서의 삶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관념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그 안에 녹아들 뿐이다. 일체가유심조라 했던가!


    진짜와 가짜

    20,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이름난 사찰을 돌아보는 것과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30살에 나는 배드민턴에 빠져 살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다. 40을 지나 시력 근력 정신력 저하를 경험하며 신체적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는 지금 나는 노화가 두려운 나이를 살고 있다. 꿈 많은 20살을 꿈꾸었던 10대도 나였다. 막막했던 20대를 빨리 지나 30을 살고 싶었던 20살의 나도 나. 또한 그 때의 나는 내가 아니다. 지금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며, 과거의 삶에는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관여함이 있으리오? 네 또 말하되, 인간 세상에서 윤회하는 꿈을 꾸었다 하니 이것은 인간 세상의 꿈이 다르다 함이라. 네 아직 꿈을 온전히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주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인지 분변하지 못했다.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

    꿈에서 깨어난 성진은 꿈속의 양소유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한다. 여전히 꿈과 현실, 양소유와 성진을 분별하고 있다. 불제자 성진은 진짜이면서 가짜다. 성진이 곧 양소유이며 또한 성진도 양소유도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삶은 성진이든 양소유든 한 평생 몽중의 삶을 살다 갈 뿐이므로.


    이 뭣고!

    안다고 생각한 구운몽은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하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마음에 불편함이 없었다. 두 번을 읽어도 알 듯 말 듯 생각이 쉽게 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명확하다 싶으면 흩어지고 이것이다 확신하면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생각을 잡으려고 할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였다. 그럴듯한 답을 찾는 욕심에 고통은 가중되었다.

    구운몽의 돌을 껴안고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아버지, 인생이 뭘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시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살아보고 난 뒤 후회하는 것이 인생이지!”

    아버지는 올해 93세가 되신다.

    스스로 만든 관념과 상에 끌려다니며 욕망에 집착하는 삶, 다 살고 난 뒤 후회하는 인생에는 윤회의 고통이 따를 뿐이다. 수레바퀴가 수레를 따르는 것처럼.

    생사가 경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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