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와 직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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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읽고 있는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직업인으로 성장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지 잘 몰라 지인 몇 명한테 이야기 하면, 딱 이런 이야기가 돌아온다. “직장은 돈 주는 만큼 일하는 곳이야,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되지, 거기에 자아실현이 어디 있냐?” 나 또한 할 말이 없어져, 그렇지.. 라며 고개를 떨군다.
돈키호테는 풍차를 악당이라고 보고 돌격하고, 작은 주막을 성이라고 여기며 기사의 예를 갖춘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풍차를 악당으로 보진 않으니, 돈키호테보다 현실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을수록 허무맹랑하게만 보였던 돈키호테가 점점 멋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기사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덜걱 거리는 갑옷과 낡은 창을 들었을지언정, 세상 정의를 헤치는 모든 것을 향해 돌격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 환경을 탓하지 않고 일단 돌진이다.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돈키호테처럼, 나는 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며 행동하는지 되돌아본다.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득하지만 쳇바퀴 돌 듯 주어진 업무를 반복하며, 관습에 젖어 있다. 내가 그렇지 뭐. 라고 자조 섞인 말도 툭툭 내뱉는다. 생각만 있을 뿐 내 자신을 그렇게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이 회사라서 안 되, 팀장 때문에 안 되 등 온갖 안 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였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다치지 않으니까.
반면 돈키호테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다. 온몸에 부상을 당하기 일 수지만, 괜찮다. 기사로써의 역할을 충분하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떳떳하다.
나 자신을 믿어주는 일. 직장에서의 성장을 비웃는다 해도 내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돈키호테가 주는 용기인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어 라고 혀를 내두르기 전에 일단 책을 펴고 읽어보는 용기도 돈키호테한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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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진석님의 댓글
최진석 작성일 Date돈키호테가 주는 용기를 알아내서, 그것을 소유하게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서상서님의 댓글
서상서 작성일 Date
빅터 프랭클의 <<man’ search for meaning ,죽음의 수용소>> 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16년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본의 아니게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었네요.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 자리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원지을님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