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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석 이사장] <돈키호테와 7월 나기>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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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재익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337회   작성일Date 20-07-13 12:24

    본문

    (최진석 이사장님의 글을 대신하여 올려놓았습니다.)


    <돈키호테와 7월 나기>


    “책 읽고 건너가기” 수련을 잘 하고 계신지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 쓴 자의 길을 신경 써서 따르기도 하고, 거기서 또 내 길까지 찾아서 건너가야 하니 간단치 않은 일이죠. 이 두 가지 일이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의식하고 하나로 만들려고 하면 잘 안 될 것입니다. 우호적인 태도로 그것이 드러날 때까지 읽고 또 읽으면 됩니다. 우호적인 태도의 최고봉이 자비심이며 사랑입니다. 여기서 세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깁니다. 우호적인 태도로 읽으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지요. 어떻게 보면, 그리움을 닦는 일과도 같습니다. 드러날 때를 무심하게 기다립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은 특별한 소식이 없이 그냥 드러납니다. 그래서 행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공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성공(成功)’이라고 하는데, 노자는 ‘공이 이루어진다’ 혹은 ‘공이 드러난다’는 의미에서 ‘공성(功成)’이라고 합니다. 참 일리 있어 보입니다. 『荀子』 「勸學」편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바람과 비를 갖고 싶으면 우선 흙을 쌓아 산을 이루라고 합니다. 그러면, 바람과 비는 거기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이죠. 흙을 쌓고 산을 이루는 수고를 하기만 하면, 바람과 비는 행운처럼 그냥 드러납니다. 우리는 바람과 비를 만들어 갖는 것이 아닙니다. 내 수고를 거쳐 현현하는 그들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무슨 결과든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내게 드러날 때까지 그것이 자리 잡을 마음의 터전을 닦고 또 닦지요. 그래서 심리적인 준비도 중요합니다. 일단 저와 돈키호테를 우호적인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저도 이상하게 들리는데, 여러분은 얼마나 이상하게 들리겠습니까?)


    저도 읽으면서 점점 더 돈키호테가 재밌어집니다.


    어떤 분들은 “책 읽고 건너가기”에 어떻게 참여하냐고 묻습니다. 보조를 맞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참여입니다. 그것만이 참여입니다. 형식적이나마 무슨 강제 장치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일리 있는 말씀들입니다. 그러나 우선은 다른 장치 없이 그냥 자발성 하나를 유일한 강제 장치로 사용합니다. “책 읽고 건너가기”의 유일한 강제 장치는 모든 개별적 주체들의 위대함이 감춰져 있는 “자발성” 하나입니다. 이보다 더 큰 강제 장치가 있으면,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자신에게 드러나는 느낌을 300자 이내로 작성하여,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홈페이지(www.nwna.or.kr)에 올리시는 것도 자발성의 좋은 표현이 됩니다. ‘다른 자발성들’도 구경하고, ‘내 자발성’도 구경시키면, 거기서 또 현현해 오는 특별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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