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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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돈키호테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불굴의 의지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마법으로 합리화하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말도 되지 않는 일에 좌충우돌하는 그를 향한 안타까움에 한숨도 있었고, 후편에서는 진지한 돈키호테를 향해 그의 광증을 불러내는 공작부부 등의 장난질에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돈키호테의 임종을 읽으면서,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읽혔던 기사도 책이 왜 하필 돈키호테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스페인 그림책 작가 ‘하비에르 사에스 카스탄’은 “책은 독자를 각자의 머릿속에 자리한 가상의 박물관으로 보내 탐색하도록 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결정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기사도 책을 읽으며 돈키호테는 그가 살아온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기억들이 쌓여있는 머릿속 가상의 박물관에서 길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의 박물관 속 망상이 이끄는 대로 정의구현을 향한 돈키호테의 용기와 질주는 번번이 웃음거리가 되고 고통만을 남기곤 했다. 생각이 있는 누구든 한번쯤은 돈키호테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직도, 내안의 돈키호테는 순수함과 어리석음의 경계, 고립과 타협의 경계, 용기와 만용의 경계에 서서 탐색만 한다. 내 머릿속 가상의 박물관이 책을 만났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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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님의 댓글
최진석 작성일 Date우리가 하고 있는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아주경제신문>에서 오늘자에 기사로 다뤄주었는데, 그 제목을 이렇게 뽑았더군요. "당신 속의 돈키호테, 지금 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