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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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느끼고는 있었으나 의식하지 못했던 무엇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혁명(?)은 많은 동물들에게 잠시나마 해방감을 주었지만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지배세력에 자신들의 자유를 기꺼이 저당 잡힌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그들이 바라는 건 그런 일들이었다. 부족한 것들에 대한 갈증. 그러나 그것은 결코 미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했다. 만약에 돼지들이 야생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익숙한 삶을 버리고 무엇이 있을지 모를 새로운 곳을 향해.. 동물들은 아마도 두려워했거나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돼지들조차 농장은 떠날 수 없는 중요한 삶의 터전이었다.
어떻게 감히 그 농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책 속의 복서의 캐릭터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인물과 같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바에 늘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을 스스로 추구했다. 그는 어느 날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크게 다치게 되고 누군가에 의해 의도 된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동물 농장 내에 많은 동물들은 복서가 나폴레옹의 관심 속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게 된다.
그리고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위스키 상자 하나 값으로 묻혀 버리고 만다.
후에 클로버와 벤저민만이 그 현장을 기억할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느꼈던 건 내 자신이 동물농장 속 캐릭터라면 나폴레옹이나 다른 돼지들의 위치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물 농장은 자신들의 눈부신 과업일 것이다. 두 발이 다시 네 발보다 더 좋아질 수 있었던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이러한 위업은 암소의 우유가 담긴 양철통이 사라졌을 때부터 이미 예견해 볼 수 있었다.
“우유에 신경 쓸 거 없소, 동무들!” 나폴레옹이 우유 양동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유 걱정은 하지 말아요. 건초 수확이 더 중요합니다. 스노볼 동무가 여러분을 인도할 거요. 난 좀 이따 뒤따라가겠소. 자 동무들 앞으로! 풀밭이 기다리고 있소.”p29_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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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 농장이란 소설은 작가 조지 오웰에겐 미해결 사건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등장캐릭터들이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었다면 이 책은 결코 한 편의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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