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페스트를 읽은 한 줄 소회(素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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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가 주관하는 "새말 새몸짓(http://nwna.or.kr/index.php)"은 매월 책 한권을 추천하고 간단한 소감을 홈페이지에 올릴 것을 권장한다. 아래는 9월의 책으로 추천한 "페스트"를 읽고 올린 글이다. 이 책은 ebook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카뮈의 페스트를 읽은 한 줄 소회(素懷):
많은 사람들은 마치 페스트가 만연한 세상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p106):
"(페스트로 인해서) 이제는 더 이상 미래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항상, 말하자면 두 눈을 내리깔고 지내려고 무척 애쓰고 있었다. (중략) 그럼으로 해서 그들은 그 수렁과 절정의 중간 거리에 좌초하여, 갈 바 없는 그날그날과 메마른 추억 속에 버림받은채, 고통의 대지 속에 뿌리박기를 수락하지 않고서는 힘을 얻을 수 없는, 방황하는 망령으로, 산다기 보다는 차라리 둥둥 떠다니고 있다."
아이들 다 키워 내보내고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의 삶이 그러기 쉽다. 흔히 '오랜 노동의 끝에 드디어 즐길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즐기는' 방식이 고작 당구나 치고 막걸리 한 잔에 담소를 즐기는 것의 반복이라면 "방황하는 망령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비단 노인의 삶 뿐만아니라, 청년의 삶도 자칫 "둥둥 떠다니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업이나 직장 생활 혹은 집안 일로 진종일 바쁘드라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없이 하루하루의 삶 속에 갇혀서 허우적된다면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는 "앞으로 있을 재회를 마음에 그리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 "재회"는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작은 이룸(성공)들이면 족하다. 성공은 목표의 결과물이다. 작은 이룸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나아가게 할 것이다. 비록 그 발전이 경제적 성과나 사회적 인정으로 표시되지 않드라도, 홀로 내 안에서 쌓아가는 것으로 우리의 하루는 충분히 보람된 것일 수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승(小乘)의 구도자가 될지라도 우리는 "재회"를 그리면서 나아가야 한다. 강이 넘쳐서 마른 땅을 비옥하게 적실 날을 기다리면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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