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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벤저민'을 주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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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권철민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246회   작성일Date 20-12-17 01:30

    본문

    재미있다. 어린시절 본 만화영화가 생각났다. 아마도 당시에는 반공교육적 목적이 다분한 북한 비꼬기 애니메이션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시의 어린 내 맘에는 북한의 권력자는 모두 돼지 모습이라 상상했다. 또 사실이 그러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지금의 김정은을 보면 결코 틀린 묘사가 아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그 모티브가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난 당시에 이 소설이 냉전시대의 산물로 생각했다. 그런데 냉전이 종식된 지금에도 고전으로 계속 남아 있다니. 무슨일인가?

    이번 달에 최진석 교수의 건너가기 캠페인(?)으로 추천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들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무게를 벗어나기는 어려우리라. 30여권 voice book으로 읽었던 우리나라 근대소설들도 모두 일제시대하 어려웠던 민중의 삶,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피맺힌 사연, 그속에서 갈등하는 지식인 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통해 시대를 엿볼 수 있다는 반증이다.

    동물농장은 1945년에 출간되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어 판 서문에서 1937년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영국으로 돌아온 이후 소비에트 신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려 했고, 그러던 어느날 커다란 짐마차를 모는 열살 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말을 계속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동물 착취와 부자의 노동자 계급 착취가 같다는 생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로 부터 6년이 지난 1943년 이고, 바로 그해에는 2차대전을 끝내기위해 미국, 영국, 소련의 세 정상이 테헤란에 모여 회담을 하는 때였다. 또 초판에 넣으려 했다가 포함되지 않은 그의 서문 타자 원고를 보면 책을 쓰고 발간을 거부한 세개 출판사와 출판하려다 영국정부로 부터 출판이 통제된 이야기를 남기며 언론의 자유를 문제 삼고 있다.

    당시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943년이라는 시대상황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연합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소련은 독일의 공격을 스탈린그라드에서 막아내고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었고, 일본의 태평양전선에서는 미국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하지만 어렵게 전선을 일본 본토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으며, 중국은 일본군과 힘든 전투를 지속하는 중이었다. 소련은 1917년 10월 혁명으로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된 후 1921년 부터 레닌의 통치권이 약해지게 되면서 스탈린이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하였고, 1924년 비로서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이후 그는 한 때 동지였던 인사들을 모두 숙청하였다. 그는 후진농업국이었던 소련을 공업화하는데 일정부분 성공하였고, 세계는 이부분을 어느정도 인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성공적이지 못하였고 2차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의 침공을 받고 이를 극복해 낸 후 전쟁을 조기 종결하길 원하던 미국등의 요구로 동부전선에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현재의 북한정권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북괴가 6.25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공범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책을 출판하려던 1943년 영국은 어떻게든 소련이 연합국에 이롭게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고, 그러한 마음은 소련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의 출판을 검열을 통해 제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참 이상하게도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도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지나친 상상력일까?

    길게 아니 정말 짧게 2차대전과 볼세비키혁명 이후의 소련에서의 스탈린 정권을 살펴본 것은 그렇게라도 대략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이 책이 포섭하는 함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공식적으로 비판하기를 꺼리는 사회에서 작가는 우화의 형식으로 철저히 소련정권을 비웃었던 것이고, 경고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서 성공한 혁명은 더이상 혁명이 아닌 이유를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쿠바혁명후의 체게바라와 피델카스트로,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 이야기속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오버랩 된다. 어쩌면 혁명정신은 위대할 지 모르지만 성공한 혁명은 위대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재미있는 우화는 고전이다. 현재도 살아서 진실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노자를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덕경의 핵심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無爲自然이다. 수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적 행위를 부정하고,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천지가 보여주는 일관성(道)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혁명정신은 無不爲의 爲이고, 성공한 혁명은 無爲의 爲인 것이리라!

    대한민국은 어디에 기초할까? 나는 3·1운동에서 비롯된다고 이해한다. 3·1 이후라야 우리는 겨우 국가와 국민을 조금 이야기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신이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이어졌다고 믿는다. 비로서 헌법을 가진 근대적 의미의 국가와 그 국민이 된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 그렇더라도 한번 되짚어보면 만약 대한민국으로 건국되지 않고, 소련 영향하에 공산주의 국가로 건국되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재미있는 상상이자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선택했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든 현재의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한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인류보편의 가치를 천부적인 권리로 누리고 있다. 개개인의 삶은 완벽하지 않을 지 몰라도 말이다.

    이야기 속 '나폴레옹'은 혁명의 주도세력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물들을 학대하던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혁명가에 불과했다. 우리 모두는 결국 '나폴레옹'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나귀 '벤저민'을 주목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현실과 인간본성을 보고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무지한 양들이나 '복서'가 되면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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