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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2기] 요동의 넓은 벌판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열하일기-연암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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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희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777회   작성일Date 24-06-19 13:13

    본문

    요동 벌은 아득히 드넓고 기름진 대평원이고 산해 관까지의 1,200리의 길이 하늘과 맞닿은 땅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굉장히 광활한 곳이다. 연암은 바로 이곳을 지나가면서 천하의 명문장을 남기게 된다.

    , 참 좋은 울음 터로다. 크게 한번 울어 볼 만한 장소로구나!”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캄캄하여 갑갑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넓고 훤한 곳에 나와 손을 펴고 발을 쭉 펴니 그 마음이 시원할진대, 어찌 한마디 참된 소리를 내어 자기 마음을 크게 떨치지 못하겠는가.”

    그 아기가 드디어 요동 벌판을 시작으로 하는 드넓은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열하일기가 주는 매력은 바로 책을 읽는 내내 숨이 탁! 트이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지금 나는 겉으로는 넓디넓은 땅과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안에 협소한 나머지 자기 안에 갇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모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협소한 사고와 틀을 드넓은 요동의 벌판으로 데려가 준 열하일기, 나의 내면을 숨 쉬게 해준 열하일기의 박지원 선생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였다.

    박지원 선생은 보는 것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들리는 것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져지는 것을 만져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각과 청각과 촉각 다음에 내면의 자기를 만나 대화를 하는데 이것을 나는 지각이라고 할 것이다지각이 북학의를 창시했고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도움이 될 일이라면 오랑캐의 것이라도 받아들인다는 정신을 만들었을 것이다.

    감각 다음에 지각 어떤 것을 보면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어떤 것이 있는지 보려고 하는 지적 수고내가 박지원 선생을 궁금함에 넘어서 지각해 본 결과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는 부지런함을 가지고 있었다.

    저 넓은 요동의 벌판에서 감각적인 시선에만 머물러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감각 이전에 본능적 시선에만 머물렀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각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오랑캐라고 일컫는 그때 이면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것을 보려는 지각은 박지원 선생뿐 아니라 이전에 읽었던 김만중 선생과 류성룡 선생이 내 사유의 공간 안에 들어왔다.

    그들은 그 시절 본능과 감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아니 아마 감각에만 머무르지 않으려 발버둥 쳤을 것이다. 그 발버둥이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했을 것이다.


    그 발버둥의 감탄의 흐름이 저절로 나에게 넘어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 시절 요동의 넓은 벌판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지금 시대에 한복판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청나라의 앞선 문명을 배워 우리나라의 힘을 키우자는 생각과 오랑캐의 나라는 거들떠 보기도 싫다는 생각 그 두 생각 사이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세계에서 무엇을 보는 것도 생각을 하는 것도 지금 시대에는 투쟁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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