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장] 세일즈맨의 죽음_아서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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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비프>“난 언제나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집에 와서 보면 내가 한 일이라곤 인생을 허비한 것밖에 없다고.”
이 말 한마디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어, 나도 이랬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게 된 학창시절 나의 이야기다. 늘 무언가를 갈구하며 다짐하고 다짐하며 열심히 살아 냈지만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였다. 그래서 공허하고 허탈함에 좌절하기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저런 일로 또는 관성의 법칙으로 다시 일어나 도전하기를 반복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두루 겪으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했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 살아본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으로 이어진 삶은 그래서 불안하다. 이 불안함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 같아 비프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 성공비결
<윌리-벤의 성공비결>“비결이 어디 있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가서 쟁취한 거지... 세상은 굴 껍질이야. 침대 위에서는 그걸 깨서 속살을 먹을 수가 없어!”
‘아무렴~ 그렇고 말고’ 이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뭔가를 얻으려면 도전하고 행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알고 쟁취하는 것이다. 목적 없이 나섰다가는 인생을 허비하고 만다. 효율적인 삶을 살고 싶거나 성공하는 지름길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조금씩 흐릿하게나마 지금은 내가 원하는 것의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어도 나는 침대 위에서 굴 껍질을 까먹겠다고 허황된 꿈을 꾸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발견했다면 움직여라’
▶ 우리는 모두 관심 받아야 할 한 인간
<린다>“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 많은 사람들이 그가 균형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한단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이 아니어도 그이의 문제가 뭔지는 쉽게 알 수 있어. 그이는 지친거야”
린다가 표현한 윌리 로먼은 이 시대의 나의 자화상이다.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엄청나게 뭔가 이룬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렇다고 아주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윌리와 다른 것은 아직 지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균형을 잃고 헤매진 않았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균형이 깨지면 무너질 수 있겠다는 것에는 매우 공감한다. 그래서 린다의 관심(사랑)을 받고 관심(사랑)을 주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찬사를 보낸다. 사랑을 할줄 아는자만이 사랑을 받아본 자만이 지쳐서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프>“아버지는 진실을 알아야만 해요. 아버지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비프>“아버지가 저를 너무 띄워 놓으신 탓에 저는 남에게 명령받는 자리에서 일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누구 잘못이겠어요!”
<비프>“제발 절 좀 놓아주세요. 예? 더 큰일이 나기 전에 그 거짓된 꿈을 태워 없앨 수 없나요?”
비프는 무너져가는 아버지와 자신에게 어떤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것일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점점 낙오되고 있다는 거.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 비프와 해피가 윌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능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거 등등. 윌리는 남들에게 그럴듯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리플리 증후군처럼 성공한 버나드에게 자신의 아들들이 능력있고 꽤 큰 사업을 계획중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윌리의 허황된 욕심은 비프와 해피에게 족쇠가 되어 함께 무너져 간다. 우리는 때로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산다. 그 기대에 부흥하려고 자신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누구와의 비교 없이 오롯이 나로 인정받는 삶을 산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내 자신을 당당히 마주해 보자.
▶ 발달과업
<비프>“전 캔자스시티에서 양복 한 벌을 훔쳤다가 감옥에 들어가 있었어요”
어디서부터 비프의 인생이 꼬여버렸던 것일까? 처음 비프가 로커룸에서 공을 훔쳐 왔을 때 윌리가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고 따끔하게 훈육을 하였더라면, 여자들을 거칠게 대하고 면허증 없이 차를 몰았을 때 윌리와 린다가 적극적으로 행동교정을 해주었더라면, 버나드가 수 차례 수학을 낙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귀담아 듣고 낙제가 되지 않게 노력했더라면... 정작 비프가 성장하면서 꼭 배워야 할 발달과업의 요소들을 윌리는 비프의 쭉빠진 외모와 운동실력, 기백과 개성을 내세워 간과해 버렸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인생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때에 맞는 발달과업을 이루어야 한다.
<비프>“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왜 여기 사무실에서 무시당하고 애걸해 가며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건 저 밖으로 나가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그때를 기다리는 건데! 전 왜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거죠, 아버지?”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그 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나서야 한다. 용기가 없는 비프. 지금 비프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에 갇혀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그래도 서서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비프가 좀 더 용기를 내어 자신과 마주하여 당당해 지는 그날까지 응원한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린다>“여보.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오늘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이제 우리는 빚진 것도 없이 자유로운데...”
25년간 주택 할부, 냉장고 할부, 자동차 할부 등등 할부금과 맞바꿔버린 윌리의 인생. 린다와 윌리에게 족쇠는 할부금이었다. 비프와 해피의 할부금은 아마도 부모님이 거는 기대였을 것이다. 그 무게에 눌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히 찾아나서지 못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나에게 갚아 할 할부금은 무엇일까? 갚아야 할부금에서 이제는 벗어나 보자. 내 욕망이, 내 본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제는 도전해보자.
1920년대 미국의 보편적인 가정에서의 문제의식이 현대를 사는 내 삶에서도 충분히 설명되었다. 그래서 이책이 놀랍고 위대해 보인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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