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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로서 살아있게 하는 것 (나를 보내지 마_가즈오 이시구로)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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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배민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9회   작성일Date 25-08-14 01:19

    본문

    프롤로그....

     

    몇 년 전 이 영화를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접한 적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스타일, 화면속 배경등이 너무나 영국적이었고, 고급져 보이는 영상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관람하게 하였다. 영국의 소년, 소녀들의 학창시절을 그린 성장드라마인가보다 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 전개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후 이 영화의 쓸쓸하고도 공허한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에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러다가 이번 책읽기를 통해 그 영화의 원작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결말을 아는 나로서는 복제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처분이라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로 결론을 내어 버리고 능동이 아닌 수동적으로 읽어내려간 터라 지리하게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으면서 1회독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급기야 모든 것을 단절하고 몰입하여 읽기를 시작하였다. 읽다보니 어느새 캐시가 되어 행간의 숨소리조차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캐시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내가 존재했던 그 수 많은 나날들에 대한 기억들과 끊임없이 오버랩되어 존재로서 살아있게 하는 것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되었다.

     

    목적을 부여받고 태어난 아이들

    복제인간으로 태어난 아이들, 아니 쓰임이 정해져 처음부터 장기공급원이라는 목적실현을 위해 태어난 클론. 캐시, 루스, 토미를 비롯한 헤일셤의 아이들. 이들의 삶은 캐시의 섬세한 서사에 의한 감정선들에 따라 생생하게 이입된다. 캐시의 기억으로 복원된 헤일셤의 일상들은 여느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일 뿐이다. 우정, 사랑, 질투, 연대 등 그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소한 사건들. 캐시는 자신이 경험했던 삶에 대해 담담히 그려낼 뿐인데 독자로 하여금 서서히 동정과 연민을 이끌어낸다. 아마도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목적이 부여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클론이라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리라.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삶,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을 보다 못한 루시선생님은 아이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자신들이 장기기증의 목적으로 길러진다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정작 아이들은 관심이 없다. 루시선생님의 이러한 행동은 인간들처럼 모든 감정을 느끼고 예술적 창조 까지 해내는 영혼이 있는 클론들이 화가 나도록 가여운 존재로서 인식되며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헤일셤의 비윤리적인 운영방식에 대한 최선의 행동이자 반란이였다.

     

    근원자에 대한 동경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

    지난 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수없이 에 대해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기억을 되살렸다. 그 기억의 회귀는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아버지의 몸짓, 표정, 말투 하나하나까지 되살려내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왜냐면 우리 가족 중 내가 제일 많이 아버지를 닮았기에 아버지를 통해서 의 근본을 찾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러한 생각들이 근원자에 대한 동경이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아버지의 삶에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발견하고 싶었다.

    캐시, 루스, 토미가 헤일셤을 떠나 사회로 나가기 전 거치는 기관 코티지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근원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코티지에서의 삶은 퉁명스러운 노인 케퍼스의 무관심한 관리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전개되는 성장의 과정으로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 헤일셤 시절 배웠던 분실물센터로 통용되었던 노퍽이라는 곳을 여행하면서 근원자의 실체에 대해 깨달은 루스도, 강한 성욕 때문에 포르노 잡지를 뒤지며 자신의 근원자를 찾으려던 캐시도 정체성에 대해 환멸을 느끼곤 더 이상 근원자에 대해 매달리지 않게 되었으며 토미는 이 여행을 계기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기능적 완료를 통해 구현된 윤리적 선택

    루스의 진심어린 사과에서 시작된 캐시와 토미 커플은 장기기증의 집행유예를 얻어내기 위한 도전-헤일셤의 관계자(마담)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헤일셤에서의 예술성검증에 대한 실체, 즉 다른 기관에서 사육되는 클론들과 비교하며 더 많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시선생님의 예견처럼 대부분의 기증자들은 중년이전에 삶을 마감했다. 기증하고 죽어간 클론의 삶을 완료라 하였다.

    간병사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캐시는 차로 여행하면서 헤일셤을 회상한다. 과거의 기억은 캐시의 의식속에서 존재로서 살아있게 한다. 언젠가 캐시 또한 기증자로서 완료되겠지만 그동안 기증자의 간병사로서 기능적 완료를 위해 죽어간 클론들을 돌본 경험을 통해 간병사의 역할이 기증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좋은 간병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캐시는 이기심으로 빚어진 장기공급원의 비인간적인 복제인간시스템을 통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윤리를 구현하는 존재로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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