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는 새(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건너다녔다. ‘건너가기’는 모험이다. 그는 모험을 각자의 소명을 가장 숭고하게 실현하는 것이라고 찬양했다. 숭고한 삶의 완성이 모험 없이 가능할까? 지금 자신의 현재를 개선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주조해 낸 과거를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이것은 참회도 하지 않고 니르바나를 원하거나 회개도 하지 않고 천당에 가려는 것과 같다.
***(중략) 대부분의 모험은 떠나기다. 회개도 참회도 다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는 떠나기다. 자기보다 좀 더 클까말까 한 별에 살던 어린왕자는 친구를 가지고 싶었다. 그가 지구라는 별에 와서 여우를 만나 인식의 지평이 열리고 스스로 뱀에게 물려 완성의 경지로 진입하기까지의 전 과정은 이미 친구를 갖고 싶어 한 그 염원을 도약대 삼아 B-612를 떠나는 모험에 이미 다 들어있었다. 이 ‘떠나기’야말로 어린왕자가 도달한 완성의 경지를 모두 품은 건강한 씨앗이다.
*** 모험심은 호기심의 거친 숨결이다. 어린왕자는 한번 물어보면 결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을 정도로 호기심 덩어리였다. 어린이에게 어린이의 시간을 돌려주어 어린이로 자랄 수 있게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 때문이다.
***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사람도 소명으로 키워질 자신 만의 호기심을 마치 사막의 샘처럼 품고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이 보물 같은 샘을 잃은 어른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면서도 자기가 무엇을 찾으러 떠나는지 모르지만, 어린이들만은 자기들이 무엇을 찾는지 안다. 어른들 눈에 하찮아 보이는 헝겊인형이라도 어린이는 자신만의 샘을 출렁거리게 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찾는다. 그래서 결국은 그것을 중요한 것, 자신에게 유일한 것으로 창조해내고 만다. 자기만의 별을 기어이 찾아 갖는다.
*** 어쩌면 사막으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뱀에 물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막에만 샘이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기 안에 숨겨진 샘을 찾기만 하면, 모든 것과 서로 유일한 관계로 길들여질 것이다. 애인 삼만 명을 살리는 별로 반짝일 것이다. 사실은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내 별을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어.
최진석, <'어린왕자'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어 8월의 책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 《광주일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