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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소개] 돈키호테는 자기를 섬긴 사람이자 경계 넘어선 지적 모험가 <광주일보. 2020.08.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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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장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134회   작성일Date 20-08-05 07:16

    본문

    돈키호테는 자기를 섬긴 사람이자 경계 넘어선 지적 모험가
    2020년 08월 05일(수) 00:00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한달에 한권 책읽기’
    05_701326.jpg

    지난 30일 서울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 북토크에서 최진석 서강대 교수와 개그맨 고명환이 대담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함께하는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한 달에 한 권 책 읽기’의 첫 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완독한 이는 별로 없는 ‘돈키호테’는 1, 2권을 합치면 무려 1700쪽에 달하는 ‘벽돌책’이다.

    지난 30일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책 읽고 건너가기 북토크’를 지상중계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완주’에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읽은 ‘돈키호테’를 견줘볼 수 있고,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이라도 ‘북수다’를 통해 돈키호테를 만나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볼 수 있는 기회다.

    이날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대담한 이는 ‘책 읽는 개그맨’ 고명환씨였다. 자신이 읽은, ‘돈키호테’ 두권을 가져온 고 씨는 “SNS에 첫날 책읽는 모습을 올리고, 매일 100쪽을 17일만에 완독해 뿌듯했다. 운영하는 식당 일 하면서, 화장실에서, 버스 기다리며 짬을 내 읽었다”고 했다. 또 “개그맨이다 보니 돈키호테의 상상력과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 부러웠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건너가지 않는 지혜는 죽은 지혜다. 책을 읽은 다음에 힘을 얻어서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 보자”고 했다.

    -고명환=왜 지금 돈키호테를 읽어야하는가.

    ▲최진석=지금 우리 사회엔 돈키호테가 필요하다.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로, 멈추지 않아야한다. 생각도 몸도 멈추지 말아야한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괴물과 싸우면서 또 다른 괴물이 되는 이유는 그 괴물과 싸울 때 가졌던 자기 생각에 그 상태 그대로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괴물과 싸워 이겨낸 후 인간은 계속 이동해야한다.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이동하는 것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질문의 결과다. 그곳은 가 본 적 없고, 이해해 본 적 없는 곳이다. 두렵고 생소하고 겁이 난다. 건너가는 자는 위험을 뒤집어 써야한다. 용기와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는 건너가는 자, 질문을 던지는 자, 삶의 주도권을 가진 자의 이야기다.



    -돈키호테는 어떤 해답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대신 일단 일을 저지르는 것같다.

    ▲해답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려는 것은 결국 아무 일도 안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 일이라는 건 이성적으로 견적이 나오는 게 아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견적이나 이론에 맞춰 발생하지 않는다. 돈키호테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모험을 하라는 게 아니다. 자기가 하는 모험의 행위를 통해서 건너가라는 것이다. 원초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빨 때의 그 염원, 그 영혼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은 건너갈 수 있다. 건너가는 일은 어머니 젖을 빨 때의 염원을 회복하는 것이다.

    ‘덕’은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는 힘, 내 안에만 있는 동물적인 원초적인 힘이다. 돈키호테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사람이 다 좋다고 하는 이런 것에 따르지 말고 모험을 하라는 거다. 우리 삶에서 본다면 직업을 통해서 자기가 자기 덕을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삶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선택하는 건 직업이 아니고, 직장이다. 직업을 선택하면 행복할 수 있고, 성취도 높아진다. 하지만 직장을 선택하면 매일 매일이 행복하기 힘들다. 내 중심으로 선택했느냐, 타인의 시선으로 선택했느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나에게 돈키호테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젊지 않은 나이에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스스로를 행동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많은 용기를 받았다. 후배들에게도 네가 생전 안해본 일, 상관 없는 일을 해보라고 말하곤 한다.

    ▲돈키호테는 ‘책을 읽고 미쳐서 자기를 섬기게 된 사람’이다. 그는 “저는 왕을 제거하지 않고, 세우지도 않습니다. 제가 저의 주인입니다.”라고 말한다. 일단 모험을 하려면 주위의 시선과 자기 습관을 이겨낼 수 있어야한다. 그는 취미였던 사냥을 그만뒀고, 전 재산을 팔았다. 그는 지적인 모험가이자 이미 정해진 많은 이론, 강력한 체계를 넘어선 사람이다. 책을 읽고 넘어서서, 자기한테만 집중하게 됐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서, 삶의 창조주로 만든 사람, 창조의 결과를 쫓아다닌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창조주로 만든 사람이다.

    내 자신을 알고자 노력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눈을 떠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같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가는 건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인식 중 하나지만 꼭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의 발전은 제도적인 문제, 경제적 문제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문명이 더 모험심이 강하고 탐험심이 강하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이론은 모험의 결과다. 질문 자체가 모험이다. 문명의 역시 모험의 결과다. ‘돈키호테’는 모험이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점을 묻기도 한다. 모험하느냐, 모험하지 않느냐, 멈추느냐 이동하느냐, 정지하느냐 변하느냐. 이것이 인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책을 읽고 “나는 어떤 모험을 해봤나” 고민해보고 건너갈, 그 곳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내 눈으로 나를 보지 않고,

    남이 정해놓은 방법을 사랑하고,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비교하니까

    심장이 쭈그러지는 것

    자기는 자기한테만,

    자기 꿈 속으로만 몰아가야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담은 구절은 “진정한 용기를 이길 마법이 있겠는가? 마법사들이 내게서 행운을 앗아 갈 수는 있을지 몰라도 노력과 용기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야.”라는 대목이었다.

    ▲산초가 돈키호테에게 하는 말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라는 글이 마음에 남는다. 왜 심장이 쭈그러지느냐. 내 눈으로 나를 보지 않고, 내 눈을 믿지 않고, 남이 정해놓은 방법을 사랑하고,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비교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그렇게 하는데 심장이 쭈그러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자기는 자기한테만, 자기 꿈 속으로만 몰아가야한다.

    “체스게임이 계속되는 동안은 각각의 말이 자기 역할을 하지요. 게임이 끝나면 한데 섞이고 뒤범벅이 되죠. 체스 주머니 속에서 목숨이 다해 무덤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자기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많은 사람과 뒤섞여서 자신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죽은 것과 같다. 자기 역할을 하는 체스판 위의 말로 살아갈 것인지, 호주머니 속에 함께 들어간 체스말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체스판 위의 말로 살아가면 쭈그러지지 않는다. 자기를 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되고 싶었던 게 뭔지 기억하게 된다면 쭈그러진 심장을 펼 수 있다. 체스판 위에서 하나의 말로 사는 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개방적이고. 생산적이고. 독립적이고,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었다.



    이날 북토크 현장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1시간 30분이 넘는 강연 동안 서서 듣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새말새몸짓 홈페이지에서는 ‘돈키호테’를 완독한 이들이 만난 돈키호테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편 8월 한달간 함께 읽을 책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596380400701147315<광주일보 3일자 16면 참조>다.

    /서울=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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