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는 지식을 내뱉는 대답에 익숙한가? 아니면 자신만의 고유한 궁금증을 발동시키는 질문에 익숙한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질문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질문 없는 교실 풍경이 이를 잘 설명한다. 흔히들 대답과 질문을 다른 두 기능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질문은 기능이 아니라 인격이다. 질문과 대답은 대립적인 한 쌍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두 행위다. 대답은 인격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이라는 내면의 인격적 활동성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다. 한마디로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이다.
질문 - 독립적인 주체 - 궁금증과 호기심 - 상상력과 창의성 - 시대에 대한 책임성 - 관념적 포착 - 장르 - 선도력 - 선진국은 이렇게 연결된다. 사실 질문이 성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모험, 도전, 탐험, 개척 등등도 모두 질문 주변에서 함께 움직인다. 대답에만 빠져 있고 질문이 귀한 나라는 후진국이거나 중진국이다. 대답은 과거에 머물게 하고 질문은 미래로 열리게 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독립적 주체성을 갖는 '질문하는 사람'은 자기 행위의 책임성이 자신에게 있으니 시민의식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중략)선진 시민이란 독립적 주체성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자기 스스로 독립적 주체로 책임성 있게 존재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비율이 많아지면 당연히 선진국이 된다. 반면에 자기 독립적 주체성보다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가치에 자기 확신을 더 의탁하면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는 길이 막힌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로 존해지 않기 때문에 시민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선진국 수준의 삶을 만드는 선도력을 갖기 위해서는 '장르'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장르의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질문'의 힘을 내면화하는 시민의식이다.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21세기북스, 2018[2017], 118-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