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부터 『노인과 바다』까지, 이 책들의 큰 흐름은 ‘자기를 지키는 사람들, 자기를 함부로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끝없이 질문하며 탐험하는 인물들이 책에 등장합니다. 진짜 나를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자들이지요. 이전에 읽었던 『데미안』에도 이런 대목이 나오잖아요. “모든 삶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향해 걷는 일이다.” 『노인과 바다』도 자기를 향해 걸으며 자기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자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에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속이면 안 되지.” 이 말은 자기를 향해 가야한다는 뜻입니다.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청새치를 지키기 위해서 상어 떼와 싸우는 것은 돈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왜 나인가, 내가 왜 어부인가’하는 자부심을 지키려는 행위지요. 『돈키호테』부터 『데미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큰 흐름도 외적 재산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태도, 생활의 안정보다 희망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이제까지 다섯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가 큰 감동을 주는 글을 아직 쓰지 못한 이유는 글재주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이분들만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헤밍웨이도 자기 작품처럼 살다 간 사람이었습니다. 영어로 ‘full commitment’라고 하지요. 완전한 전념, 작품에 자기의 모든 것을 쏟는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고등학교 때 운동을 하다가 눈을 다칩니다. 눈이 안 좋아서 군대에 갈 수 없는데도 제1차 세계대전에 지원하여 위생부대원으로 프랑스에 갔고, 후에는 이탈리아 전선에서 부상까지 당하였습니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상을 받고 난 다음에는 아프리카 사파리로 향합니다. 비행기 사고를 두 번 겪기도 하고요. 헤밍웨이의 작품들도 피상적인 의식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르반테스, 생텍쥐페리, 카뮈, 헤세,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들의 삶을 보세요. 자기를 단련하는 치열함이 글로 나타납니다.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나아가고 있는지 그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저는 헤밍웨이를 보면서 ‘이분은 글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향해 걸은 사람이다. 자기로 사는 과정이 글로 나타났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뿐이지요.
인생은 자기를 드러내고 단련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을 치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치열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이지요. 자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사는 것은 삶에 큰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읽은 책의 작가들을 살펴보면서 저 자신에게 더 진실하고 더 치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삶을 살지 않으면 내 안의 진실성을 온전히 드러날 수 없습니다. 수준 높은 삶을 살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