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소개] 함께 읽으실래요? <광주일보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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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갇혀 있던 책이 드디어 책장 밖으로 나왔다. 7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은 ‘두꺼운 책’을 꽂아 두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잃고 있었다. 책장을 탈출할 기회를 영원히 얻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그 책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워낙 유명한 책이라 ‘출간 400주년 기념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판’ 띠지가 붙은 책을 일단 책장에 모셔두기는 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 등 쟁쟁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성경’에 이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됐다는 책의 원본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섣불리 손이 가지는 않았고, 나에게 ‘돈키호테’는 어릴 적 동화책으로 접했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그리고 명마 로시난테가 벌이는 모험담으로만 남아 있었다.
‘돈키호테’가 원작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챠’에는 멋진 뮤지컬 넘버가 많이 등장하는데, 역시 마음을 울리는 건 늙은 기사 돈키호테가 부르는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이다.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결코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기 위해/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뎌 내기 위해서/ 감히 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남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벌이는 ‘상처투성이로 멸시당하는 그 한 사나이’가 노래할 때 아련한 기분이 든다.
광주일보사는 ‘철학자 최진석과 책 읽고 건너가기’를 시작했다. 매달 그가 권하는 책 한 권을 함께 읽는 프로젝트다. 그 첫 책이 ‘돈키호테’다. 참여자는 각자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 나간 후 매달 마지막 주 신문에 실리는 최진석과 개그맨 고명환의 북토크, 최진석의 독법을 만나는 글, 이번 기획을 함께 진행하는 (사)새말새몸짓 홈페이지에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짧은 글 등을 통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지 만나 볼 수 있다.
만화책이나 무협지, SF 소설과 시집, 그리고 그림책과 동화책 등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다룬 책만을 모은 ‘황당 도서관’ 오픈을 꿈꾸는 철학자는 매달 다양한 분야의 책을 권할 것이다. 우리 함께 책 읽기를 시작해 보지 않을래요?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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