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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102] 돈과 자본, 부자와 자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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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735회   작성일Date 23-05-17 11:06

    본문

    자!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적으로 성숙해야 한다면 우선 독점적으로 갇혀 있는 ‘돈’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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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102
    2023. 05. 15.

    안녕하세요? 새말새몸짓입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철학자 최진석의 글은  <돈과 자본, 부자와 자본가>에 관한 것입니다. 2015년에 발표되었던 글이지만, 여전히 지금의 우리에게 큰 통찰을 안겨주고 있는 글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한 주도 새말새몸짓으로, 늘 한 걸음 더 나은 삶으로 건너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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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최진석의 글을 소개합니다. 


    돈과 자본, 부자와 자본가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다.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다. 민주공화국에서의 핵심은 시민이고,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핵심은 자본이다. 시민을 탄생시킨 혁명적 이행의 핵심은 왕이나 영주가 모든 재화를 소유하고 분배하던 시대에서 개인들이 각자의 재화를 생산하고 소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적 소유권이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권한이 되었다. 이 양도 불가능한 기본권으로 무장된 구성원이 시민이고, 이런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다. 이렇게 민주공화국과 자본주의는 하나로 수렴된다.

     

    당연히 민주공화국은 그 구성원이 시민으로 성장해 있으면 잘 운용되고, 자본주의는 재화가 자본의 단계로 성숙되어 있어야 잘 운용된다. 성숙된 시민이란 역사적 책임감으로 무장해 있는 구성원이다.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역사의 진행 방향으로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자본도 마찬가지이다. 시민은 자본을 가진 계급이다. 자본을 재벌들이 가진 정도의 거대한 어떤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역사의 진행 방향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 책임성을 발휘하는 재화라면 크기에 상관없이 자본이다. 결국 성숙된 시민으로서의 주체가 가진 경제력을 자본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진 재화는 ‘자본’이 아니라, 그저 그런 ‘돈’일 뿐이다.

     

    돈은 소유나 집착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는 재화다. 지키고 불리고 소비하고 누리면 그만이다. 누가 더 많이 가졌는가만 중요하다. 여기에 시민으로서의 사회적이거나 역사적인 책임성 같은 것은 없다. 재화를 이런 식의 ‘돈’으로만 소유한 사람은 ‘부자’일 뿐이다.

     

    자본은 무엇인가?재화가 그저 소유적인 형태로 축적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향해 열려서 꿈틀대는 힘을 발휘할 때 비로소 ‘자본’이 된다. 돈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사용되거나, 새로운 세계를 열려는 노력으로 이용되거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밑거름이 되거나, 다른 단계로의 질적인 상승을 하는 디딤돌로 사용될 때 비로소 ‘자본’으로 승격된다.

     

    여기서 ‘사용된다’, ‘이용된다’, ‘밑거름’ 그리고 ‘디딤돌’ 등의 의미가 ‘자(資)’라는 글자에 담긴다. 바로 ‘자본(資本)’이라는 말이다. ‘돈’이 ‘자본’으로 성숙되는 사회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바로 정체되거나 후퇴한다. 자기가 가진 ‘돈’을 ‘자본’으로 승화시키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비로소 ‘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역사적 책임성을 ‘자본’이 주도하는 사회이다. 핵심적인 역할을 ‘자본가’가 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회에서의 건강한 발전은 어쩔 수 없이 성숙된 자본가의 존재 유무가 결정한다. 사회가 제대로 운용되며 발전한다는 말의 의미를 자본주의 사회의 맥락에서 말한다면 돈이 제대로 흐르는 사회다. 돈을 제대로 흐르게 하려는 책임성을 자각하고 발휘하는 시민적 역량을 가진 부자가 바로 자본가이다. 당연히 자본주의 국가를 운용하는 정부의 역할은 재화가 ‘돈’으로 쌓여 있지 않고, ‘자본’으로 흐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이식된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는 우리 자신에게 원래 있던 사회적 생산력을 토양으로 해서 독자적으로 발전하였다기보다는 외국 자본을 생산력의 기초로 가질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 외국 자본과의 연결에는 또 국가가 관여했고, 그러다 보니 자본의 독점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독점을 아무리 부정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동시에 이 독점 현상을 통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현실적 성과를 무시할 수도 없다.

     

    자!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적으로 성숙해야 한다면 우선 독점적으로 갇혀 있는 ‘돈’을 어떻게 해서든지 ‘자본’으로 살려내야 한다. 부자들이 우선 각성하여 자본가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트인 숨통은 비교적 큰 숨통이다. 대한민국 재도약의 큰 토대이다.

     

    나는 돈을 갖고 싶어 하는가 아니면 자본을 갖고 싶어 하는가.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자본가가 되고 싶은가. 나는 부자인가 자본가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책임성 있는 구성원들이 각자 해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면으로 하며 걷는 사람이 바로 시민이다. 간단한 상황이 아니니, 과감하고도 단호한 각성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상식이어야 한다.

     


    최진석, 『경계에흐르다』, 소나무, 2017, 209-212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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