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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087] 자멸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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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669회   작성일Date 23-04-30 23:39

    본문

    국가이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이건 간에 외부의 강제에 의해 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만남  
    (사)새말새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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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087
    2023. 01. 30.

    안녕하세요? 새말새몸짓입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철학자 최진석의 글은 '자멸'에 관한 것 입니다. 이 글은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에 수록되어 있는 부분을 발췌한 것인데요, 개인을 비롯한 조직 및 기업이나 심지어 국가 조차도 외부에 의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약해져서 망하는 것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의 작성 시점이 2016년이라 현재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자멸'은 과거나 미래나 일정한 알고리즘이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번 한주도 늘 한 걸음 더 나은 삶으로 건너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철학자 최진석의 글을 소개합니다. 


    자멸의 알고리즘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이건 간에 외부의 강제에 의해서 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는 거의 없다고까지 생각한다. 모든 망조(亡兆)의 뿌리는 자신에게서 자란다. 스스로 파괴된다. 스스로 파괴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멸의 맥없는 숨결을 탐지한 어떤 탐욕스런 외부의 힘이 마지막 숨통을 조이려 들어올 뿐이다. 그것을 그냥 침략이라고 부른다. '외침(外侵)'이라고도 한다. 임진왜란도 그렇고, 병자호란도 그렇고, 심지어는 한일 합방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모두 우리 스스로 무너지고 난 다음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피 터지는 일합을 겨룬 후에 들어오지 않고, 자멸해가는 맥없는 숨결을 딛고 이미 승리한 상태로 들어온다.

     

    정당도 그렇다. 지금 새누리당이 망해가는 것을 보라.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든든히 지켜주던 지지층을 누가 뺏어갔나? 민주당이 뺏어갔나? 국민의당이 뺏어갔나? 아무도 뺏어가지 않았다. 철저히 자멸하고 있다. 누가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을 비판해도 결사 호위하는 지지층은 마치 콘크리트처럼 견고했다. 그 지지자들이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누가 뺏어갔는가? 아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지지자들을 몰아 낸 것이다. 누가 밀지도 않았고 무너뜨리지도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온전히 혼자서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혼자서 무너지다가 나라가 절딴 나게 생겼다.

      

    개인도 대개는 스스로 무너진다.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 절제되지 않은 욕망, 갇힌 사고,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오만함, 같은 방법만 고집하는 꽉 막힘, 불친절, 질투, 혼자만의 선의지, 호기심 소멸 등등 때문에 스스로 비효율성을 쌓다가 자신이 고갈되어 가는 줄도 알아채지 못한 채 어느 순간 무너져버린다. 모든 패망은 자초(敗亡)하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지금 우리는 거의 패망을 자초하고 있지는 않은가.

     

    패망이 어느 순간 갑자기 엄습한다지만, 아무도 몰래 숨어서 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모든 패망은 그 전 과정을 당사자들이 목도하는 중에 벌어진다. 참혹한 일이다.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보는 것이다. 나는 망해가는 기업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어제까지 잘 나가다가 오늘 갑자기 망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다 자기가 망해가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면서 망해갔다. 망하기 훨씬 전부터 그 징조는 나타나고, 또 그 징조에 대해서 내부에 걱정과 문제 제기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밖에서 방관하는 장삼이사나 선남선녀들이 먼저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두 눈 뜨고 망해가는 자기 회사를 바라보아야만 한다. 조선 말기에도 그랬다. 많은 지식인 열사들이 목에서 피 냄새가 나는 절규로 조선의 망해가는 기운을 경고하고 호소하고 다잡아보려 했으나 헛된 일이었다. 모두 두 눈 멀쩡히 뜬 채 조선의 패망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가?

     

    왜 망하는가? 간단하다. 비효율이 쌓여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왜 효율성을 상실하는가. 흐름에 맞춰 변하지 못해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춘다는 말은 시대의식을 포착한다는 뜻이고, 시대의식을 포착한다는 말은 그 시대에 맞는 적절한 아젠다를 세운다는 뜻이다. 시대에 맞는 아젠다가 세워지고, 그 아젠다를 중심으로 세력이 결집되면 효율성이 증가하여 국가는 발전한다. 망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절한 아젠다를 세우지 못해서 일어난다. 시대의식에 맞는 아젠다가 없거나 일치하지 않으면 비효율이 쌓여 힘이 약화된다. 적절한 아젠다를 세우지 못하는 나라는 마치 꿈이 없는 학생이 책가방 들고 학교 들락거리면서 시험 성적만 괜찮으면 만족하는 것처럼 시스템 위에서 이리저리 부유한다. 여기서 착각이 일어난다. 시스템 한 귀퉁이를 잡고 이리저리 부유하면서도, 그 부유를 부유로 알지 못하고, 마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기가 뭐하고 있는 줄 사실은 잘 모른다. 이 착각을 착각으로 알아차리고 빠져 나오는 일을 ‘각성’이라고 한다. 이런 ‘각성’이 없는 지성은 자기 프레임에만 갇혀서 새 비전을 만드는 변화를 감행하지 못한다.


    최진석,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북루덴스, 2021, 168-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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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석 이사장의 새로운 신간입니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북루렌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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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말새몸짓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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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말새몸짓 기본학교3기 수업이 지난 28일과 29일에 있었습니다. 

    * 28일에는 김태유 교수님의 수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업은 대한민국의 혁신과 개혁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김태유 교수님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토대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질문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29일에는 새벽산행을 떠났습니다. 그동안의 산행중에 두번째로 경험한 일출을 새말새몸짓과 기본학교를 후원해주시고 계신 동신대 이주희 총장님과 함께 경험하며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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