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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057] 승리하는 삶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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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683회   작성일Date 23-04-30 22:49

    본문

    삶에서 지치지도 않고 진부해지지도 않으면서 승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우선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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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057
    2022.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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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입니다. 매주 월요일 철학자 최진석의 글과 (사)새말새몸짓의 소식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헌 말 헌 몸짓에서 새 말 새 몸짓으로 나아가자는 저희들의 외침이 한 단계 더 성숙한 '나', 더 상승하는 '우리'가 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번 주 소개해 드릴 글은 몇 일전 중앙일보에 게재된 <야망과 필요와 감동>입니다. 승리하는 삶의 비결을 논하고 있어, 이번주 새말새몸짓레터의 제목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럼, 아래에서 확인해 보세요. 

    • 이번 한 주도 늘 한 걸음 더 나은 삶으로 건너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철학자 최진석의 글을 소개합니다. 



    야망과 필요와 감동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새 문서’ 창을 열기만 하면 바로 오래된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학교 가기 싫은 어느 날 시인 문병란 선생님 댁에 놀러 갔다. 문 선생님은 해직 교수이셨고, 나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둘 다 덩그러니 던져진 여유를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함께 들으면서 놀다가 회심의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답하셨다. “글에 무엇인가를 많이 담으려고 애쓰지 말고, 빼려고 노력해봐라.” 그러면서 말씀을 조금 더 이어주셨다. “모든 연애편지는 다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넘치는 감정을 다 다듬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연애편지는 대개 다 대필하였을 것이다.”


     조각하는 작업은 형상을 드러내기 위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일 뿐이라는 미켈란젤로의 생각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글쓰기를 할 때도 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나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내게는 의외였고 생경했고 어리둥절했다.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 의외의 내용에 무척이나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이 감동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색깔과 무게를 지키며 내 안에 살고 있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기만 하면 바로 떠올라서 내 글쓰기의 감독관 역할을 한다. 실력이 늘지 않아 글을 쓸 때마다 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일도 여전하다.


     나는 왜 감동했을까? 문 선생님의 빼기에 관한 그 말씀을 1년 후에 들었거나 1년 전에 들었어도 그날 그 시간의 감동처럼 선명하고 무거웠을까? 다른 사람에게 들었어도 내가 그때만큼 흔들렸을까? 턴테이블에서 송창식이 돌고 있지 않고, 마당 가운데로 햇볕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어도 나는 떨렸을까? 학교를 빼먹은 불량기가 없었어도 그만큼 짜릿했을까? 하나의 감동이 찾아오기까지 수많은 진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모여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감동을 이루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진다면, 감동은 지금까지 나를 흔드는 힘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그 시간에 나는 어떤 연유로 문 선생님께 글 잘 쓰는 비법을 묻고, 셀 수없이 많은 진실한 계기들이 한 점에 모여들어 감동으로 폭발하게 할 수 있었을까?


     당시 나는 학교 공부는 싫었지만, 학교 담장 밖의 문장들에는 관심이 많았다. 몇 권의 시집을 읽었고, 헌책방에 가서 『사상계』를 몰래 사 읽었다. 수학 공식이나 원소 주기율표는 외우기 싫었지만, 시 외우기는 좋았다. 그 시절 외웠던 유치환의 ‘생명의 서’는 긴 시간 내 삶의 눈금이 되어준다. 나는 학교 담장을 넘나들며 문장에 눈을 뜨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장을 잘 세우고 싶다는 가당찮은 야망은 감히 내 의식의 표층으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심장을 끌어당기는 문장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궁금해한다는 것 정도는 나 자신에게 분명하였다. 당시의 나는 짜릿한 문장들이 태어나는 비밀을 알 필요가 있었다. 야망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자신을 감동의 길로 인도하는 교량이다.


     나는 꿈이나 비전 등과 같은 점잖은 말 대신에 일부러 야망(野望)이라는 말을 쓴다. ‘야망’이라는 단어에서는 잘 훈련된 경주마의 거친 숨이 느껴진다. 정련된 훈련만 있고, 거친 숨이 없다면, 말은 결승점에 도달할 수 없다. 꿈을 꾸더라도 거친 숨을 쉴 수 있는 내면을 갖고 있어야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 야망은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힘이기 때문에 자기 존재의 선한 바탕을 벗어나지 않는다. 야망이 지배하면 당연히 필요가 생기고, 그 필요를 채우느라 지칠 새도 없고, 부패할 새도 없다. 야망이 없으면 쉽게 지치고 쉽게 부패한다.


     물건이나 제도나 이념이나 철학 등은 다 문제를 해결한 결과이다. 막연한 것일지라도, 야망을 품은 사람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어 있다. 언제나 야망을 채워줄 ‘필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를 채워줄 문제가 행운처럼 눈에 들면, 그 사람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문제를 푸는 일에 자신의 전부를 던진다.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우선 자기 자신을 감동시킨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감동하는 것, 이것이 승리하는 삶의 비결이다. 자신의 온(咸) 마음(心)이 다 반응하여 움직이는(動) 일이 일어나야 감동(感動)이라는 절차가 따라오는데, 자기 전체가 반응해서 자기 일로 받아들인 일은 안 할 도리도 없고 지칠 수도 없다. 지치지 않으니 멈추지 않을 수 있고, 멈추지 않으니 진부해지지 않는다. 삶의 생산자 위치에 서는 사람은 언제나 지치지 않고 진부해지지 않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쉽게 지치고 쉽게 부패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물건이 되었든, 이념이 되었든, 제도가 되었든,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들은 기실 다 감동의 산물이다. 삶에서 지치지도 않고 진부해지지도 않으면서 승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우선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진석, 〈야망과 필요와 감동>, 《중앙일보》,2022년 6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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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말새몸짓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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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학교2기의 마지막 음악수업이 지난 토요일에 함평 호접몽가에서 있었습니다. 

    • "영광과 고독을 넘어 신들의 세계로"라는 주제로 베토벤의 후기 음악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음악시간을 끝으로 기본학교 2기의 모든 과정을 마쳤습니다. 

    • 다음날에는 고산봉에서 '새벽산행'을 하며 기본학교의 정신과 마음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행후 최진석 교장 선생님께서 몇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 중에 한마디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긍정"에 관한 것입니다. 늘 자기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훨씬 아름답고,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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