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저는 직업이 교수이니까 외국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개는 학술회의에 참석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술회의에 가서 미국이나 유럽 학자들을 만나면 그때 논의되는 학문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대개는 ‘왜 그 주제를 연구하는가’를 서로 물어보면서 말문을 엽니다. 제가 유심히 관찰해 보니, “왜 그 주제를 연구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한국이나 동양의 학자들은 이유를 매우 거창하고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자기가 한 연구 주제를 한국의 상황이나 동아시아의 상황, 심지어는 인류 전체의 상황에까지 관련시켜 의미화하고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서양 학자들에게 “당신은 왜 이 공부를 합니까?” 하고 물으면 묻는 사람이 머쓱할 정도로 간단한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답의 길이도 매우 짧습니다.
“Because I like it”
그 사람들은 “나는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죠”라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대답합니다. 거창하지 않아서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저는 이 대답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습니다. 왜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창의적인가? 왜 그 사람들의 사회가 우리 사회보다 부패지수가 더 낮은가? 왜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행복한가? 제가 보기에 이유는 바로 “Because I like it!” 이라는 대답 습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그걸 좋아하니까 한다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욕망에 기초해서 자기 행위를 결정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자기가 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을 신념이나 이념의 지배를 받아서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기’가 하는 것이지요. 왜? 욕망은 바로 자기니까. 욕망만이 자기 자신입니다. 욕망에서 출발한 일만 잘할 수 있어요. 자기가 하니까 독특하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창의적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자기 욕망이 실현되니까 행복할 수밖에요. 자기가 움직이므로 자신에 대한 존엄을 매우 중시하지요. 그래서 존엄한 자기를 함부로 부정부패 속에 던져 버리지 않습니다. 부패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 힘이 무엇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덕이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