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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119]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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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878회   작성일Date 23-09-11 11:12

    본문

    우리만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할 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제대로 한 번 살아볼
    나와 세상을 바꾸는 만남  
    (사)새말새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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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새몸짓 레터 #119
    2023. 09. 11.

    안녕하세요? 새말새몸짓입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철학자 최진석의 글은 '문자'에 관한 것입니다. 창의적 역동성은 결국은 독립적 사유에서 비롯되는데, 그 원초적 조건이 바로 우리의 문자에 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자를 지배하여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활동이 가득한 날을 꿈꿔봅니다. 이번 한 주도 새 말 새몸짓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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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최진석의 글을 소개합니다.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

     

    인간은 이 세계에 대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다양한 반응을 하면서 비교적 일관된 해석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그 활동을 ‘문화’라 하고 그 활동의 결과를 ‘문명’이라 한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존재다.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전략과 사유가 정화되고 정화되어 ‘문자’로 남는다. ‘문자’는 단순히 기록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기능적 도구로 취급될 것이 아니다. ‘문자’를 통해 ‘문화’와 ‘문명’은 비로소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꽃을 피우고, 그 문자 소유자들의 삶의 양식과 격조는 ‘문자’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일류 국가들은 문명의 방향과 정체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미래 방향에 대하여 독립적 판단을 하고, 그 독립적 판단을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류 국가들과 다르다. 이류 국가들은 일류 국가가 문명의 방향에 대하여 제시한 가늠자를 따라 묵묵히 추종하는 삶을 산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독립적이다. 산업의 질적 차이도 사실은 여기서 나온다.

     

    한국은 선진국 진입을 기대한다. 이제는 일류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류 국가로서 해야 하는 문명에 대한 독립적 판단의 능력을 갖추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문화적 역량이라는 것이 단순히 일류 국가의 품위를 표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바로 일류 국가의 조건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와 인문이 사회를 운영하는 기틀이 될 때 그 나라는 비로소 창의적 역동성으로 무장하는 선도적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선도적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문화적 활동은 오롯이 문자에 담긴다. 문화적 역량을 결집하고 문명의 방향에 대한 미래적 비전을 독립적으로 세울 수 있는 큰 희망은 그들이 소유하고 운용하는 문자의 관리 여부에 달려 있다. 독립은 결국 문자의 독립으로 완성된다. 과한 비약이라 하지 말자. 인문적 높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사실이다.

     

    인간에게는 최종적 의미에서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배자다.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은 시대의 문법을 지배하는 사람이니 곧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사람이고, 이념을 생산하는 사람이고, 기준을 형성하는 사람이고, 빛을 제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다른 사람이 만든 시대정신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하지 않고, 이념이나 기준을 수입하려고만 하지 않고, 다른 곳의 빛을 내 빛으로 착각하지 않는다.

     

    나로부터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이지 않다. 완벽하지도 않다. 창의와 완벽과 지도적 반열에서 움직이고 싶어 하면서도 외부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착각한다면,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 수 없다. 더 엄중하게 봐야 할 일은 흉내 내기에 익숙해져 버리면 자신을 스스로 응시하는 능력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일류 국가로 상승하려면 독립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원초적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 원초적 조건이 바로 우리의 문자, 즉 한글이다.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할 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제대로 한 번 살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진석, 『경계에 흐르다』, 소나무, 2017, 157~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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