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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소개] 함평분소 호접몽가 소개 <광주일보_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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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장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4,916회   작성일Date 20-06-17 12:26

    본문

    “더 나은 우리 위한 ‘지적 성장 공간’ 만들고 싶어”
    철학자 최진석, 50년만에 고향으로 함평에 ‘호접몽가’ 문 열어
    9월부터 ‘새 말 새 몸짓 기본학교’
    “나를 찾는 질문 던지며 젊은이들과 꾸준히 공부”
    “철학은 개념으로 지은 집이고, 건축은 벽돌로 쌓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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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향 함평에 ‘호접몽가’를 지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이곳을 ‘새말 새몸짓 예비학교’ 등 함께 공부하는 공간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고향 함평에 집을 지었다. 모두 두 채다. 한 채는 지난 2018년 완성해 주말마다 내려와 살림집으로 쓰고 있고, 가끔 강의도 연다. 또 한 채는 최근 완성했다. 옛집 터에 지은 첫번째 집이 “옛날 내 추억을 지킨, 내 집안의 전통과 관련된 집”이라면 이번에 완공한 집은 “우리의 집, 미래를 위한 집”이다. 첫 집은 화가 박태후 화백에게 오랫동안 청을 넣어 완성했다. 두 번째 집은 ‘장자’에서 따온 ‘호접몽가(胡蝶夢家)’라 이름 지었다. “자기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는 그는 “공동체까지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고, 국민학교 5학년 때 떠난 후 50여년만에 탯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다. 언제나 열려있는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앞쪽엔 ‘호접몽가’가, 뒷쪽엔 살림집이 자리하고 있다. 뒤로 돌아들어가면 최 교수의 자랑거리인 모란을 비롯해 고로쇠 나무, 가시오가피 등 수많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철학자의 정원’이 숨겨진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가꿔온 공간이다.

    최 교수는 ‘호접몽가’를 감각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강의가 이뤄지고, 그 출발이 9월께부터 시작하는 ‘새 말 새 몸짓 기본학교’다.“예술을 하든, 철학을 하든, 문학을 하든, 사업을 하든 이제 우리는 탁월한 높이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극적 질문을 자주 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해야합니다. 기능적 단계에서 헤메고, 성과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궁극적 질문 앞에서 몸부림치지 않죠. 삶을,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고, 그 궁극적인 생각을 붙드는 습관을 갖는 게 필요한데, 그 과정을 함께 젊은이들과 공부하고 싶습니다.”

    ‘새 말 새 몸짓 기본학교’는 7~8개월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4~5시간 집중 강의가 이뤄진다. 연령은 15세에서 35세로 제한할 예정이며 무료로 운영된다. 철학적인 수업이 위주가 되겠지만 디지털 시대 지식 정보화사회의 정체 등을 탐구하는 강좌도 진행되며 해외 연수프로그램도 고려중이다. 강의는 최 교수가 60% 정도 진행하고,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등의 전문가도 초빙할 예정이다. 수강생 선정기준은 자기 자신에 관심이 있고 얼마나 사랑하는가, 기능적인 어떤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존엄한 삶과 탁월한 삶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가끔 이 외딴 곳에 이런 공간을 마련한 의미를 묻는데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다른 여러가지 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일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우리 고향의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토요일 하루 정도는 이 먼곳까지 와 온전히 저에게 시간을 내어 주며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공부의 지속성을 위해 꾸준히 기금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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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건축에 일가견이 있는 윤경식 건축가가 설계한 ‘호접몽가’는 도교 사상을 구현한 공간이다.
    정각사 미래탑, 백양사 명부전, 상무대 명상센터를 비롯 불교·기독교 등 종교 관련 건축으로 이름 높은 윤경식 건축가가 설계를 맡은 ‘호접몽가’는 건물 자체로도 의미를 갖고 있다.

    최 교수는 “철학은 개념으로 지은 집이고, 건축은 벽돌로 쌓은 철학”이라고 말했다. 집을 지으며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집을 짓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한다. 건축가는 물론이고 일하는 인부들과도 단 한 차례 얼굴 붉힐 일이 없었단다. 집을 지어 보면서 내 생각이 거대한 형태로 구현되는 것을 경험했고, 그 감동은 책을 한권 써 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하고 거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서울 건명원이 성공한 이유는 좋은 교수진, 가능성이 큰 학생들 등 여러요소가 있지만 전 유서 깊은 한옥인, 건명원 교사(校舍)에서 공부하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소 집을 의식하며 살지 않죠.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의 지배를 받습니다. 공간이 주는 강인함, 개방성, 율동성 등이 모두 합쳐져 사람을 어느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같습니다. 기본학교를 구상하면서도 철학이 반영된 ‘공간’을 가져야 교육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무 건물이나 가서 강의를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새로 준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됐죠.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특별한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도 합니다.”

    ‘호접몽가’는 독특하다. 최 교수는 서로 알고 지내며 가끔씩 생각을 나누던 윤 건축가에게 “도가 사상을 표현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컨셉만을 제시했고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둥근 건물기둥은 종이로 만들었고, 반투명 플라스틱을 댔다. 방문한 이들은 건물과 함께 바로 옆 송송 구멍 뚫린 담벼락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지붕은 ‘장자’의 중요 모티브인 나비 날개를 형상화했어요. 노자의 기본 사상이 유무상생(有無相生), 존재와 비존재의 공존입니다. 담장은 원래 단일한 물성이 꽉 채워져 있는데 우리집 담장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담장 역할은 하지만 텅텅 비어있죠. 종이로 만든 기둥은 없는 것과 두꺼운 것의 경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열된 원형 기둥은 근대성의 주요 요소인 아이덴티티, 동일성을 나타냅니다. 보통 벽은 하나의 콘크리트 덩어리로 구성되는데 그 대신 여러개의 분절된 기둥이 중첩돼 하나의 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장성에서 작업하는 희뫼 선생의 ‘달항아리’를 구입한 그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의 첫 구입품은 신호윤 작가의 불상이었다. 최 교수는 철학은 율동감, 감동이 없으면 추상적인 구조물에 불과해 감동을 전하는 장치를 가져야하는데 그게 바로 예술이라고 했다. 예술 역시 철학이라는 추상적 사유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술가들은 무엇을 표현할까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만들어진 예술이 아닌, 튀어나오거나 토해져나온 것들이어야 감동을 줍니다. 예술적 감동을 느끼는 것은 그 높이의 영혼을 갖는 것이고, 그런 예술적 높이를 자주 경험한다는 것은 영혼의 승화에 큰 영향을 미치죠. 아름다움으로부터 받는 충격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술을 그냥 감상할 때와, 계속 갖고 싶어 소유할 때 그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감상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유해 보니 다른 높이, 색깔의 감동이 오더군요. 예술품으로부터 얻는 감동의 높이로 내가 상승한다는 기분을 갖는 건 너무 행복한 경험이죠.”

    최교수는 지적인 활동을 통해서 내가 승화된다는 걸 알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음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꼈고 40대 후반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의 책 ‘인간의 무늬’를 읽은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인연이 닿아 4년 동안 ‘노자와 베토벤’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최 교수는 가장 예술적인 것은 ‘의외성’에서 온다고 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세상일도 잘 하려고 해서 잘하는 확률보다는 ‘다르게’ 하다가 잘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호접몽가를 누구에게나 오픈할 생각이다. 취재를 간 날엔 연극제작자인 건명원 제자가 찾아와 연극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를 공연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면 비움박물관에서 진행했던 ‘장자’ 강의는 올해도 이어간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지금보다 나은 우리가 돼보자는 것이다.” 긴 대화의 마지막에 그가 던진 말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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