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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소개] “세상의 주인은 질문하는 자…책 읽기는 지식·내공 동시에 기를 수 있어” <광주일보_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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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장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207회   작성일Date 20-06-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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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향 함평에 인문학 공간 ‘호접몽가’를 지은 최진석 사단법인 새 말 새 몸짓 이사장은 ‘책 읽고 건너가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광주일보는 파트너가 돼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를 진행한다. 

     


     

    이런 도서관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들만 꽂혀있는 도서관이다. 무협지, 만화책, SF소설, 시집, 그림책, 동화책. 도서관 이름은 ‘황당도서관’. 철학자 최진석(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서강대 명예교수)이 언젠가 만들고 싶은 도서관이다.

    서강대 철학과에서 명예퇴직한 뒤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의 첫 사업으로 ‘책 읽고 건너가기-한 달에 한 권 책읽기’를 시작한다.

    광주일보는 파트너가 돼 매월 첫날 최 교수가 선정한 ‘이달의 책’을 신문 1면에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그맨 고명환과 최 교수의 북토크, 최 교수의 책 관련 기고문을 고정적으로 실을 계획이다.

    최근 고향 함평에 인문학 공간 ‘호접몽가’를 지은 최 교수는 주 3일은 함평에, 4일은 서울에 머문다. 호접몽가에서 만난 그는 ‘책 읽고 건너가기’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불쑥 불쑥 나왔다. 포커스는 하나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함께 읽는 것.” 그것만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태세였다. 이날 인터뷰에선 교사였던 아버지의 금지령으로 바로 집 앞에 두고도 가지 못했던 만화 가게에 얽힌 추억부터 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 세상의 주인은 대답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하는 자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질문의 결과입니다. 대답은 멈추는 일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일이죠. 삶의 격조는 바로 ‘건너가기’에서 나옵니다. 건너가는 데는 불안을 감내하는 똥배짱 같은 용기가 필요해요. 멈춰 있으면 편안하거든요. 한 단계 더 나은 삶으로 건너가려면 그 과정을 준비해야합니다. 우선은 내가 건너 갈 곳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건너가는 태도, 저는 내공이라고 표현하는 데, 이런 게 필요해요. 질문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고, 질문을 하는 도전적인 태도도 중요합니다. 지식과 내공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게 바로 책읽기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하고, 더 나은 사회, 건강하게 진화하는 사회를 갈망한다. 최 교수 역시 같은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지켜보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책 읽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고를 해야 하는데 책읽기가 바로 가장 ‘효율적인 수고’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한 번 갖게 된 믿음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은 건너가지 못하게 하고, 깊은 사유는 건너가게 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하는데 맹목적인 믿음은 생각하는 힘을 약화시킵니다. 우리나라의 진화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만 비로소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 1인당 독서량이 전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독서량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죠. 독서량이 어느 정도냐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 어느 정도다 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책을 읽게 될까. 최 교수는 장르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책을 선정하려 한다.

    “처음에는 인간의 근본정신을 자극하는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이어 세계를 읽는 눈을 제공하는 책, 삶의 자세에 대한 다양한 번민들을 다룬 책들도 읽구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이번에 선정한 첫 번째 책 역시 인간으로서의 삶을 가장 근본적인 면에서 자극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너가기’를 말하는 의미 있는 책이죠.

    최 교수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 한권을 꼽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장자’를 들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당초 서양철학을 공부하려다 ‘장자’를 읽고 진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디세이’, ‘일리아드’, ‘어린왕자’, ‘데미안’, ‘노인과 바다’ 등은 항상 마음에 있는 책이다. 예전에는 많이 읽지 않았지만 요즘 자주 손이 가는 분야는 과학이다. 인간이 직접 관찰하고, 세밀하게 따져서 얻은 지식을 발견해온 과학자들을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의 발견은 가속이 붙어 점점 더 빨라지고, 현대는 과학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에 의존하지 않는 철학적 주장들은 ‘헛소리’인 경우도 꽤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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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교수는 그림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림책이야말로 ‘건너가기’를 내면화하는 데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있는 계획 중 하나가 ‘황당도서관’을 여는 겁니다. 말 그대로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만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입니다. ‘건너가기’를 할 때 아주 아주 크게, 넓게 건너가면 그게 황당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황당지수’가 클수록 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당함을 키우는 교육이 강조되어야합니다. 서양세계의 황당무계함을 잘 보여주는 게 바로 신화와 기하학입니다. 선진국의 특징이 그림책, 동화책이 발달한 점입니다. 꿈을 키워주는 책이죠.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게 꿈입니다. 견적이 분명히 나오고, 합리적으로 계산이 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착실한 계획이죠. 꿈에는 불가능의 냄새가 나야합니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건너 뛰는 꿈 같은 것처럼요. 어쩌면 꿈을 꾸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인데 살다보니 가장 힘든 일이 됐습니다. 재미없는 삶을 사는 게 우리는 본능적으로 꿈을 꾸는 존재인데, 착실한 계획만 세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꿈을 꾸는 본능과 현재의 삶의 간격이 우리를 괴롭히는 거죠. ‘내가 꿨던 그 꿈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전 아련해지곤 합니다.

    그는 오는 2022년 완공되는 광주 대표도서관을 비롯해 요즘 지자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도서관 관련 사업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6·25전쟁 후 가장 의미있는 일이 인문학의 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점이 있기도 하지만 인문학적 시선의 높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의미 있는 흐름입니다. 생각의 높이를 키우는 건 책 읽기가 아니면 배양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책 읽기 붐이 일어나는 건 우리 사회에 매우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심했던 스웨덴이 일대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데도 공공도서관 건립에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책 읽기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그는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인터넷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식과 함께 내공을 쌓으려면 책 읽기가 필요하고, 책 읽기는 일종의 수련”이라고 말했다.

    나에겐 최진석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결단’이다. 정년을 7년이나 앞두고 안정적인 교수직을 접은 것이나, 산파역을 했던 ‘건명원’ 원장직을 그만 둔 것이나 보통 사람은 내리기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선택의 알고리즘이 짜여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직을 그만뒀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봤던 게 망설임은 없었냐는 거였죠. 다른 사람에게는 큰 문제겠지만 저에게는 아주 작은 문제였습니다. 내게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주 분명했으니까요. 원하는 내가 있고, 되고 싶은 내가 있고, 그게 내가 나로 완성되는 일이니 별로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죠.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고기마다 다 고유한 비린내가 있어요. 18년 교수생활을 하면서 어느 날 나만의 비린내가 잘 안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유한 내 비린내가 사라졌든지, 다른 사람과 차이가 없어졌든지 둘 중 하나겠죠. 무엇을 하기 위해 그만 뒀다기 보다는 날 살리기 위해, 나를 위해 일단 그만 둔 겁니다. 저를 호랑이로 비유한다면, 고양이에 빗대기는 싫습니다.(웃음) 동물원에 살다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동물원에서 튀어나와 산비탈을 어슬렁거리다 털도 빠지고,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더라도 그렇게 죽는 게 호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벗어나 건명원 같은 새로운 교육도 실험해 보고, 강연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이렇게 책 읽기도 시작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최 교수는 “내가 무엇을 아는 게 아니라, 무언가 나에게 알려지는 느낌이 들었던 서른 중반 즈음엔 철학이 무엇인지, 나는 왜 공부를 하는지 삶의 좌표를 조금은 알 것 같아 새벽에 일어나서 깡총깡총 뛰면서 좋아했었다”며 “스스로에게 ‘진동’이 오는 공부의 참맛은 50대 초반에서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진행되면서 진화할 것이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이기에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어린이들, 학생과 함께 북토크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철학자 최진석이 권하는 책을 이미 읽었던 사람이라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을까’ 늘 고민했던 이들에게는 근사한 길라잡이가 생긴 셈이다.

    함께 읽을 첫 번째 책은 오는 71일 광주일보 1면과 홈페이지, 새말새몸짓 홈페이지(www.nwna.or.kr)에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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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 글·사진 =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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