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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소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스스로 변해야 세상도 변화시켜 선도국가 만들어” <동아일보>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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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439회   작성일Date 22-04-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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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누구인지 알고 스스로 변해야 세상도 변화시켜 선도국가 만들어”

    입력 2022-04-28 03:00업데이트 2022-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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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 교양과정 ‘기본학교’ 2기 강의 최진석 교수
    교육개혁 절감 안철수와 공감대… 33명 선발해 6개월간 무료강의
    “체력은 지력” 수강생과 동반등산… 민족 대표처럼 선봉장 소명 기대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9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기본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최 교수에게 기본학교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정치행위’다.
    “메타버스란 각자가 신처럼 자기만의 유일한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자기 세계를 자기가 만든다는 의미다. 근대적 사고관에 갖혀있는 사람은 메타버스가 진짜냐 가짜냐를 따진다. 진상과 가상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제 가상과 진상의 구분이 사라진다. 현대는 누구나 온리 원(only one)이 될 수 있고 과학이 가능하게 했다.” 9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호접몽가(蝴蝶夢家)에서 진행된 기본학교 수업 모습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현대적 인간의 이해’.

    기본학교는 철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만든 일반인 대상 교양과정이다. 작년에 시작한 기본학교는 올해로 두 해째를 맞았다. 학교 이름에 기본이 들어간 것은 “나를 알아야 내가 변하고, 이런 개인들이 모여야 ‘건너가서’ 한국을 선도국가로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 교수의 도전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국사회가 중진국 덫을 벗어나 선도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한 그의 통찰은 정치인, 경제인은 물론이고 많은 대중에게도 공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건너가기’ ‘전략국가’ ‘선도국가’ ‘지식 생산국’의 개념이 제시됐다.

    교육의 중요성 공유하기 위한 ‘정치 참여’


    지난 10여 년간 최 교수만큼 한국사회에 논쟁거리를 제공한 철학자는 없었다. 최 교수는 2001년 노자의 도덕경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EBS 노자 인문학 특강은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고 ‘최진석 팬덤’의 계기가 됐다. 2015년 건명원 초대 원장, 서강대 교수 퇴직, 고향인 함평으로의 낙향은 그의 ‘정체성’이 진보에 가까운 실천적 지식인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2019년 ‘국가란 무엇인가’ 기고와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5·18 왜곡 처벌법’을 비판하는 장문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그가 최소한 진보정권 쪽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연이은 문재인 정권 비판에 이어 최 교수가 ‘갑자기’ 20대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치판에 뛰어들자 ‘철학자의 정치참여’에 우려의 시선이 일었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설마 보수 쪽에 갈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던 데서 나오는 당혹감의 표현이었다. 대선 결과를 두고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그가 보수와의 단일화를 하는 데 역할을 한 것 에 대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최 교수는 안철수 후보를 돕는 이유를 “교육과 과학에 대한 공감대”를 들었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를 만났지만 그들에게는 들을 수 없었던 철학을 안 후보에게서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국 개혁은 교육 개혁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최 교수에게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시대의 급소를 건드리는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을 공유한, 나보다는 힘이 있는” ‘동지’다. 최 교수는 교육이 “주체적 인간을 키워내지 못하고 종속적 인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에 한국이 선도국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등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생각이다.

    기본학교는 자신의 ‘철학 실천’


    기본학교는 현장과 줌으로 호접몽가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수강생들은 토요일에 강의를 듣고 일요일은 기본학교 근처에 있는 고산봉을 오른다.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꿉장난 같은 기본학교를 운영하는 일밖에 없다”라는 농(弄)이 섞인 그의 말 속에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행동가의 면모가 감춰져 있다. 최 교수는 정치에 참여하느라 여의도에 가 있을 때에도 줌 강의로 기본학교를 쉬지 않았다. 기본학교의 수업은 ‘기본학교 선언문’을 최 교수와 수강생이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언문의 요지는 ‘건너가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이다. ‘건너가기’란 ‘과거의 나에서 허물을 벗는 것’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것’ ‘지식 수입국에서 지식 생산국으로 가는 것’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본학교의 선발 과정, 수업 내용, 학생들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최 교수의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기본학교의 정원은 33명이고 지원 가능 연령은 만 19세부터 만 49세까지다. 선발은 자기소개서와 주제 에세이 및 면접. 면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치러진다고. 최 교수는 기자가 참관한 16주차 강의에서 “여기 있는 33명이 당당하게 살면 3300만 명을 압도할 수 있다”라고 했다. 33명의 민족 대표가 민족을 각성을 시켰듯이 ‘기본학교의 학생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봉장이 되라’는 것이다. 그는 기본학교가 계몽학교와 비슷하다는 것을 설명하며 “일본의 계몽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만든 쇼카 손주쿠(松下村塾)에서 길러낸 문하생이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 됐다”고 했다. 이어 “당시 조선에는 서원이 300개나 있었지만 전부 주자학만을 가르치고 있어 바뀌는 시대흐름을 읽어내지 못했다”면서 “결국 조선은 1개의 일본 학교에 당한 셈이 됐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쓰나미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지금 변하지 않으면 추락하기에 이를 막으려면 인간과 사회,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최 교수에게는 “기본학교나 정치를 하는 것이나 같은 행위”다. 기본학교의 속성이 정치적임을 알게 해주는 설명이다.

    듣고 걷고 생각하다 보면 그려지는 미래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에서 수강생들은 저마다의 포부와 고민 등을 ‘터놓고’ 얘기한다.
    기본학교 2기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명의식을 알고 있었다. 경기 평택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배민정 씨(48)는 “33명이 갖는 의미를 내가 하는 일에 투영시키면서 살고 있다”면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교육으로 아이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기본학교 2기생들은 전국에서 온다. 반수 이상이 수도권에서 온 학생들이고 광주전남 학생은 4명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교통비만 부담할 뿐 수강료와 숙식비는 무료다. 기본학교의 수업기간은 6개월이고 24번의 강의가 이뤄진다. 강의는 주말에 열린다. 수업은 강의와 등산이 전부다. 토요일 오후 1시 반에 시작해 다음 날 오후 2∼3시쯤 끝난다. 첫날 강의는 5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강의는 세계건축상을 받은 나비의 꿈이라는 의미인 호접몽가에서 한다. 최 교수가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강의를 한 후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수업 분위기는 여느 대학 강의보다 훨씬 밀도가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2기가 시작된 지 넉 달이 넘었기에 수강생들은 서로 친밀했고, 최 교수와도 농담을 주고받았다. 33명의 학생 가운데 21명은 호접몽가에서 강의를 들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줌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튿날 수업은 함평군 대동면에 있는 고산봉(高山峰) 등반과 점심. 최 교수는 “등산이 기본학교의 핵심”이라고 했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지력(智力)이 중요한데 지력의 바탕은 체력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체덕지(體德智)가 한국 교육의 바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은 감각의 주체이기에 몸을 중시해야 자신을 독립적인 주체로 인식할 수 있다. 신에 종속하거나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나대로 사는 것”이라며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호접몽가 근처에 있는 해발 367m 높이의 고산봉을 오르면서 최 교수와 학생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정상에서 40분을 쉬는 동안 최 교수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고, 학생들도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군복을 입고 기본학교 면접에 참가해 다른 지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김민석 씨(25·청주대 4학년)는 “기본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지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미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등산 후 이어진 점심 자리에서도 진지한 얘기가 오갔다. 전직 중학교 교사인 박상희 씨(40)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농아 대상 책 기부사업을 어떻게 하면 사업화해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눌 수 있는지를 두고 주위에 앉은 동기생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10일 오후 강의와 등산, 점심을 같이 했던 학생들은 이틀간의 수업을 마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돌아가기 전 코로나19로 채우지 못했던 3번의 강의가 보충될 것이고, 다음 강의에는 몸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베토벤을 공부하는 수업을 하겠다는 최 교수의 말에 환호했다.


    함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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