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최진석의 글을 소개합니다.
노자에게 자연은 무엇입니까?
노자의 자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만물의 총합으로서의 자연, 다른 하나는 만물의 운행 원칙으로서의 자연입니다. 만물의 운행 원칙은 인간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 저절로 그러한 것이죠. 노자는 누구에게나 치우침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연을 모델로 해서 심리적인 주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자의 경우처럼 심리적인 주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상이 가치론으로 빠지기 때문이지요. 가치론으로 빠지면 특정한 이념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죠. 기준은 구분합니다. 구분하면 배제하고 억압하는 일이 일어나고요. 그러면 사회는 분열되고 갈등 속으로 빠지죠. 이와는 다른 길을 가고자 노자는 가치론으로 빠질 여지가 전혀 없는 자연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인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 그래서 인간의 심리적 주관성이 개입될 소지가 없는 대자연을 따라 자율과 통합이 이뤄지는 나라를 꿈꾼 것이죠. 노자는 자연에서 발견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 세상에 적용하고자 해요.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그냥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오해하게 됩니다. 그건 노자의 생각이 아닙니다. 노자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적으로 파악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의 삶 속에서 구현하자고 주장하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노자 사상을 반문명론으로 오해하고, 문명 자체를 부정하는 삶을 매우 큰 깨달음에 이른 것으로 착각하죠. 노자는 자연을 추구하고 문명을 배격한다는 식의 말은 노자를 잘못 이해한 결과입니다. 노자나 공자나 모두 문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에요. 공자는 이런 문명을, 노자는 저런 문명을 건설하려고 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공자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의 본질인 ‘인’을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지키며 확대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고, 노자는 그렇게 살면 필연적으로 가치론에 빠져서 이 세계를 양분하게 되니 그런 것이 배제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 세상에 적용하는 문명을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거예요. 노자의 사상은 문명의 형식을 다르게 끌고 가는 것이지 결코 문명을 반대하는 철학이 아닌 겁니다. 이것이 노자 사상의 매우 기초적인 전제이건만 많은 이들이 오해해온 것이 사실이에요. 제가 볼 때 유독 노자 철학만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유교가 중심 사상이었던 시대를 매우 오래 살았어요. 조선 시대, 6백 년 동안 이어진 유교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각인된 상태에서 노자의 사상은 반(反)유교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게 된 거죠. 유교는 문명의 책임자 행세를 하면서 노자 사상에 문명의 비판자나 파괴자의 탈을 씌운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공자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개입하는 사상가로 만들고 노자는 세상을 떠나는 사상가로 만들어버린 거예요. 더욱이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노자의 사상을 전체주의적인 사고로 보는 것은 매우 큰 오해예요.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노자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적으로 파악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의 삶 속에서 구현하자고 주장하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노자 사상을 반문명론으로 오해하고, 문명 자체를 부정하는 삶을 매우 큰 깨달음에 이른 것으로 착각하죠.
최진석, 『나 홀로 읽는 도덕경』, 시공사, 2021, 7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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