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진석입니다.
철학의 탄생은 바로 생각의 탄생이고, 생각의 탄생은 인간이 역사의 책임자로 등장하는 사건이다. 역사의 책임성을 더 이상 신에게 두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존재에 두지 않는다. 역사의 책임자로 등장하는 이 독립적 사건과 함께 철학이 탄생합니다. 물론 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치도 함께 태어납니다.
정치나 철학은 생년월일이 같습니다. 모두 다 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적 장치들입니다. 물론 당연히 철학이나 정치도 새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것은 같습니다.
역사의 책임성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제도의 어떤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역사의 책임성을 왕이 혼자 가지고 있을 때, 그때를 우리는 왕정이라고 합니다. 왕정시대에는 왕이 재화의 생산과 분배를 결정하거나, 재화의 생산과 분배권을 왕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재화의 생산과 분배하는 능력을, 그 권한을 행사할 때 왕은 이 ‘생각’에 의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정시대에는 우리가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생각하는 존재는 왕 한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왕의 생각을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생각하는 존재가 역사의 책임자이고, 이 책임자가 왕일 때, 그때를 왕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일이 어떤 생산도구나 생산관계 혹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달라지면서 왕 혼자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이제 능력이 의심받거나 사라져서 역사의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왕이 하던 책임성, 왕이 가지고 있던 책임성, 그 다음에 왕이 하던 생각, 그 다음에 왕이 가지고 있었던 재화의 생산과 분배권, 이러한 것들을 왕이 놓치게 됩니다. 그러자, 그 밑에 재화의 생산과 분배에 직접 관여하는 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게 됩니다. 그 한 명, 한 명, 한 명이 이제는 재화의 생산과 분배권을 가지게 된 것이죠.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하고, 이 시민이 주도권을 가지고, 다시 말해서 역사의 책임성으로 무장해서 재화의 생산과 분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를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역사의 책임성과 주도권을 가지고 사회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은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역사의 책임성과 주도권을 가지고 사회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은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재화의 생산과 분배 권한을 가졌습니다. 역사의 책임성도 가졌습니다. 그 이전에 왕이 가졌던 것을 시민들이 골고루 나눠 가졌습니다. 그 시민들이 그런 왕이 가졌던 권한을 골고루 나눠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시민들이 역사의 책임자가 되었죠.
그래서 이제 시민은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이 제도가 잘 운영되느냐 운영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냐? 바로 시민이 역사의 책임자라는 자각이 있느냐 없느냐. 시민이 믿음에 빠져 있느냐 생각하느냐. 시민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행하고 사느냐 스스로 생각하면서 사느냐. 이런 점에서 이제 민주주의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가 결정되게 됩니다. 그래서 시민은 모두 다 한 명, 한 명, 한 명이 그 이전에 왕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은 작은 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왕들이 모여서 이 자가가 사는 공동체를 작동시키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죠.
그러니까 이 시민이 ‘자기가 스스로 왕이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이것이 민주주의가 잘 되느냐 잘 되지 않느냐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면, 시민은 왕처럼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왕처럼 행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이 공동체, 이 역사는 내가 책임자다.’ 그 다음에 또 하나 뭡니까. ‘왕이 하던 생각을 이제는 내가 한다, 내가 생각한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나는 역사의 책임자다’라는 의식으로 무장해 있는 거죠. 왕정시대의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군중을 우리는 백성이라고 부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공동체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군중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합니다. 왕정시대의 특징은 왕이 생각을 집행하고 백성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민 사회의 특징은 시민이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백성은 생각하지 않는 시민이다. 시민은 생각하는 백성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백성이고, 생각하면 시민입니다.
"‘내가 이 공동체의 책임자다’라고 하는
근본적인 각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생각이 펼쳐지는 모습은 어떠할까요? ‘내가 이 공동체의 책임자다’라고 하는 근본적인 각성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나로 사느냐 살지 못하느냐. 시민으로 사느냐 백성으로 사느냐. 역사의 종으로 사느냐 책임자로 사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