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죽음을 없애지 못하지만, 죽음의 방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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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음을 지우지 못한다. 다만 죽음을 지나가는 사람의 자세를 바꾼다. 그림이 무너지는 몸을 붙잡는 선이라면, 음악은 사라지는 시간을 붙드는 숨이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이, 살아 있다는 밀도를 높인다. 당연하다고 여기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겪는다. 그렇지만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마지막일지 모르는 인생의 장면이, 예술의 재료가 되어 사라지는 시간을 기록한다.
예술은 드라마틱하게 위대한 구원으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극적임보다 하루를 견디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나의 존재를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의 수단이 된다. 그 처절함은 단순한 인간의 본능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성스러운 행위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 행위자는 사라질지언정, 기록은 남는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좋아한 "Ars longa, vita brevis(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처럼. 류이치의 마지막 유작은 성취를 위한 창작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마지막 행위이지 않았을까. 그가 죽기 전, 더 작은 일상의 소리에 집착한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을지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단순히 유명한 작품이 오랫동안 보존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 그의 예술을 보고 듣는 순간, 예술가의 시간과 감각이 잠시 현재로 돌아온다는 뜻일지 모른다.
댓글목록

노시균님의 댓글
노시균 아이피 (211.♡.68.201) 작성일 Date
그렇다면
예술은 죽음의 부드러운 호출이요
죽음이 남긴 강력한 스크래치네요.
죽음을 예감한 노인에게는
기억되고 싶은 소망이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