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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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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윤미정 (116.♡.169.55)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79회   작성일Date 25-02-17 16:55

    본문

    3부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

     

    단지 사실을 모방하면 되는 걸세. 모방이 완벽하면 할수록 글은 더욱 좋아지지. (Book1-서문)

     

    영혼이 느끼는 즐거움이란 눈이나 상상력이 관망한 사물의 아름다움과 조화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자체에 추함과 부조화를 가지고 있는 사물은 우리에게 어떤 만족도 불러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Book1-Ch47)

     

    거짓도 진실로 보이면 보일수록 좋고, 그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것보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일수록 더 즐겁다고 말입니다. 거짓을 이야기할 때라도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져야 하는 법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고 엄청난 사건들을 평범하게 써야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그래야 독자들이 놀라기도 하고 몰두하며 흥분하거나 즐겨서 감탄과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게 되지요. 진실성과 자연을 모방하는 일을 기피하는 자는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사실 완벽한 작품은 이렇게 진짜같이 쓰고 사물을 모방하는 데 있는것을 말입니다. (Book1-Ch47)

     

    고향의 이름을 붙여 스스로를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문과 고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고향을 영예롭게 하는 것 같았다. (Book1-Ch1)

     

    라만차의 기발한 이달고는 이렇게 임종을 맞이했으니, 시데 아메테는 라만차의 어느 곳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일곱 도시가 호메로스의 고향을 두고 서로 싸웠던 것처럼, 라만차의 모든 마을과 장소들이 돈키호테를 자기 고장의 사람이자 자기들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서로 싸우도록 하고 싶어서였다. (Book2-Ch74)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

    소설이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완벽한 글은 사실을 모방하는 데서 시작된다. 세르반테스는 독자가 돈키호테의 마법에 더 깊이 빠질 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모방을 바탕으로 돈키호테를 써내려 갔다.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 돈키호테가 사랑에 빠진 둘시네아의 마을, 엘 토보소, 그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우리는 어느새 스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스페인은 돈키호테의 나라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지나갔을지도 모를 들판이 펼쳐지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마을이 나타난다. 돈키호테의 여정을 따라 스페인의 풍경을 걸어보자.

     

    주의

    이 글은 스페인을 가보지 못하고 돈키호테를 읽기만 한 자가 썼으므로, 사실과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이라 믿었듯이, 나 역시 이 글을 쓰며 스페인을 여행했다고 믿기로 한다.

     

    1. 라만차: 돈키호테의 고향 - 이야기와 공간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불렀다. 라만차는 스페인 중부에 위치한 넓고 건조한 평원 지역이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정확한 고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라만차의 어느 지역을 가도 돈키호테를 상상하며 여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은 많은 사람들을 스페인으로 불러들인다. 이야기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다시 이야기가 되는 순간이다. 프랑스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따라 그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네가 바라본 지베르니의 정원을 거닐고, 고흐가 머물렀던 마지막 장소 오베르 쉬아즈에서 고흐의 죽음을 슬퍼한다. 우리가 우리의 공간에 이야기를 더할수록, 그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스페인의 라만차가 돈키호테 이야기로 인해 특별해 졌듯, 함평의 시골 마을이 최진석 철학자님으로 특별해 지듯, 우리가 지나치는 작은 공간도 하나의 이야기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도 대한민국 곳곳에 더 많은 이야기를 새겨 넣어야 한다.

     

    싸움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변화무쌍한 것이네. 내 생각에, 아니 생각이 아니라 진실인데, 나의 서재와 책을 훔쳐 간 그 현인 프리스톤이 승리의 영광을 내게서 앗아 가려고 거인들을 풍차로 둔갑시킨 게야. 내게 품고 있는 그자의 적의가 이 정도란 말일세. 그러나 그자의 사악한 술법도 내 선의의 칼 앞에는 별 볼 일 없게 될 거야. (Book1-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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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캄포 데 크립타나(campo de criptana)

    캄포 데 크립타나에 가면 돈키호테의 풍차를 볼 수 있다. 그곳에서 풍차와 마주하는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 익숙한 풍차가 낯설어지고 거인으로 변하니 모험이 시작된다. 매일 보는 장소, 반복되는 일상은 지겹고 따분하다. 인간은 반복되는 일상을 참 지겨워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더 이상 좋은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치 내가 있는 곳만 바로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풍차가 괴물처럼 보이는 돈키호테의 낯설기는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된다. 어린아이가 그림자를 보며 신기해 하듯, 돈키호테처럼 매일 보는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매일이 모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3. 푸에르토 라피세 (Puerto Lápice)

    돈키호테의 첫 번째 모험이 푸에르토 라피세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풍차와의 전투보다도, 그가 진짜 기사로 거듭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푸에르토 라피세는 돈키호테가 머물렀던 여관이 있는 곳이다. 그는 이곳을 성으로 착각했고, 여관 주인을 성주로 여겼으며, 스스로 기사로 임명 받기를 간청했다. 여관 주인은 장난처럼 그를 기사로 서임했지만, 돈키호테에게 그것은 진짜 기사 작위였다. 그 순간부터 그는 단순한 광인이 아니라, 진짜 편력 기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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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시에라 모레나(Sierra Morena)

     

    두 사람은 그 옆에 있던 시에라 모레나 산맥의 한 줄기로 들어갔다. 산초는 이 산맥을 넘어 비소나 알모도바르 델 캄포로 나가, 성스러운 형제단이 찾더라도 들키지 않도록 그 험준한 곳에서 며칠 숨어 있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Book1-Ch23)

     

    그날 밤, 시에라 모레나 산중에 이르렀을 때 산초는 이곳에서 하룻밤만 묵을 것이 아니라 양식이 떨어질 때까지 며칠이고 머물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단 그들은 코르크나무가 무성한 두 개의 바위산 사이에서 그날 밤을 보내기로 했다. (Book1-Ch23)

     

    산은 학자를 키우고, 목동들의 오두막은 철학자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벌써 알고 있다오.」 「적어도, 신부님.산양치기가 대답했다. 목동들의 오두막은 세상에서 혼이 난 사람들을 받아 주지요. (Book1-Ch49)

     

    여기 보시는 살찐 얼굴에

    큰 가슴과 기백 넘치는 거동의 이 여인이

    위대한 돈키호테가 연모했던

    엘 토보소의 여왕 둘시네아요.

    그녀 때문에 그는 그 큰 산맥

    시에라 네그라[Sierra Negra. 시에라 모레나 산맥]의 이곳저곳을 누볐고,

    그 유명한 몬티엘 평원이며 잡초 무성한

    아랑후에스 들판까지 지치도록 걸어다녔소.

    (Book1-Ch52)

     

    둘시네아가 준 것이라면서 시에라 모레나로 가지고 간 그 답장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들통 날까 봐서였다. (Book2-Ch9)

     

    시에라 모레나(Sierra Morena)

    최진석 교수님에게 고산봉이 있듯이 돈키호테에게는 시에라 모레나가 있다. 시에라 모레나는 스페인 남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다, 돈키호테는 갤리선 노예들을 해방한 후, 성직자 형제단을 피해 시에라 모레나로 들어간다. 돈키호테는 왜 산으로 들어갔나?

     

    독일의 검은 숲속에에는 하이데거가 운둔하길 좋아했다, 오두막에 폭풍이 치고 눈이 오면 그때가 철학자의 시간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산에 오르면 세상의 일들은 작아지고, 나 자신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 자동차 소리, 인공적인 소음이 가득하지만, 산속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그 대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가 나를 둘러싼다. 타인의 소리는 내 생각이 커지는 것을 때때로 방해 하지만 숲속의 소리는 내 안에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판의 미로에서 산에 숨은 반군들이 바람으로 소통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였다. 우리는 주로 말로 소통한다. 나를 걱정하며 하는 쓴소리나 나를 지지하는 위로의 말이 결국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 다르게 들으며 서운해 한다. 인간 언어의 한계일까? 숲속의 언어는 도시의 언어와 다르다. 바람 소리 물소리가 풀의 향들이 또 다른 언어가 되어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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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구글어스


    바로 그거야.돈키호테는 대답했다. 그게 내 일의 절묘한 점이네. 편력 기사가 이유가 있어서 미친다면 감사할 일이 뭐가 있겠나. 핵심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미치는 데 있는 것이야. 내 귀부인으로 하여금, 아무런 이유도 동기도 없는데 저만한 일을 하시는 분이니 무슨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어떤 일을 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지. 더군다나 나의 영원한 귀부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게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지 않겠나. 저번에 만났던 목동 암브로시오가 한 말을 자네도 들었겠지만, 헤어져 있으면 모든 아픔이 오고 두렵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내 친구 산초여, 지금껏 보지 못한 참으로 희귀한짓이지만 나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이 흉내 내려는 일을 말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게나. 나는 미친 사람이고, 내가 나의 귀부인 둘시네아에게 보내려는 편지를 자네가 그분께 전해 드리고 그분의 답장을 받아다시 돌아올 때까지 나는 미쳐 있어야 하네. 그리고 그 답장이 나의 믿음에 걸맞은 그런 것이라면 그 어리석은 짓도 고행도 끝이 나지만,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나는 진짜 미친 사람이 되어 버릴 걸세. 그렇게 되면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겠지. 그분이 어떤 식의 답장을 주든 나는 자네가 나를 떠날 때 가지고 있던 고뇌와 수고에서 벗어날 걸세. 제정신으로 자네가 가져올 행복을 즐기든가, 아니면 미쳐서 자네가 가져올 불행을 느끼지도 못하든가 말일세. (Book1-Ch25)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자기의 귀부인 오리아나가 마음이 바뀔 때까지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하자 공주에게 버림받은 줄로 알고 한 은자와 함께 라 페냐 포브레 계곡으로 들어가 거기서 실컷 울고 오로지 하느님께 매달린 게 전부였어. (Book1-Ch26)

     

    숲을 걸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호르몬들이 향이 되어 내 코로 들어온다. 나는 그것이 내 몸 어디에 좋은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냥 좋다는 것은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숲이 의사가 되는 듯그 속을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산은 많은 것을 품는다시에라 모레나는 스페인 내전때 반군들이 숨어 들었고 책 돈키호테의 인물, 카르데니오, 도로테아도 서로에 연인에게 버림 받고 시에라 모레나로 들어왔다. 물론 주인공 돈키호테, 슬픈 몰골의 기사까지 이곳, 시에라 모레나를 고행 장소로 택한다. 카르데니오와 도로테아의 슬픔, 돈키호테의 광기도 숲은 치유할 수 있다. 한번도 제대로 둘시네아를 보지 않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돈키호테는 치유가 아니라 또 다른 광기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다. 광기든 치유든 숲은 우리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구글 어스로 보는 시에라 모레나는 높은 나무보다 낮은 관목이 많았다. 낮은 풀숲 사이로 커다란 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돌은 그 무게감 만으로 존재감을 증명한다. 돌과 낮은 나무들 풀들이 만들어 내는 시에라 모레나 만의 언어는 어떤 소리를 만들어낼까? 시에나 모리아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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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구글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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