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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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 중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100일을 정진하면 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1000일을 정진하면 나의 개선이 시작되며, 10000일을 정진하면 사회의 개선이 이루어진다.’
2022년 5월 21일에 기본학교 2기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오늘인 2025년 2월 14일은 졸업식 이후 1000일이 되는 날입니다.
기념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학교 졸업 이후 천일결사의 회고를 남겨봅니다.
회고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해보는 형태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떻게 정진했는가?
2.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3.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1. 어떻게 정진했는가?
저는 기본학교 졸업 이후, 두 가지를 매일 하였습니다. 첫째, 30분 이상 운동하기. 둘째, 기본학교 기도문 외우기. 정진의 최종 목표는 기본학교 기도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2.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운동을 하니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원래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서부터 집중력이 10배 높아지고, 두뇌회전이 10배 빨라졌습니다. ‘아, 내가 머리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구나’를 느꼈습니다. 또한 몸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언어와 지식을 도구로써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말고삐를 쥐고 어디로 갈 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행사하고 싶다는 육체적 갈망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잠을 자기가 어렵습니다.
기본학교 기도문에 대한 답이 구체화될수록, 제가 그리는 삶의 무늬도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운동보다 힘들었던 것이 기도문 외우기였습니다. 100배는 힘들었습니다. 운동은 그냥 해버리면 끝나지만, 기도문은 이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진 초기에는 기도문을 하루에 10번도 넘게 외우고, 글로도 여러번 써봤습니다. 500일동안 지속해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매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지쳐 잠이 들곤 했습니다. 600일 쯤 되었을 때,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혼자서 주고 받은 문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넌 뭘 원해? 원하는걸 몰라? 그럼 넌 뭐가 싫은데?’ ‘난 바보짓을 하는게 죽기보다 싫어.’ 이 순간부터 구체적인 답이 하나 둘 생겨났고, 이제는 나름의 답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정해가고 있습니다.
3.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기도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질수록 스스로의 부족함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 지식은 얼마나 부족한지, 인간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없는지, 속은 얼마나 좁은지 등등. 무엇보다 나만의 판타지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빈궁한 것인지를 처절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 해야할 일은, 쭈그러진 심장을 쫙 펼치는 일입니다. 자랭이에서 병어로, 병어에서 덕자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운동, 지식욕, 야망 이 세 가지에 집중해야겠습니다.
막상 글을 쓰고 나니 민망합니다. 득도했다고 설치는 새끼중이 된 기분입니다. 갈길은 멀고,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입니다. 그래도 글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남겨보았습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Titian. (1549). Sisyphus [Oil on canvas].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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