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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읽다_서평] 천개의 파랑 -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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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벽돌맨 (211.♡.181.17)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9회   작성일Date 25-01-31 20:5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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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처음 집었을 때 보였던 것은 작가의 팔에 그려져 있는 타투였다. 풀잎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타투는 축구장 위의 농구공처럼 잘못된 자리에 놓인 것 같았다. 타투를 한 작가는 드물었기에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것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마음이 들어 책을 읽는것보다 먼저 작가에 관해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잘못 놓였다고 생각한 타투는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으므로 이미 성공한 장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가의 외모를 전면배치한 허블 출판사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한편, 작가는 타투에 관한 고등학생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중요한 건 저는 타투를 내 삶에 아무런 악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에요. 화가 나거나, 혹은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표현의 수단 정도로만 정했어요이 말은 자신의 표현을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기준대로 표현하겠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게시판에 글을 쓰는 행위도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나의 기준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천 개의 파랑》은 SF 장르를 활용했지만 전문적인 과학 지식 없이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aka 브로콜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콜리는 원래 경마용 기수 로봇으로 제작되었는데 인간 기수의 낙상 사고를 막고,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가볍게 설계된 존재였다. 대부분의 기수 로봇들이 오직 경마를 위한 목적만을 갖고 프로그래밍된 반면, 콜리는 제작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칩이 잘못 삽입되는 바람에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조합은 1,000개로 제한되어 있다. 콜리는 기수가 되어 투데이라는 경주마와 함께 경기에 나서게 된다. 투데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콜리는 완벽한 호흡을 이루며 질주했고 둘은 경마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뿐이었고 투데이의 연골이 손상되어 감에 따라 점차 순위도 밀려나게 된다. 처음 투데이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을 때 콜리는 투데이가 행복해한다고 느꼈다. 투데이가 당근을 먹는 순간과 달리는 순간에 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손상된 연골로 인해 투데이가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되자 콜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의도적으로 고삐를 놓아 스스로 파괴되는 선택을 한다. 이후 연재가 콜리에게 왜 스스로 낙마했냐고 묻자 “하늘이 그곳에서 그렇게 빛나는데 어떻게 바라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답한다. 사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에필로그에 불과하다. 이후 낙마로 인해 폐기될 위기에 처한 콜리는 자신의 다름을 알아본 연재를 다시 만나 ‘브로콜리’라는 이름을 얻고, 수리를 거쳐 새 삶을 이어간다. 콜리는 연재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에 스며들며 새로운 색깔을 물들인다.

     

    평가 ★★★★ 푸른 하늘을 담은 천 개의 파랑

     

     모든 기수가 앞을 보고 달릴 때 콜리는 하늘을 보았다. 질문(생각)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나뉘듯이 콜리는 생각하지 않는 로봇 중 유일하게 생각하는 로봇이었다. 최진석 교수님의 타조 이야기, 콜리의 하늘, 질문(생각)하는 인간 모두 같은 내용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콜리가 품은 푸른 하늘을 담은 1,000개의 단어는 주변 인물들의 잿빛 삶을 파랑으로 물들였다. 무한한 단어를 구사할 수 있는 우리는 이 세상에 어떤 색깔을 가져올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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