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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121.♡.219.2)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93회   작성일Date 25-01-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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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이는 욕심이 매우 많은 편에 속했다. 그는 피규어, 우표, 그리고 포켓몬 카드까지 수집하는 수집광이었으며, 어딜가나 완장을 차려고 하거나 상징적인 위치에 있고 싶어했다. 그는 골키퍼가 아님에도 조기축구회에서 등번호 1번을 달고 뛰었으며, 밥은 늘 이천쌀만 먹었다.


    정운이는 갖고 싶은 것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었다. 그의 자동차 번호판과 전화번호 뒷자리는 8888이었으며, 집은 아파트 단지 내 1동 111호였다. 물론 이는 다른 것들보다 더 비싼 것들이었다. 그는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가져야 직성이 풀렸다.


    어느 날, 정운이는 너무나도 갖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은 ‘자유’였다. 자유 그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진 정운이는 자유 NFT 는 없는지, 자유 그 자체를 담은 그림은 없는지, 물성을 지닌 자유는 없는지 등을 열심히 탐색했다. 그러나 대개 자유라는 개념의 파생물들일 뿐, 자유 그 자체는 아니었다. 이름을 박정운에서 박자유로 개명을 할까 싶다가도, 개명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 것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정운이는 야심을 품었다. ‘농구’ 하면 ‘마이클 조던’이 떠오르듯, ‘자유’ 하면 ‘박정운’이 떠오르는 세상을 만들어 버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자유의 달인이 되어야 했고, 자유의 참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부터 그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히 파헤쳤다. 그는 자유에 대해 깨달은 만큼 실천했고, 자신이 자유로운 삶을 높게 구가하여 주변 사람들이 함께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때까지 수련했다. 온 세상이 자신으로 인해 자유로워질때, 그 때 비로소 자유가 본인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년을 수련한 어느 날, 정운이는 심하게 앓았다. 공부를 지속하고 실행을 거듭할수록, 자유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자유’라는 단어는 단지 개념일 뿐, 이 세상에 표현되는 자유의 일부마저 담아낼 수 없는 보잘것 없는 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하려고 했던 그 자유가 자유가 아님을 깨닫고, 이를 철저히 부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정운이는 모든 활동을 끊고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지금까지 소유하고자 했던 자유가 얼마나 허망했는지를 철저히 깨닫고, 진정한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덤벼들기로 한 것이다. 언어는 그의 사유를 전부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도구였지만, 그는 초라한 도구에 얽메이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을 집필한 정운이는 신간 ‘가자유(假自由)’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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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eva de las Manos, Río Pintu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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