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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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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5회   작성일Date 25-01-12 19:08

    본문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말을 접한다. 가족,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시작으로 유튜브, SNS, 언론에서 범람하는 온갖 주장부터 감정 표현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는 말 중에서도 사실인지 아닌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말들이 많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개소리(Bullshit)의 본질과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1. 사람들은 거짓말보다 개소리에 더 무관심하다


    거짓말은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로 본다. 거짓말을 하려면 적어도 사실과 진리를 알고 있어야 거짓말을 지어낼 수 있다. 그 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며, 때로는 청자를 속이기 위한 세밀한 서사를 꾸며내야 한다. 따라서 거짓말에는 진리에 대한 묘한 존중이 담겨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곡하지만, 그 기반이 될만한 사실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허위가 들통나지 않으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소리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진리가 아니다. 자신의 말이 참이든 거짓이든 관심이 없다. 오직 눈 앞의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말이 흘러가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다. 그럴듯한 장식을 덧붙이고 듣는 사람들이 혹한 만한 말투와 태도를 갖추는 데 더 신경을 쓴다. 그의 언어가 사실 확인리아는 규율과 무관하다. 그래서 <개소리에 대하여> 저자는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큰 진리의 적" 이라고 단언한다. 거짓말은 최소한의 진리의 지도를 살피며 우회로를 만드는 반면에, 개소리는 진리의 'ㅈ'도 따져보지 않고 갈 길을 가버리기 때문이다. 


    2. 개소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정치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과 슬로건 중에 엄밀한 검증 없는 듣기 좋게 만들어놓은 수사가 수두룩하다. 공약이 거짓임이 드러나도 발언자가 적당히 말로 바꾸어 해명하거나 여론전을 유도해버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다른 이슈에 관심을 돌린다.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ㅍ우문도 동일하다. 말의 정확성은 많은 이들에게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개인들은 이슈를 접하며 참과 거짓을 논하는 게 아닌, 재미있고 자극적이면 모든지 된다는 마인드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서는 더더욱 사실관계 파악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한마디 '툭' 던지고 나면 그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개소리의 범람에 우려를 표한다. “개소리가 한 사회에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점점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고, 구태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결국 사실 확인과 근거 제시 같은 학술적, 저널리즘적 규범이 약해지고, 공동체의 언어문화가 퇴행해버리는 셈이다.


    3. 개소리꾼은 진정성 마저도 무의미하게 만든다.


    오늘날 개소리의 또 다른 원천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지나치게 몰두하는 태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사실을 알기 어렵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걸 이야기할 거야. 이게 내 본심이니까!”라며 진정성을 과시하려 든다. 그런데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진짜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식이나 근거가 있는지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때도 여지없이 개소리가 펼쳐진다. “어차피 정확성은 불가능하니 내 느낌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면 된다”라는 태도가, 자칫 불필요한 분란만 늘리는 수많은 빈말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자유게시판에서 "정책의 본질은 자유의 제한이다." 같은 말이 떠도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진정성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진리 감각을 무너뜨리는 일종의 면죄부처럼 작동하기 쉽다. 내 마음이 진심이기만 하면 되는가? 그 마음이 옳은지 그른지, 이유와 근거 그리고 사례가 있는지 없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개소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


    <개소리에 대하여>는 작고 얇은 책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텍스트 분량과 별개로 품고 있는 메시지는 상당히 묵직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 같은 태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진실에 대해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고 말만 늘어놓으려는 사람들이 이 시대에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리를 말하려 애쓰는 것과 진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 리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개소리에 대하여>가 품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거짓말은 나쁘다. 하지만 거짓말보다 더 나쁜 것은 참이든 거짓이든 개의치 않는 개소리다.", 말하는 이가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고민조차 하지 않을 때 이미 공론장은 진실을 추구하는 동력이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그 자체로 공동체에 위협을 가하는 짓이다. 정치인이나 언론이 거짓말을 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언론, 시민단체, 감시 기관이 발달했음에도 왜곡과 날조가 버젓이 일어나고 때로는 별다른 반성 없이 넘어가는 장면을 자주 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하는 말이 얼마나 사실에 기반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주변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지도 않고 마구 떠들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성이라는 단어로 정신승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뒷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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