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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와 두루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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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121.♡.219.2)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70회   작성일Date 25-01-10 08:20

    본문

    순간, 여우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여우: 어? 두루미야. 그런데 부리없는 다른 친구들은 이 집에 놀러와서 호리병에 담긴 음식을 어떻게 먹곤 했어? 내가 그 방법을 따라해보면 되겠는데?

    두루미: [당황하며] 어? 아..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했더라..? 음.. 아 사실 내 친구들이 거의 다 부리가 있어서, 그럴 일이 없었어. 너가 부리 없는 첫 친구야! 그래 맞아!

    여우: 아 그래? 근데 아까 내 음식을 넓은 그릇에 옮겨주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 넓은 그릇은 어디에 쓰려고 했던거야? 혹시 네가 쓰는 넓은 그릇이 있는거야?

    두루미: [당황하며] ㅁ.. 맞아맞아! 내가 쓰는 넓은 그릇이 있어서 그랬지. 부리 없는 친구를 초대한 적은 없어. 나도 참 손님 접대가 허술해서 원.. 미안해 여우야.

    여우: 아 그렇구나. [잠시 생각을 한 후] 근데 두루미야, 너는 넓은 그릇을 어떻게 사용하는거야? 넓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을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먹나? 긴 부리가 있어서 먹기가 굉장히 불편할것 같은데?

    두루미: (아 피곤하네..) 아.. 하하. 조금 불편하긴 하지. 그래서 가끔 기분 낼때만 덩어리진 것들을 담아서 집어먹는 편이야.

    여우: 아 그렇구나! 그러면 지난번에 내가 초대했을 때 음식을 먹기가 불편했겠다. 너의 몸이 불편해서 음식을 못 먹어서 망정이었지, 그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면 막상 먹지도 못하고 너무 힘들었겠네?

    두루미: (이제 알았냐?) 아..! 그랬겠네 정말! 그때는 몸이 안좋아서 그렇게까지 생각은 못했었네. 하하..


    순간, 여우는 무언가 불편함을 감지했다.


    여우: (음, 이게 뭐지? 두루미의 말에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 두루미는 분명 목이 긴 그릇과 넓은 그릇의 차이, 부리가 있고 없는 자의 차이에 대해 이미 인식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도 나에게 줄 음식을 호리병에 담아주었어. 그럼 두루미가 무언가를 혼동했거나 일부러 그랬다는건데. 만일 실수로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주었다면, 실수를 인지한 즉시 반사적으로 일어나 넓은 그릇을 내왔을거야. 그런데 나에게 ‘넓은 그릇에 담아줄까?’ 라며 굳이 의사를 물었어. 그렇다면 이건 의도했을 확률이 높지. 그렇다면, 왜 의도한거지? 두루미가 지금 나를 대하는 태도 조금 어색한데, 이게 관련이 있는걸까?)

    두루미: 여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여우: 아 아니야! 어떻게 호리병에서 음식을 꺼내먹을지 고민 좀 하고 있었어 하하. (잠깐, 지난번에 우리집에 왔을 때 왜 호리병에 담아달라는 얘기를 안했을까? 대화 중에 ‘부리가 있는 동물들은 넓은 그릇을 잘 쓰지 않는다’ 라는 얘기 정도는 한 번쯤 할 법도 한데. 혹시 나를 배려해서? 아냐. 그 정도 배려심이 있는 동물이라면 나에게 호리병을 주지는 않았을거야.)


    생각이 끝난 여우가 두루미에게 물었다.


    여우: 두루미야, 이거 호리병으로 먹는게 쉽지 않네 하하. 혹시 넓은 그릇에 옮겨담아줄 수 있을까?

    두루미: (아.. 없는데..) 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 [찬장을 뒤적이는 척하며] 음.. 어디 있더라..? 어디에 분명 뒀는데..? 예전에 버렸던가..?

    여우: (넓은 그릇이 없는데 있는 줄 알았다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지금 이 식사자리의 맥락이 명료하지 않군. 적어도 두루미와 나는 이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는게 분명해. 확인을 해봐야겠다.) 두루미야. 괜찮아! 호리병으로 먹어볼게. 근데 혹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두루미: [자리에 앉으며] 응, 뭔데?

    여우: 너는 언제 가장 불편함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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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x and stork in a group, Factory Chelsea Porcelain Manufactory British. 17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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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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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몰입 경만이님의 댓글

    과몰입 경만이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전체 이용가]
    여우: 너는 언제 가장 불편함을 느껴?
    두루미 : 음.. 사실..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사실 여우네 집에 갔을 때 좀 힘들었어.

    [12세 이용가]
    여우: 너는 언제 가장 불편함을 느껴?
    두루미 : 음.. 내 잘못을 느꼈을 때? 가끔 친구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면 불편할 때도 있어. 너는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니?

    [15세 이용가]
    여우: 너는 언제 가장 불편함을 느껴?
    두루미 : 불편? 난 그런거 없어. 여긴 우리 집인걸? 오히려 여우가 니가 불편해 보이는 걸??

    [19세 이용가]
    여우: 너는 언제 가장 불편함을 느껴?
    두루미 : 역시.. 여우자식 눈치가 빠르군.. 눈치챘겠지만... 내가 너한테 복수하려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불편하다! 넌 날 무시하고 모욕했어! 나도 똑같이 상처를 주겠다!! 그런데 넌 그걸 오히려 즐기더라고. 이런 마조히스트 같은 녀석!! 언제까지 버티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