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두루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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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된 여우와 두루미. 그 둘은 특별한 접점은 없었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루미는 여우의 차분한 면이 좋았고, 여우는 두루미의 순수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날,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우: 두루미야, 많이 먹어.
두루미: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두루미는 여우의 환대에 밝게 응대했으나, 두루미의 실제 기분은 밝지 못했다. 여우가 음식을 담아 준 그릇은 넓적한 형태로, 긴 부리를 가진 두루미가 먹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두루미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배려하지 않은 여우가 미워졌다.
두루미: (아우 짜증나. 얘 뭐지? 나 엿먹이려는건가? 내가 만만한가? 두루미를 무시하는거야 뭐야.)
여우: 두루미야, 왜 먹지 않아? 내가 준비한 음식이 맛이 없어보여?
두루미: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아 아니야! 너무 맛있어보이는데, 어제 급체를 해서 그런지 입맛이 없네. 아무래도 먹기가 좀 힘들겠어. 미안해 여우야.
여우: 아 그랬구나! 먹지 않아도 돼! 몸이 아프고 불편하면 좀 쉬어. 혹시라도 나를 배려하느라 억지로 앉아있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 힘들면 언제든 집에 돌아가도 돼!
두루미: 응 고마워! 그냥 좀 앉아서 쉬면 될 것 같아. 너 편히 먹고, 대화를 같이 나누면 충분할 듯 해.
여우: 그래 그렇게 하자. 언제든 불편하면 얘기해.
두루미: 응! (얘 진짜 짜증나네. 눈치가 없는거야 뭐야. 내가 일부러 긴 부리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말을 해주는데도 못알아듣는건가? 아니면 다 알면서도 나를 꼽주려는건가? 두고봐.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두배 세배 열배로 갚아주겠어. 나를 함부로 건들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지.)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두루미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두루미: 여우야, 이번에는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미안해. 다음에는 우리 집에 너를 초대할게. 그 때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시간을 또 보내자.
여우: 좋아! 가서 푹 쉬고 다음에 보자.
시간이 흘러, 이번엔 여우가 두루미 집에 방문했다.
두루미: 여우야, 차린건 없지만 많이 먹어!
여우: 응 고마워. 잘 먹을게!
여우는 두루미가 준비해 준 음식이 호리병에 담겨있는 것을 보았고, 굉장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여우: 두루미야, 이거 참 재미있다. 나는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서 먹어본 적이 없거든. 너는 긴 부리가 있다 보니 이렇게 목이 긴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먹는게 편하겠구나.
두루미: [눈웃음을 지으며] 오 맞아. 여우 너는 역시 똑똑하구나. (후후 당해봐라. 이 두루미를 무시하면 어떤 고생을 하게 되는지. 음식 맛도 못보고 쫄쫄 굶고 나가는 그 기분을 너도 당해보라는거야. 어때, 너도 기분이 더럽지?)
여우: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먹다니, 이건 나에게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야. 흠.. 부리가 없는 나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까? [호리병의 주둥이를 물고 호리병을 뒤집어 음식이 나오도록 유도해본다]
두루미: [놀란 표정을 애써 지으며] 아앗! 너는 부리가 없다보니 먹기가 불편하겠구나. 미안해.. 내가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네. 넓은 그릇에 옮겨담아줄까? (사실 넓은 그릇따윈 없다. 개고생해봐라 후후)
여우: 아! 전혀 문제없어. 난 이 경험 자체가 즐거우니까. 내가 한번 방법을 강구해볼게. 호리병에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우로 한 단계 진화해보겠어.
두루미: [옅은 미소를 띄고 여우를 쳐다보며 생각한다] (쯧쯔.. 애써 포장하려 애쓰지 마렴. 너는 그냥 개고생하고 있을 뿐이야. 나를 배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다! ^^)
The fox and the crane dining together in Pieter Bruegel's 1559 Netherlandish Prover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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