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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사고와 꼰대 사이, 경계에 갇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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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65살 경만이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1회   작성일Date 25-01-09 23:44

    본문

    우리 사회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지적인 태도로 여깁니다. '무엇이든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하라.' 는 말은 요즘 교육 현장 밖에서도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판적 사고에서 비판(批判)은 단순 의심, 반대하라는 게 아닙니다.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순수한 이성의 한계를 들여다 본 것처럼, 비판적 사고의 핵심은 한계까지 들여다 보려는 열린 사고입니다. 


    훈련되지 않은 지성이 임하는 비판적 사고는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독선적인 꼰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정에 초점을 맞춘 비판적 사고는 상대방의 사사로운 생각과 행동까지 지나치게 개입하려 들며, 본인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절대 기준으로 삼고 타인을 재단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인 열린 사고가 아닌 닫힌 사고로 임하는 순간 소통보다는 지적, 교정이 우선시 되는 꼴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비판적 사고는 무엇일까?' 이는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낯선 이야기를 듣고 '왜 그렇게 생각하지?' 를 고민하고 보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남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찾아내려는 태도인 것입니다. 이마누엘 칸트가 '순수이성'에 접근한 것처럼 말입니다. 고로 온전한 비판적 사고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근거나 이유가 마련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무런 근거, 이유도 없이 "네 생각은 틀렸어." 라고 결론을 내리는 행위는 '비판'이 아니라 '독단'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비판적 사고'의 탈을 쓰고 행해지는 독단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의 갈등, 혐오가 대표적입니다. 가령 책이나 지식을 접할 때에도 처음부터 비판적으로만 읽고,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리지 않으려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앞서, 잘잘못부터 따지려 드는 습관은 결국 자기 확신과 신념을 견고하게 만들 뿐, 사고의 폭을 넓혀주지 못합니다. 본인은 "나는 비판적 사고로 무장한 지성인이야" 라고 자부할 수 있으나, 현실은 서로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좁은 시선의 꼰대로 전락하게 됩니다.


    진정한 비판적 사고는 순수한 정독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안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적어도 극우 언론부터 극좌 언론까지 조용히 정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나와 입장이 너무도 다른 극단적 견해조차 일단은 읽고 들어보는 태도가 진정한 비판적 사고의 시작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왜 이렇게 말할까?" 같은 마음으로 접근하면, 단순히 '틀렸다'고 확정해 버리기 전에 더 풍부한 근거와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비판적 사고는 다른 세계관을 관찰하고 그 논리를 파악하여, 내가 지닌 생각의 기반과 사고의 지평이 확장되었을 때에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대화를 나눌 때도,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려 할 때 생각이 확장됩니다. 순수한 정독은 낯선 언어와 낯선 사유의 체계 안에서 인물이나 저자의 입장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세계관과 시각을 내려놓고 확장하려는 노력입니다. 그렇게 확장된 시선으로 주장을 다시 들여다 보는 것이 비판적 사고의 시작입니다.


    이는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유튜브 영상 <독[讀]한 습관, 최진석편 - 1*>, 11:17 ~ 13:19 부분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래는 내용을 요약해서 옮긴 것입니다.

    (* 링크 1)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세계에 초대 받아 들어가는 일입니다. 마치 남의 집에 초대 받아 방문했을 때 처음부터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부부관계를 살피기 보다, 집의 분위기와 음식 물건 등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예의처럼 저자의 생각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저자의 세계를 엿보며 우리는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내 삶에 맞지 않는 점을 걸러내며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합니다. 이는 저자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내 삶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지적인 것처럼, 냉철한 것처럼, 이성적인 것처럼 던지는 수 많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몇몇의 실체는 독선에 가깝습니다. 만약 어떠한 근거, 이유도 없는 상태로 자신의 기준만을 우선시한 채 대화보다 일방적인 훈계를 시도한다면, 이는 지적인 것도 냉철한 것도 이성적인 것도 아닌 개소리일 수 있습니다. 근거와 이유가 빈약한 상황에서 "넌 틀렸어" 같은 식의 언급만 반복된다면, 개소리가 확실합니다.


    2025년은 개소리에 휘둘리거나 개소리로 휘두르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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