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은유가 만드는 삶, (김용규, 김유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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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와 노랫말, 동시와 동요, 광고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표현 속에는 은유가 스며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은유를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닌, 인간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핵심 사고 방식으로 정의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혹독한 포로수용소에서도 폴란드 병사들이 서로에게 문학과 예술을 강의하며 정신적 가치를 지켜낸 사례를 말하며, 저자는 “인간은 짐승처럼 밥만 먹고 살 순 없다”는 사실을 거듭 상기시킨다.
구체적 예시로 목차 1. "시와 은유" 에서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도종환 <담쟁이>, 노천명 <사슴> 등, 한국 현대시가 가진 은유적 사고를 해부한다. 예로 “내 사랑(원관념)은 이미 떠나갔지만, 모란(보조관념)은 다시 필 수 있으므로 나 역시 희망(창의)을 놓지 않는다.”는 식으로 원관념 -> 본질-> 보조관념 -> 창의를 설명했다.
이처럼 저자는 1편 <은유란 무엇인가>에서 설명한 “원관념-본질-보조관념-창의”의 4단계 도식을 활용해, 시나 노랫말, 광고 이미지, 예술작품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훈련을 제안한다. 예컨대 사랑을 “괴물”로, 여름비를 “은젓가락”으로 빗대는 표현들에서, 원관념의 본질을 다르게 재개념화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광고인 이제석의 ‘굴뚝총’이나 장애인의 ‘에베레스트 계단’ 같은 기발한 이미지 광고 역시, 은유적 사고를 통해 빠르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 사례로 설명하였다.
책 후반부에서는 예술사조와 시대정신도 은유로 풀이하였다. 중세 고딕성당의 첨탑, 르네상스 시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 혼합,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기존 양식 제거’ 실험 등 역사의 커다란 흐름이 모두 은유적 사유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저자들이 강조하는 바는 “반복된 은유 훈련이 삶의 한계를 넓히고 인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라는 점이다. 시나 광고, 동시나 동요를 대할 때마다 어떤 은유적 사고가 작동하는지 의식적으로 살펴보라는 권유는, 일상에서도 새롭고 창의적인 시야를 열어줄 길이라 말한다. “연습이 거장을 만든다”는 말처럼, 누구든 이 책이 제시하는 ‘빈칸채우기’ 방식에 익숙해진다면, 표현력은 물론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까지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평가
이 책은 시, 동시, 동요, K-POP, 광고, 예술작품까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들을 활용해 은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단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방법론까지 제시하였다. 아쉬운 점은 은유 패턴 (원관념->본->보조관념->창의)에 대한 반복 설명이 많아,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독자들에게 구조화시켜, 은유적 사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이끌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은유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독자에게 확실한 이론과 구체적인 예시와 실습방법까지 제공한다. 그래서 단순 글과 말을 잘 하고 싶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더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고를 하고 싶다면, 더 재미있는 나만의 시각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서평을 쓴 이유
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흑역사, 콤플렉스, 섹스 등 부끄러운 것들도 정면으로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섹스를 말하면 대부분은 헐 벗은 상태로 성기와 성기의 마찰을 통해 무언가를 배출하는 행위, 마찰 과정에서 나오는 비밀스럽고 농밀한 숨소리를 떠올리며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문화, 생각차이일 수 있으나 내가 생각하는 섹스의 본질은 교감이다. 키스 또한 문학작품에서 은유, 상징적으로 교감을 표현한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섹스는 키스보다 더 깊고 내밀한 정서적인 교감이다. 다시 말해, 섹스는 키스보다 나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는, 드러나는 교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많은 사람들은 섹스를 부끄럽게 생각하여 외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은유적 사고로 섹스를 들여다 본다면, 19금이 아닌 전체이용가 수준으로 바뀌지 않을까? <은유가 만드는 삶> 서평을 작성한 이유다.
섹스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예를 들면, "내 숨결이 닿는 순간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난 기본학교 과제에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섹스에 대해 말할 때 이렇게 돌려서 표현했다.
"제 인생의 참 스승은 전 여자친구 세 명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저라는 존재를 확장시켜준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저를 온전히 믿어주고 품어줬습니다. 때로는 저에게 의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녀의 치과 의사부터,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때로는 정신과 의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섹스의 본질은 비밀스러운 곳의 접촉이다. 그래서 비밀스러운 곳에 접촉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을 가진 의사로 섹스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보았다.
물론 이 표현은 <은유가 만드는 삶> 에 빗대어 보면 부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섹스가 19금이 아닌 12세 이용가 정도로 바뀔거라 생각한다. 금기시 되는 표현을 은유적으로 접근한 것은 여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님포마니아'다. 이는 통제 불가능한 욕정으로 특정지어진 여성 질병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이 용어는 18세기 프랑스 의사인 D.T 비앵빌에 의해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그는 성적 욕망이 과한 여성을 그리스 신화의 님프(Nymph)라는 요정으로 바꿔 거부감을 낮춘 것이다. . (* <은유가 만드는 삶>에서는 님포마니아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이처럼 은유적 사고를할 수 있다면, 보고 싶지 않은 흑역사, 콤플렉스와 같은 것들도 아름답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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