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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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죽음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 지금 높은 인식의 삶을 이야기하는거 아니었어?
영희: 삶은 죽음이 있음으로서 비로소 삶이기 때문이야. 삶 자체가 죽음에 대항하는 투쟁이기 때문에, 죽음이 분명히 있지 않고서는 삶도 제대로 설 수 없어.
철수: 하긴, 내가 영원히 산다고 생각한다면, 삶이랄 것도 딱히 없겠구나.
영희: 그렇지. 이제 내 말을 이해하고 있구나.
철수: 그러면 죽음은 어떻게 철저하게 인식할 수 있지?
영희: ‘인생이 짧다’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면 돼. 매일같이 ‘금방 죽는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자각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철수: ‘금방 죽는다’만 매일 되뇌면 나도 ‘더 인간’이 될 수 있는걸까?
영희: 더 철저하게 인식하고 싶다면,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며 스스로의 땀냄새를 맡아봐. 온 몸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오롯이 느껴보는거야.
철수: 내 몸이 있음으로써 삶이 있으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영희: 그리고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죽을때까지 이루고자 하는 소명은 무엇인가’. 매일 묻다보면 닫혀있던 내면에 균열이 생기고, 피의 속삭임이 들릴거야.
철수: 조금 사이비 종교 활동 같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탄탄하니 한번 해볼게.
1년 후
영희: 철수야 어때, 이제 ‘더 인간’이 된 기분이 들어?
철수: 응. 조금 더 명료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더 많은 것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게 되었기에 스스로를 ‘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어.
영희: 오, 수련의 효과가 있었구나. ‘덜 인간’이 알아들을만한 어휘를 사용하였는데, 귀신같이 교정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발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
철수: 응 맞아. 작년에 아이들의 돈을 빼앗아 막걸리를 마시려고 했던 상황을 자주 돌아보곤 해. 아직 내면세계가 덜 구축된 아이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행위가 그 아이들 뿐 아니라 내 내면에 생채기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 나와 이 사회에 끼쳤을 악영향을 생각해 보는거지. 이를 막아주었다는 점에서 영희 너에게 깊이 감사해.
영희: 철수, 너의 인식능력이 굉장히 발달했구나. 축하해.
철수: 이제는 막걸리를 마심으로서 얻는 감각적 만족보다, 독서를 통한 인식세계의 확장에서 오는 지적 만족이 더 크므로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할 일은 없을거야.
영희: 그러면 하나 묻자. 철수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다가고 싶어?
철수: 나는 인간으로 완성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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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하는 경만이님의 댓글
과몰입하는 경만이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딱 보니까 철수가 영희 좋아하네. 영희가 예뻐서 그런 거일듯.
역시 진, 선, 미가 아닌 미, 선, 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