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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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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123.♡.33.101)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244회   작성일Date 25-01-02 18:11

    본문

    이 서평을 왜 쓰는가!?>!?!?!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정당성을 얻기 위함이다!!! 

    ㅋㅋ

    난 키보드 배틀 상대에게 "넌 독서모임에서 책도 똑바로 안 읽고, 서평도 안 쓰지?? 책임감이 없는 건 너다!!"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다. 고로 내가 뱉은 말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적어도 나는 책을 똑바로 읽고 서평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 .. 괜히 말해서 고생하네ㅠ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이 책은 기본학교 출신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을 읽지 않을, 읽을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단단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춰보며 다소 긴 서평을 썼다. 



    읽기 전에 


    이 책은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기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청년기 자서전을 역주한 것이다. 시부사와가 직접 구술한 회고록을 바탕으로, 당대 역사의 격랑 속에서 그는 어떻게 신념을 세우고 인생의 방향을 잡았는지 그렸다.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오늘날까지도 500여 개 기업 창립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왕성한 공익, 사회사업 활동을 펼친 도덕경영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일본 근대사의 극적인 흐름 속에서 한 인물이 어떻게 사상과 실천을 결합하여 새로운 길을 열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치열한 혁명적 기세를 내세우면서도 현실 타협, 관료 경험, 유학적 교양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내용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시부사와의 젊은 시절 이야기—즉, 농업·상업에 종사하던 ‘청년 농민’이 메이지 유신을 전후하여 어떻게 막부 관료와 거물 경제인으로 변모했는지—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데 있다. 그의 껍데기만 보면, 완숙한 실업가(實業家)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시련을 겪으며 그 길을 열어갔는가’에 조명했다. 이 책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세 줄기는 아래와 같다.


    1. 파란만장한 청년기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호농(豪農)’ 이라 불릴 정도로 당시 농촌에서 일정한 부를 누리고 있었다. 쪽 장사와 부업을 통해 일찌감치 돈 쓰임새와 이익 창출의 묘미를 터득한 경험은 훗날 그의 기업가적 자질을 싹트게 했다.  그가 “쿨하게 책만 읽는 삶” 대신 농상(農商)을 중시하며 지식과 실천을 결합한 것은, 이때부터 형성된 밑바탕 덕이라 볼 수 있다. 책 곳곳에서 어린 시부사와가 머릿속으로만 궁리하지 않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흥정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이 자주 그려졌다.  그러나 페리(Perry)의 내항, 미일 수호통상조약 체결 등 대외 압력에 흔들리는 막부와, 존왕양이 사상의 범람 등 격랑에 빠져 가는 일본의 모습은 청년 시부사와로 하여금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의분(義憤)을 불러일으킨다.


    청년 시부사와는 원래 ‘막부 타도’를 통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강렬한 존왕양이 사상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동지들과 함께 ‘요코하마 습격’ 같은 폭거를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의를 성취할 시기가 아님을 깨닫고 스스로 접는다. 그 후 우연찮게 히토츠바시 가문에 발탁되어 막부 관료가 된다. 그는 도쿠가와 요시노부에게서 신임을 얻고 경제 제도 개혁에 관여하게 된다. 그리고 막부가 붕괴하고 메이지 정부가 들어선 뒤, 새로운 관료로 등용되어 화폐, 세제, 역(驛) 제도 개혁 등에 열정을 쏟으며 근대 일본의 국가 재정 확립에 기여한다. 이 과정은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기의 ‘가파른 변동’을 체화한 삶이라 할 수 있다.


    2. 유럽에서 눈뜨게 된 근대 ‘경세(經世)’의 안목


    시부사와가 막부의 배신자가 아니라 오히려 “망국(亡國)의 신하”가 된 아이러니한 운명은, 책 중반부의 흥밋거리로 다가온다. 요시노부의 동생인 도쿠가와 아키타케를 수행하여 파리 만국 박람회(1867년)에 참가하고, 유럽 각국의 제도, 문물을 두루 시찰하며 넓은 견문을 쌓은 경험은 시부사와 자신에게도 “훗날 일본이 추구해야 할 근대 제도의 밑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가 프랑스어를 배워 가며 유럽의 은행·재정·무역 구조 등을 파악했던 점, 그리고 ‘실업가(實業家)’의 길을 걷는 쪽이 일본 근대화에 진정 기여할 길이라는 확신을 품게 된다. 이 책은 시부사와가 후일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씨앗이 유럽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서술했다. 이는 “유학, 견문, 외국제도 수용”이 지식인들에게 어떤 전기를 마련해 주었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줬다.



    3. 메이지 신정부 대장성 재직과 제도 개혁


    귀국 후 막부가 와해되는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시부사와는, 의도치 않게 ‘망국의 신하’였지만 이제는 메이지 정부의 인재가 되어 재무행정을 맡게 된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1) 이노우에 가오루, 오쿠보 도시미치 간의 협업 및 의견 충돌

    시부사와가 지향한 것은 “양입위출(量入爲出)”, 다시 말해, 국가재정은 반드시 세입 범위 내에서 지출되어야 한다는 근대적 재정원칙이었다. 하지만 메이지 초창기 정부는 서구 제도, 군사, 교육을 대거 수용하려 과도한 지출이 뒤따랐다. 이에 시부사와가 고집스럽게 맞서다가 결국 관직을 떠나게 된다. 이는 왜 그가 평생 ‘재정건전화’라는 기치를 그처럼 강하게 강조했는지를 알 수 있다.


    (2) 일본 근대 제도 도입의 청사진 제시

    도량형, 화폐제도, 조세개혁, 철도건설, 은행창립 등 신흥 국가가 착수해야 할 수많은 제도 개혁에 전방위로 참여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책 속에서 시부사와는 개정국 국장으로서 밤낮없이 개혁안을 마련하고, 혼란스러운 신정부의 재정업무와도 씨름했다. 독자는 이 과정을 통해 “메이지 정부는 단숨에 서양제도와 기법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무 담당자들의 논쟁, 분투가 있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3) 실업가 지망을 위한 사직

    시부사와가 대장성의 과도한 지출과 정치 중심의 개혁 흐름에 회의를 느끼고, “산업을 통해 일본을 부강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관직을 떠나게 된다. 이는 “훗날 500여 개 기업 설립,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된 시부사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평가


    이 책은 성실하고 고집스러운 아버지 밑에서 어린 나이에 쪽 장사, 금융 경험을 쌓은 이야기, 막부 타도를 꿈꾸다 오히려 막부의 가신이 되어버리는 반전, 프랑스 유학 중에 ‘유럽 견문’이 개안(開眼)을 선사한 과정, 귀국 후 신정부의 재정구조 혼란과 이에 대한 시부사와의 끈질긴 투쟁 등이 일대기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파란만장한 인생 덕에 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이끈다.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초에 이르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구질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농민 출신이 능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었던 세상”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시부사와가 교토에서 에도로 그리고 유럽으로 휩쓸리듯 이동하지만 결국에는 “인재 등용”이라는 시대 흐름에 힘입어 막부-메이지 정부 양쪽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당시 신분제 사회가 깨지는 현장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울러 막부~ 메이지기에 “서양 열강 대응, 근대 제도 도입”을 무섭게 추진한 배경은 이 책이 거듭 강조한 애국심과 실용주의가 맞물려 있었다. 이 점에서 시부사와가 내적으로 지향했던 ‘도덕과 경제 합일’ 사상, 특히 <논어>를 비롯한 동양 고전 사상의 영향이 책 전반을 흐르는 점 또한 재미있는 지점이다. 


    이 책은 1860~1873년 일본 근대사가 어떻게 사실로 전개되었는가”를 당사자인 시부사와의 구술 형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덕분에 당시 주요 사건인 제2차 조슈 정벌, 대정봉환, 보신전쟁, 폐번치현 등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 지는 모르겠지만) 히토츠바시 요시노부, 이노우에 가오루, 오쿠보 도시미치, 오쿠마 시게노부, 소에지마 다네오미 등과의 친밀한 상호작용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이는 일본판 대하 드라마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책은 자서전을 그대로 번역, 주석하며 풍부하게 풀어낸 만큼 저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시부사와의 구술체에는 당대 일상어 한학 용어, 유교 경전 인용 등이 뒤섞여 있어 현대인들이 읽기에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각 장마다 시대적 배경과 연원, 그리고 지리, 제도, 인물 관계를 친절히 설명해놓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역주는 또 다른 읽을거리로 다가올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


    난 이 책을 읽고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자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위인이나,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이면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격동의 시대를 살아 낸 청년이 어떻게 사상을 정립하고 행동했는지를 드러내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안겨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책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일생에서 청년기의 '분투'에 주목하여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이상과 현실을 접목해 실천에 옮겼는지를 집중 조명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갈등이 깊어지고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시부사와는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이라는 파란만장한 시기를 살아가며 이상과 현실을 연결시키고, 국가 및 민생에 기여하고자 직접 몸으로 부딪혔다. 단순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소명을 찾아가며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격랑 속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찾을 힘이 요원하다. 막힌 정쟁 속에서도 민생과 윤리, 경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방법을 모색하고, 개인적 성장 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어떻게 청년기 내내 이상과 현실을 조화롭게 연결시키고 실천했는지를 접하여, 자신의 분야나 역할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옆나라 일본의 한 인물이 격동의 시대에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잃지 않고 공공선을 추구하며 사회 변혁에 참여했다는 역사적 사례다. 책 속의 인물을 통해 우리는 정치, 경제적 혼란 속에서 어떤 길을 모색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어떤 가치관을 기반으로 실천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치열한 경쟁, 혼란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며, 경제적 번영을 추구해야 진정한 성장과 공동체 행복을 이룰 수 있다."


    추천2 비추천0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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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123.♡.170.144) 작성일 Date

    [회독하다] 양심: 말의 무게 (2025.01.03)
    https://www.nwna.or.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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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민님의 댓글의 댓글

    노경민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굳굳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게 서두에서 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위 글에서 무단으로 공유된 채팅방 사진에 상도님이 있잖아요? 저는 상도님이 가장 이상적인 책임감의 예시라 생각합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설명이 부족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책임 있게 해명하려 하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인정하고 고치려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상도님이 그런 분이시죠.

    사실 상도님이 저에게 책임감을 물었다면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창훈님이 저에게 묻는다면 코딱지 튕기듯 대하겠죠. 그 이유는 창훈님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이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조금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서두에 저런 내용을 쓴 것입니다. 이 서평과 서두는 창훈님에게 서평을 쓰라고 강요하려는 뜻은 없습니다.
    "봐. 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책임지는 것은 힘들구나 ㅠㅠ"
    정도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sl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