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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에서 공부하는 분과 무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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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경만이 (123.♡.33.101)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425회   작성일Date 24-12-19 22:42

    본문

    술을 마시며,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걸 느꼈다. 육체적 반응일까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의 반응일까. 어쩌면 이는 영혼이 술의 힘에 굴복하면서 드러난 진짜 나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아닌가? 그냥 허상이려나? 그런데 나는 이 기운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것. 말해보지도 않으려 했던 것들이 마구 마구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붉어진 얼굴로 함평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향해 무례한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미래를 여는 땅, 생각이 시작되는 곳 함평에서 공부한다고요? 어.. 그런데 조금 익숙하네요? 

    그쪽의 태도는 마치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전쟁 영웅,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민족 영웅, 의대 입시에 성공한 집안 영웅 같거든요. 최상위 포식자 독수리처럼!

    물론~~ 원하는 목표를 이루신거 축하합니다. 그런데 잠시 마우스 샤따 좀 내리시고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나요 플리즈?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리얼루, 진짤루, 캥걸루, 허벌루 중요한거니까 귀 쫑긋 어텐션 플리즈입니다.


    사실 에세이와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는 건 힘드셨겠죠. 그런데 말이죠. 이건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죠. 저 혼자 짐작하고 있는 건데 말이죠. 함평의 철학자에게는 다른 면이 있어요. 네?? 아니요.. 구름 타고 다니는 도사 아니고 사람 맞아요. 제가 차 타고 다니시는 거 봤습니다. 타고 다니시는 자동차 애칭이 '구름'이겠죠. 말 끊지 마세요. 마우스 샤따 내려주세요. 플리즈입니다. 그 분은 철학자인 것 같지만, 함평에서의 언행을 몰래 들여다 보면 교육자에 가까워요. 그것도 아주 따뜻한 교육자. 서울, 경기, 충청, 경상, 강원 제주 지역에서는 철학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라남도 함평에서는 따뜻한 교육자입니다.


    함평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하늘을 날 준비가 된 독수리에게만 허락될 것 같죠? 그런데 함평에서의 그 분은 따뜻한 교육자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어 날개짓을 열심히 하는 펭귄, 타조, 거위, 닭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거에요. 제가 보기에.. 그쪽은 날 준비가 된 독수리가 아니라 날개짓을 열심히 하던 펭귄, 타조, 닭, 거위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기분 푸세요. 그쪽은 그나마 귀여운 펭귄이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펭귄은 하늘에서는 자유롭지 못해도 바다에선 자유롭잖아요?. 물론 언제든지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나약한 존재지만...





    이 분은 따뜻한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큰 꿈을 품고 있죠.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바꾸고 싶어하시죠. 전라남도 함평을 미래를 여는 땅, 생각이 시작되는 곳으로 바꾸고 싶어하시죠. 그러니 날지 못하지만 날개짓을 열심히 하는 조류들을 날 수 있도록 바꾸고 싶다는 욕심을 품을 수밖에 없을거에요. 그것도 바꾸지 못하면 함평도 대한민국도 바꿀 수 없을 테니까요.


    제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저 또한 날 수 없는 조류 중 하나인 펭귄, 타조, 닭, 거위 중에 하나거든요. 그래서 잘 아는겁니다.


    그러니까 그쪽은 날개짓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쪽은 전쟁 영웅, 민족 영웅, 집안 영웅처럼 보여요. 지금 독수리라고 착각하셔선 안 됩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함평에서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조류들을 종종 봤어요. 함평을 다녀 간 두 번째 그룹, 세 번째 그룹, 네 번째 그룹에도 있었어요.

    첫 번째, 다섯 번째 그룹은 만나본 적은 없는데요. 이 그룹에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조류는 분명 있을겁니다. 확신할 수 있어요. 저 무당 인턴 6개월차거든요. 이게 잘못된 건 아니에요. 대학교에 있을 때도 "저 새키는 어떻게 여기 왔을까?" 같은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 동기, 선배, 후배가 있잖아요?


    그는 철학자이자 따뜻한 교육자이지만 독수리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독수리 같은 존재와 함께 있다보면, 본인이 하늘을 날 수 없는 닭, 펭귄, 거위, 타조라는 걸 까맣게 잊어 버려요. 날개짓을 하면 독수리처럼 언제든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거란 착각에 빠지죠. 착각 하시면 안 됩니다.

    독수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언어로 바꿔야 합니다.

    닭, 펭귄, 거위, 타조가 독수리처럼 날개짓을 한다고 날 수 없잖아요.

    반대로 독수리가 닭, 펭귄, 거위, 타조에게 날 수 있도록 할 수도 없어요. 

    결국 나만의 언어로 바꿔서 나만의 날개짓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만의 언어로 바꾸려면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질문이란 일종의 화학 반응과 같아요. 외부에서 나에게 주입되는 지식이라는 시약이 나라는 반응 용기에 들어오면 그중 몇몇은 반응을 일으켜 기체라는 산물이 생성되거든요? 이 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 점점 팽창해서 반응 용기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작은 틈으로 새어나오죠. 그렇게 새어나오는 게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질문은 사실 지식을 부지런히 섭취했을 떄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단기간에 지식을 빠르게 섭취하는 건 어렵죠. 그렇다면 문제의식을 주입식으로 심어주는 사회과학 도서를 보세요. 그러면 궁금한 것들이 폭발합니다.


    그리고 질문의 방법에 대해서도 어려울 수 있어요. 지금 짧게 생각해보면 질문의 시작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거에요.

    첫번째는 내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나?

    두번째는 지금 이게 과연 옳은건가?

    질문에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항상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첫번재 유형의 질문은 비유나 유추로 접근하는 게 좋고요.

    두번째 질문은 유비(類比) 또는 공시(共示)적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특히 유비나 공시적인 방향은 나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대화할 때 좋아요. 뭐 생각구조가 다른 여자친구와 대화할 때도 쏠쏠하죠.




    아~ 질문하는 게 어렵다고요? 그런데 교수님은 열려있습니다.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문도 열려있잖아요. 닫혀있는 건 교수님의 바지 지퍼 뿐이에요.


    아 그래도 무섭다고요? 걱정 마세요. 제 경험담을 던져드릴게요. 


    하나는 면접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어요.


    "교수님 저는 면접볼 때, 면접 지원자들의 입에서 흥미로운, 번뜩이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노트와 펜을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면접이 끝날 떄까지 단 한 줄만 받아 적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한 줄을 받아 적게 만든 사람은 면접에서 떨어졌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횡설수설하는, 맥락과 관계 없는 말을 뱉은 지원자는 합격했어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뽑으신 건가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기분 나쁠 수 있잖아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교수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내가 실수한 겠지." 같은 뉘앙스로 답하셨습니다.


    두번째는 식당에서 무례한 제안을 받아주신 적이 있었어요. 함평에서 다 같이 식사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식당에 뒤늦게 가니, 교수님은 벽에 가까이 위치한 테이블에서 벽을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게셨죠. 저는 교수님의 반대편 자리인 벽을 등지는 자리에 앉으려다 교수님께 다소 무례하게 말했어요.

    "교수님 저와 자리를 바꾸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벽을 등지는 자리에 앉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식사 중 던질 수 있는 교수님의 말씀이 기본학교 학생들에게 더 쉽게 전달될 수 있잖아요. 그리고 학생들이 식사를 잘하고 있는지 한눈에 살필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교수님은 "난 경민이가 하는 말 들어줬다! 기억해!" 하시곤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등자는 자리로 향하셨죠 .

    아마 서울, 경기, 강원, 충청, 경남, 제주 지역이었으면, "난 여기가 좋아!" 라며 바꾸지 않았을 거에요. 함평에서는 따뜻한 교육자셨기에 가능한 거라 추측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산봉 산행을 할 때도 있었는데요. 동지 한 명이 늦게 오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산을 동지가 올라오는 방향으로 할 것인지, 강운촌닭 방향으로 할 것인지 논의하게 되었어요. 저는 평소처럼 바보스럽게 입을 꾹 닫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는 저에게도 의견을 물어주셨죠. 그래서 저는 답했어요. 

    "그 동지는 지금 과제를 하는데 어려워 하고 있습니다. 생각 정리가 필요해 보여요. 우리가 고독한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 강운촌닭 쪽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저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흔쾌히 받아들이며, 강운촌닭 쪽으로 하산했죠.


    이게 다 열려있는 따뜻한 교육자셨기에 가능한 거라 생각해요. 가만히 있는 바보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아무 말이나 다 던져보세요. 교수님은 다 받아주실거에요. 




    아~ 저는 질문 많이 했냐고요? 아니요. 저는 그리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어른이지만, 어른 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리고 머리도 좋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되짚고 되짚다보면 이해가 되서 하루나 이틀 뒤에 궁금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보니 교수님께 질문을 못하고 따로 책을 찾아보면서 궁금증을 해소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태도가 불량했던 것 같아요. 교수님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거든요. 마치 에스파의 Whiplash 무대 보듯 즐긴 것도 있죠. 두시간만 자고 함평에 갈 때도 있었어요. 가는 길은 피곤했는데 도착하면 잠이 하나도 오질 않았어요. 신기하죠? 아마 사무국장님이 아침부터 잠 안 오는 약을 뿌려놓으신 게 아닐까 합니다. 

    네? 에스파 멤버, 윈터 열애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아까 제가 했던 말 취소할게요. 그쪽은 이제 귀여운 펭귄이 아니라 닭입니다.

    화났냐고요? 아니요. 전 열애설까지 체크할 정도의 팬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쪽은 말이죠. 타조처럼 크고 빠르지 않아요. 거위처럼 충실하게 집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정도로 용맹하지도 못해요. 펭귄처럼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도 상상하기 힘들죠. 그냥 아늑한 닭장에서 조용히 울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에 가까워요. 질문도 안 던진다면서요.


    화났냐고요? 아니요~

    왜 벌써 가냐고요??

    제가 실수로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왔어요. 냉장고 안에 우유 있는데 큰일 났네요. 상하기 전에 빨리 가야겠어요.


    그렇게 나는 무례하게 테이블을 빠져나왔다.


    다행인 점은 꿈이었다는 것!


    이 꿈은 아마 키배 후유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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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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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20여 일 지나서까지도 후유증을 앓으시는군요!
    경민 형님께 대항하며 제 한계를 4~5 번 만났고, 이것을 하나 하나 극복해 나가며 제 생각의 영토가 넓어졌습니다.
    쌓아 두었던 지식을 총동원했던 경험이 제게 가장 큰 전리품입니다.

    전투를 이어 가기보다는 기본을 다질 때라고 판단해 몇 주간 방문을 멈췄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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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민님의 댓글의 댓글

    노경민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아 ㅋㅋㅋ 화이팅입니다.
    후유증인 것 같기도 하고, 현타인 것 같기도 하고.
    후유증, 현타가 온 이유는 정확하게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여기서 가장 부실한 사람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