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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 테러 꽈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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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칙칙폭폭 폭탄마 (123.♡.33.101)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2,166회   작성일Date 24-10-11 15:03

    본문

    해방산은 오늘도 평화롭고 햇살은 따스하게 내리쬔다. 반면 이웃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내 어깨에 매여진 작은 가방이 점점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방 속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가방이 어떤 곳을 가리킬 것인지.

    보온병 안에는 뜨거운 물 300g, 칼륨 덩어리 500g 정도가 담겨 있다. 금속 칼륨은 장마당에서 힘겹게 구매한 염화칼륨을 높은 온도에 가열하여 용융 상태로 만든 다음, 전기분해를 통해 만들었다. 안전핀을 제거하여 물과 칼륨이 결합하면 수류탄 3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방출될 것이다. 

    지금의 내 얼굴은 사진 속에서 비장하게 서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을 김일성과 김정은의 동상을 돌보는 데 헌신하셨다. 하지만 단 10분, 예기치 못한 정전으로 인해 조명이 꺼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은 가혹한 고문 끝에 공개 처형의 대상이 되었다. 단지 동상을 10분 동안 방치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웃들은 내가 지나갈 때마다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붓고, 생활총화 때마다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손가락을 들이댄다. 굶주리는 인민보다 조명이 꺼진 10분이 더 큰 죄였던 것일까? 우리 부모님이 죄인이라면, 그 아들인 나 역시 피할 수 없는 죄인인가?

    한때 우리 동네 박씨 아저씨가 공개 처형장에서 입에 물린 솜을 뱉어내며 김일성을 저주한 일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는 처형을 앞둔 죄인들은 이빨을 모조리 뽑아낸 뒤, 입에 재갈을 깊숙이 물린 채로 형을 집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저 간사한 인민반장은 부모님의 공개 처형 날,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놓고 나를 앞으로 끌어내 맨 앞자리에 앉혔다. 그의 얼굴은 가죽처럼 딱딱하고 건조했으며, 그 위에 가벼운 미소가 얹혀 있었다. 날카롭게 솟은 광대뼈와 움푹 파인 두 눈은 오늘따라 더 비열해 보인다.  얇은 입술은 오늘도 비틀려 있었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차가운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 순간, 인민반장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총알이 아깝다며, 나와 이웃들이 돌을 들어 그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내 팔 다리는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뒤이어 인민반장은 손목을 잡더니 부모님 앞으로 끌거가기 시작했다. 나는 인민반장의 손에 이끌려 부모님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내 앞에 묶여있는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부모님을 열심히 찾았다. 내 발걸음이 차갑게 땅을 울렸고, 그 소리가 공허하게 퍼졌을 때, 나무에 묶인 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듯 축 늘어진 몸, 피에 물든 얼굴은 아무리 봐도 내가 알던 부모님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피범벅이 된 입가에 재갈이 깊숙히 박혀 있어 그 어떤 말도 비명도 낼 수 없어 보였다. 고문으로 시달린 두 눈은 핏줄이 터져 검게 변했고 눈꺼풀은 무겁게 처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 가까워질 때 즈음, 발자국 소리에 무언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그들의 눈빛은 메마른 땅 위에 이슬이 고인 것처럼, 갈 길을 잃은 강물처럼 서글프고 애처로웠다. 그 순간, 내 가슴 속엔 서늘한 전율이 스쳐갔다.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마주쳤던 익숙한 눈빛. 그들이 나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사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가슴을 베고, 눈시울 깊숙이 파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시간이 없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민반장은 나에게 가장 먼저 돌을 던지라 지시했다. 고맙다. 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지금 이곳은 잔혹함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민족들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내가 이 땅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뿐이었습니다. 제 불효를 마지막으로 다음 생에는 우리 꼭 다른 땅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우리의 마지막은 민족 해방을 염원하는 열망의 불씨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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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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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맨님의 댓글

    벽돌맨 아이피 (106.♡.128.46) 작성일 Date

    “폭탄 테러범은 사라져야 한다.” 과연 그럴까?

    이 글을 읽고 제가 지금 읽는 책의 내용이 떠올라서 말해봅니다.(몇 페이지 읽진 않았지만) 푸코에 의하면 권력은 어떤 계층과 계층 사이의 거시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나오는 미시 권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한 사회를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라는 커다란 두 덩어리로 나눈 마르크스 권력 개념의 허를 찔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렬힌 시회 운동가가 술집에서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대한달지, 중소기업 사장이 외국인 노동자를 가혹하게 다룬달지(교수님은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이 집에서 “물떠와!”하는 모습에서 느꼈다고 하셨죠) 하는 모습은 마르크스식의 지배 억압개념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권력으로 상, 하가 나뉘는, 불균형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도덕이니 부도덕이니 논하는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나에게 부도덕인 것이 너에게 도덕이고 너에게 도덕인것이 나에게 부도덕이니까요.

    푸코에 의하면 아는것은 권력입니다. 과거의 권력이 총칼로 무지막지하게 누르는 물리적 폭력이었다면 현대의 권력은 신념 체계와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가치를 피지배 계급에게 전파시키고 설득시키는 지식의 권력입니다. 그렇다면 지식은 도덕일까요 부도덕일까요? 저는 지식을 생존 도구로 부르고 싶습니다. 권력으로 이루어진 불균형 속에서 어떻게든 우위를 점하려면 지식을 섭취해야합니다. 그리고 지식을 섭취하려는 동기는 욕망에서 나옵니다.

    돌고 돌아 욕망(돌돌욕)인데요…아직 지식의 양이 작아 제 생각이 이어지는 것은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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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폭폭 폭주족님의 댓글의 댓글

    칙칙폭폭 폭주족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1. 우리가 도덕이니 부도덕이니 논하는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말한 부도덕은 부도덕 그 자체가 아니라 윤리적인 성격을 띤 부도덕이었거든요.

    도덕은 “~은 옳다.” 라고 대답하는 경직된 모양이라면, 윤리는 “~은 옳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는 유연한 모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부도덕을 말하고 있었음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이유는 윤리를 바라보며 말했기 때문이죠. 물론 유머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촌스러워지듯, 굳이 윤리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수 많은 도덕 중의 일부를 법으로 규제하니까요
    도덕이나 법의 공통점은 일반 규칙이라는 점이죠? 일단 규칙을 정해놓고 거기에 적용이 되냐 안 되냐만을 정하니까요. 그런데 법과 도덕의 차이가 있다면, 법은 조금 더 윤리적인 성격이 있다고 봐요. 
    법은 일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별성을 고려하니까요. 예를 들어 살인이라는 일반 규칙을 어긴 사람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각 상황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다르잖아요? 때로는 무죄*가 나오기도 하고요.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0922965)

    아주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생각이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 주는 메시지는 ‘법을 도덕처럼 적용시키면, 다시 말해 각 개개인의 상황을 무시하는 형식으로 법을 다루면 이런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덕이니 부도덕이니를 논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도덕만 대답하는 게 아니라, 부도덕 속에서 몸부림 치며 질문하는 삶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댓글에서 말씀해주셨듯이 '권력으로 이루어진 불균형 속에서 어떻게든 우위를 점하려면' 부도덕의 영역에서 "이래도 부도덕이야~?~?~??" 같은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지식은 도덕일까요 부도덕일까요?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면 참 좋겠지만, 이미 ‘생존 도구’라는 좋은 답을 봐버렸네요;;;;;;;; 좋은 답이 떠오르질 않네요. 굳이 생각해보자몀, 지식은 도덕에서 벗어나 윤리로 향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으로 돌아가서, 주인공이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개별성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권력의 폭력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겠죠. 또는 절차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더 윤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겠죠.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도덕에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부도덕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어가 윤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덕적인 인간은 지식이 없어도 부모님 말만 잘 들으면 되지만, 윤리적인 인간이 되려면 지식이 없으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부도덕이라는 영역 속에서 몸부림 치다가 질문을 던지는 게 핵심이고, 지식이 있어야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